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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투자은행(IB) 업계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한앤코는 아시아나항공과 기내식 사업 계약을 맺은 게이트고메코리아(GGK) 인수를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한앤코의 GGK 인수 검토는 아직 초반으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을 보며 방식과 시기를 조율한다는 방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진에어와 에어부산 등 두 항공사 산하 LCC(저비용항공사)에 대한 PMI(통합전략)도 진행 중으로 알고 있다”며 “시간적 여유를 두고 GGK를 들여다보는 중이라고 알려졌다”고 말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2048년까지 GGK와 기내식 계약을 체결했다. GGK는 스위스 기내식 공급업체인 게이트고메(Gate Gourmet) 자회사로 2016년 모기업인 하이난 항공그룹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6:4 지분을 투자해 설립한 기내식 업체다. 이후 하이난 항공그룹이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2019년 게이트그룹 주식 100%를 싱가포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RRJ캐피탈(RRJ Capital)에 매각하면서 주인이 바뀐 상황이다.
RRJ 캐피탈은 2011년 2월에 설립한 PEF 운용사로 골드만삭스 출신 중국계 말레이시아·미국인이 주축이 돼 설립했다. 중국·홍콩 내 국영기업과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한편 전 세계 50개 회사에 투자하며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항공사 합병에 따른 기내식 공급 일원화를 위해 아시아나 기내식 계약 파기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발생할 위약금 리스크가 불거지자 계약 파기 대신 한앤코가 세컨더리 형태로 GGK 인수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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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각가 등 구체적 논의 시간 걸릴 것”
2016년 당시 체결한 아시아나항공과 게이트고메스위스의 계약에 따르면 귀책사유로 합작 해지사유가 발생할 경우 양측은 콜옵션(살 수 있는 권리)과 풋옵션(팔 수 있는 권리)을 통해 합작계약을 청산하게 된다. 계약서에 명기된 귀책사유에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 변동도 포함돼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매각되며 법인이 사라지면 GGK를 보유한 RRJ캐피탈이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청산 수순을 밟게 된다. 이 경우 대한항공에 소화해야 하는 비용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대한항공과 한앤코가 RRJ캐피탈 지분을 받아 소화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생각보다 진행 속도가 더디게 흐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 한앤코가 유력 원매자로 떠오른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협상 완료에 이르기까진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앤코가 대한항공 기내식·면세 사업부를 인수하고 새로운 법인(대한항공 C&D)을 설립한 지 얼마되지 않아 (회사 세팅을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며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사업부 인수가 이뤄지더라도 최종 협상까지 시간을 두고 진행할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대한항공 기내식·면세사업 인수 당시 한앤코가 대한항공 기내식에만 책정한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8000억원 안팎인 점을 고려했을때 아시아나항공 기내식은 어떤 가격선이 형성될지도 관심사다. PEF간 협상인 만큼 RRJ캐피탈에 만족할만한 수준을 원매자 측이 제시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앤코 입장에서는 국적기 기내식 사업의 독점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어 충분히 개연성은 있다”면서도 “딜 자체가 복잡한데다 만족스런 협의를 이어가지 못할 경우 시간이 지체되면서 협상이 길어질 가능성이 있어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