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나 민간기업이나 어떤 준비를 하든 다 같은 취업준비생(취준생) 아닌가요? 다른 일 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는데...”
공시생 김 모씨는 최근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이용하기 위해 상담을 했지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이유로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김씨는 "국민취업제도 지원조건에 충족했지만 공시생이라고 답하니 상담원이 이 제도에 참여할 수 없다고 했다"며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지원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하니 공시생이라는 사실을 숨기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취업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취업지원서비스와 생계지원을 함께 제공하는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다. 'I유형'으로 선발되면 월 50만원씩 6개월간 지원하는 ‘구직촉진수당’과 ‘취업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공시생 이모(26?남)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이 씨는 I유형 신청 후 대면 상담을 받으며 공시생의 경우 지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씨도 자격 요건을 만족한다.
이 씨는 “공시생에게 지급할 의향이 없으면 최소한 상담을 가기 전에 공지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졸업을 앞두고 취준생을 지원해주는 좋은 제도가 있다고 해서 알아봤는데 ‘공시생은 참여가 어렵다’는 문구는 찾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신청 절차가 복잡하고 준비해야 할 사항이 많아 힘들었는데 시간 낭비만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공시생은 지원 대상이 아닙니다"
지난 1월 1일부터 ‘구직자 취업촉진 및 생활안정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국민취업지원제도가 출범했다. 현재 신청을 받고 지원 대상 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올해 공시생의 경우 국민취업지원제도 참여가 어렵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시생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작년에는 공시생도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받을 수 있었다. 홈페이지에서는 올해 시작되는 ‘국민취업지원제도’가 기존의 취업성공패키지 및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이 통합된 제도라고 안내한다.
그러나 공시생들이 국민취업지원제도에 참여하기 위해 문의하면 공시생은 제도 지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답변을 받는다.
이 씨는 “공시생이라고 밝히니 ‘국민취업지원제도에 참여하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월 2회 구직활동이나 수립한 취업지원계획을 이행하기에 무리가 있을 것 같다’며 취하서 작성을 권했다”고 했다. 이어 “(공시생들은) 선발되더라도 대부분 취하서를 작성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이용하려면 '즉시 취업하려는 의사'가 전제돼야 한다"며 "공시생은 공무원으로서 취업을 하겠다는 마음은 있지만 취업으로 바로 연결될 수 있는 과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구직촉진수당’을 지급받기 위해선 취업지원 프로그램 또는 구직활동지원 프로그램을 월 2회 이행해야 한다. 예시로는 △구인업체에 응모해 면접에 참여(2회) △직업훈련에 참여해 매월 80% 이상 출석 △일경험 지원 사업에 참여하여 월 80% 이상 출석 등이 있다.
"공무원 시험 준비는 '구직활동' 아닌 이유 이해 어려워"
하지만 공시생들은 왜 공무원 시험 준비는 ‘구직활동’이 될 수 없냐며 의문을 제기한다.
공시생 권모(28?남)씨는 얼마 전 국민취업지원제도에 지원했다. 권씨는 “(제도에) 지원한 다른 분들이 공시생의 경우 참여가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는 글을 다수 접했다”며 “지방자치단체나 담당 공무원마다 다르게 처리하는 것 같아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구직촉진수당’을 지급받기 위한 의무 사항을 당연히 이행할 생각이고 감사하다는 입장”이라면서도 “‘구직활동’이라는 말이 너무 추상적”이라고 했다. 이어 “고용부는 공무원 입시학원, 인터넷강의 등 공무원이 되기 위한 일에 세금이 쓰이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동안 실업률을 낮추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공무원을 증원했던 정책들에는 세금이 쓰여도 괜찮지만 공무원이 되기 위한 일에는 세금이 쓰이면 안 된다는 논리는 이해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취업지원제도에 신청하려면 워크넷에서 구직 신청을 해야 하는데 이 때 이력서를 작성하며 희망 직종을 입력한다”며 “희망 직종에 ‘교육, 법률, 사회복지, 경찰, 소방 및 군인’이라는 카테고리가 있는데 이를 보고 당연히 공무원도 해당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또 “애초에 지원 제한 대상에 공시생을 명시했다면 신청하지 않았을텐데 이런 식으로 통보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모씨도 “공시생들이 학원, 인강 등으로 수당을 지출하는 것이 문제라면 사용처를 제한하면 될 것을 왜 지원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공시생이라고 제도 배제되는 건 아니다...의무 이행하면 수령 가능"
고용부 관계자는 "공시생이라고 해서 국민취업지원제도에 지원하면 안 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취업지원제도 신청 뒤 수급 자격이 결정되면 고용센터 담당자와 대면 상담을 실시한다. 이 과정에서 수립하는 취업활동계획 및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면 구직촉진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다른 일반 취업 준비를 병행하고 취업활동계획을 이행하면 공무원 학원을 다녔든, 인강을 들었든 문제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공시생 유모(27?남)씨는 국민취업지원제도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유씨는 "공무원 시험을 위주로 준비하지만 과목이 겹쳐 자격증 취득 및 공기업과 사기업 취업을 병행 중인데 이 경우엔 지원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제도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공시생들도 취업을 목표로 공부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가직, 지방직, 군무원 등 일 년에 여러 번 시험에 응시하는 공시생들도 많은데 당장 취업할 의사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느냐"고 했다.
전문가 "본래 취지에 맞게 개선됐지만...형평성 논쟁은 있을 수 있어"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시행할 때부터 해당 제도의 취지는 민간 부문의 일자리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에 본래 취지와 다르게 많은 비중이 고시 공부나 공공기관 취업 공부를 하는 이들에게 쓰여 이를 제한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민간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들이 지원을 못받아 시행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런 식으로 제재하다 보면 공무원을 준비하던 취약계층에는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똑같이 취약계층인데 그 중 누구는 지원 받고 다른 이는 지원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 형평성에 대한 우려는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냅타임 권보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