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문 막히고 알바마저 끊겼다…벼랑끝 내몰리는 2030

이명철 기자I 2021.01.25 00:00:00

‘사상 최대’ 일시휴직 83만여명…20~30대 34.6% 차지
코로나 여파, 사업부진·조업중단 사유 1년새 11.7→44.4%
정부, 청년 일자리 체험 나서지만 다양성 강화 등 숙제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최정훈 기자] 1 서울에 올라와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던 취업 준비생 김정선(28·가명)씨는 벼랑끝이다. 한 중견기업은 최종 면접까지 올라갔지만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마음을 다잡고 취업에 전력하려고 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아르바이트에서 해고됐다. 김씨는 “올해 취업문이 더 좁아지는데 생계까지 막막해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 학원 강사인 이미숙(36·가명)씨는 코로나19로 학원의 집합 금지가 반복돼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나라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라고 100만원 넘는 지원을 받았지만 월세 내기에도 턱없이 부족했다. 이제와 다른 회사에 취직하기도 어렵고 편의점 아르바이트 구하기도 만만찮다. 최근 학원이 문을 열어 다시 일을 나가고는 있지만 언제 다시 집합 금지가 될지 몰라 불안하다.

코로나19발(發) 고용 위기는 상대적으로 취약계층인 ‘2030세대’에 더 아팠다. 예년에 비해 취업문이 더 좁아진 것은 몸담고 있던 일자리에서 밀려나기도 일쑤다. 사회적 거리두기 여파로 청년층의 종사 비중이 높은 대면서비스업이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영향이 컸다. 정부는 청년들의 일자리 경험을 지원하는 등 충격 줄이기에 나섰지만 사업 목표조차 달성하지 못하는 등 정책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서울 성동구청 내 성동구 희망일자리센터에서 관계자들이 관내 기업들의 구인 정보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비스업 직격탄…2030 피해 더 컸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수는 전년대비 21만8000명 줄어 외환위기가 있던 1998년(-127만6000명)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학업이나 가사 등을 하지 않고 그냥 쉬고 있다는 ‘쉬었음’ 인구는 237만4000명, 일시휴직자는 83만7000명으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다. 고용시장이 취업자 감소는 물론 잠재 실업자 증가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사회 초년생으로 한창 일을 배워가야 할 20~30대는 고용 충격의 직격탄을 맞았다. 20~30대 취업자수는 같은기간 31만1000명 줄어 ‘고용 허리’인 40~50대(-24만6000명)보다 감소폭이 컸다.

통계청 고용동향과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쉬었음 인구 중 20~30대의 비중은 28.2%, 일시휴직은 34.6%를 기록했다.

20대 쉬었음 인구는 41만5000명으로 전년대비 25.0% 증가했고 일시휴직(8만6000명)은 같은기간 139.8%나 급증했다. 이는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증가폭이다. 30대도 쉬었음 25만4000명, 일시휴직 20만4000명으로 1년 새 각각 19.2%, 33.3% 증가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지난해 일시휴직 중 휴가 같은 자발적 요인이 아닌 사유가 크게 급증한 점이다.

일시휴직의 이유는 △일시 병·사고 △연가·휴가 △교육·훈련 △육아 △가족적 이유 △노사분규 △사업부진·조업중단으로 나뉜다.

고용동향 마이크로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해 일시휴직 이유가 사업부진·조업중단인 사람은 37만1000명(44.4%)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19년만 해도 전체 일시휴직자(40만7000명) 중 사업부진·조업중단은 11.7%(4만8000명)에 그쳤지만 1년새 30%포인트 이상 뛰었다. 숫자로 보면 7.9배나 늘어났다.

반면 2019년 일시휴직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연가·휴가(40.8%)는 지난해 32.2%로 8%포인트 이상 낮아졌다. 사실상 ‘타의적 휴직’이 절반 가까이 차지한 셈이다.

산업별 취업자 증감폭을 보면 코로나19 타격이 컸던 대면서비스업종 위주의 도매 및 소매업과 숙박 및 음식점업이 각각 16만명(4.4%), 15만9000명(6.9%) 감소했다. 이들 업종에는 20~30대 젊은층 비중이 높아 고용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코로나 불확실성에 기업들 신규채용 외면

잠재경제활동인구까지 포함해 실제 체감지표로 불리는 ‘확장실업률(고용보조지표3)’의 경우 15~29세 청년층은 지난해(25.1%) 사상 처음 25%를 넘겼다. 구직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청년층 실업자가 사상 최고 수준이라는 의미다.

올해 신규 채용의 길도 막막하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0년 하반기 직종별 사업체 노동력조사’에서 상용 5인 이상 사업체의 지난해 10월~올해 3월까지 채용 계획인원은 전년동기대비 1.1% 감소한 25만3000명으로 2008년 조사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도 청년층 고용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1분기 중 추가 대책을 예고한 가운데 실효성 있는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취업 경험이 있던 다른 연령층은 이직 등의 기회가 있지만 청년들은 신규 채용 자체가 막혀버려 더 큰 고용난을 겪는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로 청년 고용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는 만큼 추가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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