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A씨(여·24)는 얼마전 방문한 산부인과에서 다낭성난소증후군을 진단받았다. 피곤한 일이 생기거나 다이어트를 할 때 1, 2개월 생리를 건너뛴 적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져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A씨는 생리 주기가 정상화될 때까지 피임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말이 난감하기만 하다.
가임기 여성은 28일을 주기로 생리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생리주기가 21일 미만이거나 35일 이상으로 길어진다면 생리불순을 겪고 있다 봐야 한다. 생리주기 외에도 2시간 이내 생리대를 교체해야 할 정도로 양이 과도하게 많거나 너무 적은 경우, 아예 무월경인 경우 배란과정이 원활하지 않다는 신호로 보고 정확한 원인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가임기 여성에게서 흔하게 나타나는 내분비 질환 ‘다낭성난소증후군’은 무월경, 생리불순의 대표 원인이며 여드름, 다모증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과거 월경 주기의 3배 이상 또는 6개월 이상 월경이 없을 경우 ▲임상적 남성호르몬 과다 증상 또는 생화학적 고안드로겐혈증 ▲커진 난소의 가장자리를 따라 10여 개의 작은 난포가 염주모양을 하고 있는 양상 가운데 두 가지 이상을 만족하는 경우 다낭성난소증후군으로 진단한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은 그 자체만으로 건강에 치명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초기에 개선하지 못하고 장기간이 지나면 자궁내막증식증, 난임, 불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허혈성 심장질환 등 여러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증가하며 임신 시 유산율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생리불순이 있다면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아닌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은 경구 피임약, 항안드로겐제제를 투여해 생리를 유도하는 내과적 치료를 중심으로 진행한다. 또 약 5% 체중만 감량해도 다낭성난소증후군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과체중, 비만 상태 환자의 경우 다이어트가 필수적이다.
세란병원 산부인과 서은주 과장은 “단순 생리불순과 착각하기 쉬운 다낭성난소증후군은 심하면 자궁내막암을 비롯해 난임, 불임까지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라며 “요즘은 비혼, 비출산을 계획하는 여성도 많아 큰 문제가 아닌 것처럼 느낄 수도 있지만 난소 기능이 떨어진다는 것 자체가 여성의 신체 건강 상태를 나타내는 지표이기 때문에 생리불순이 지속되면 바로 산부인과에 내원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이어 “다낭성난소증후군은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체중이 과도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생활습관을 관리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균형 잡힌 식단과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숙면을 통해 난소 건강도 챙기고 다낭성난소증후군도 예방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