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조 글로벌 정보보안 시장… 손놓은 韓 보안산업

이후섭 기자I 2020.06.17 05:00:00

2.2조원 규모 시장에 473개 업체 난립…보안수출 이제 1000억 넘겨
공공사업 수주에 안주…외산제품 장악한 기업시장 되찾아와야
일본 수출비중 50% 쏠려…미국·유럽으로 다각화 필요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이후섭 기자] 국내 매출 `빅3`에 속하는 안랩(053800)이지만 지난해 매출액 1670억원 중 수출 비중은 3.6%에 불과했다. 지난 2016년 미국법인 설립 3년만에 철수한 안랩을 비롯해 국내 정보보안 기업들은 대기업·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해외진출 실패의 쓴 맛을 경험했다. 국내에서도 전체 4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보안시장의 절반가량을 외산 제품·솔루션에 내주고 있는 실정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언택트(비대면) 산업의 발전과 함께 보안기술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재택근무로 인한 화상회의, 온라인 쇼핑 등이 증가하면서 관련 산업들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토스·줌·닌텐도 등 굵직한 보안사고가 잇따르면서 사이버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보안산업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초연결 시대’ 도래를 기회로 삼아 수년째 정체돼 있는 국내 보안시장도 새로운 변화의 계기를 마련하고 146조원에 달하는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정보호산업협회(KISI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정보보안 매출액은 3조2777억원으로 전년대비 6.3% 증가했으나, 2018년 성장률 12.3%에 비하면 반토막난 수준이다. KISIA 매출 실태조사에 보안 제품 유통업체의 매출도 중복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업계에서는 실제 시장 규모가 2조원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가트너도 지난해 국내 시장 규모를 2조2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여기에는 외산제품 공급은 빠져있다. 전 세계 시장의 1.6%에 불과한 규모로, 이 좁은 시장에 473개의 보안 업체가 난립하고 있다.

대부분 업체들은 정부의 보호 속에서 공공부문 사업을 수주하는 데 안주하고 있다. 지난해 일반기업에 대한 매출 비중은 50% 수준에 그쳤고, 공공부문이 30%를 넘겼다.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기업 부문 매출이 전체의 95%에 육박하는 것과 비교된다. 그나마 비교적 보안에 많이 투자하는 대기업이나 금융부문에서는 외산 제품·솔루션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전체 시장의 절반에 가까운 규모를 외산 제품·솔루션에 내주고 있는 실정이라 국산 제품의 `신뢰도`를 끌어올려 시장을 되찾아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시아를 벗어나지 못했던 수출도 미국과 유럽 등 새로운 시장으로 저변을 넓혀야 한다. 현재 수출액 1000억원 가운데 일본 비중이 50%일 정도로 시장이 편향돼 있다. 최근 파수(150900)가 미국 금융그룹과 문서보안 솔루션 공급을 논의하는 등 조금씩 미국 시장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보안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국내 제품에 대한 인증 및 품질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수환 한국정보보호학회장은 “정부의 역할은 지금처럼 규제를 강화해 국내 정보보안 업체들을 보호하는 데 머물러 있지 말고, 보안업체들이 국내 대기업들과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도록 품질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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