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중립·그릇된 관행 탈피…윤석열號 향한 선배들의 당부

이성기 기자I 2019.07.20 07:30:00

봉욱 대검 차장 시작으로 선배 기수 11명 ''용퇴''
"특수·직접 수사 줄이고 민생 챙겨야"
정치적 중립 확보, 절제된 검찰권 행사 주문
"사람을 죽이는 칼 아닌 살리는 칼 돼야"

봉욱(왼쪽)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문무일 검찰총장에게 감사패를 받고 있다. (사진=대검찰청)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오는 25일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의 차기 검찰총장 공식 취임을 앞두고 선배 검사들의 ‘용퇴’가 줄을 잇고 있다. 윤 지검장이 차기 총장 후보자로 최종 지명되자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명한 봉욱(54·19기) 대검 차장검사를 시작으로 19일 조은석(54·19기) 법무연수원장까지 연수원 선배 기수 중 지금까지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11명이 물러날 뜻을 밝혔다.

정든 검찰 조직을 떠나면서 이들은 윤 차기 총장에게 정치적 중립과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당부하면서도 검찰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에 겸손하고 민생 범죄에 주력해 줄 것을 주문했다.

◇정치적 중립 확보…국민 관심사는 ‘민생’

가장 먼저 사의를 밝힌 봉 차장검사는 검찰 조직이 공안부나 특수부가 아닌 형사부와 공판부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봉 차장검사는 지난달 27일 대검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이제 국민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민생범죄”라며 “국민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범죄가 공안사건에서 특별수사 사건으로, 최근에는 아동학대와 성폭력, 살인사건과 같은 형사사건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990년대 문민정부 이후 30년 동안은 부패범죄와 기업범죄, 금융증권범죄들이 중요하게 됐다”며 “국민소득 3만불의 인권 선진국 시대를 맞아 국민들은 내 사건 하나하나가 제대로 처리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법 개정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봉 차장검사는 “올해로 제정된 지 65년이 되는 형사소송법과 70년이 되는 검찰청법도 국민의 인권과 사법적 정의를 함께 실현할 수 있도록 개정하고 보완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시대에 맞는 변화와 정치적 중립 확보에 대한 주문은 너나 할 것 없이 같았다.

이동열(53·22기)서울서부지검장은 “국민의 요구는 검찰이 부정부패 수사에서 손을 떼라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공정하며 절제된 방식으로 좀 더 제대로 수사해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고, 정병하(59·18기) 대검 감찰본부장도 “우리나라처럼 정치권력과 검찰이 서로 의존해 관계를 맺는 나라는 거의 없다. 내 편끼리 검찰을 운용하려는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7일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과거 그릇된 관행에서 탈피해야

별건수사, 무차별적 압수수색, 피의사실 공표 등 그릇된 관행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는 주문도 많았다.

지난 16일 내무망인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사의를 표명한 김기동(55·21기) 부산지검장은 특별·직접 수사를 줄일 것을 당부했다.

김 지검장은 “검찰 내에서 특별 직접 수사를 가장 많이 해본 사람으로서 특별 직접 수사는 가급적 삼가야 한다고 당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과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장, 총장 직속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 등을 지내 검찰 내 대표적인 ‘특수통’으로 꼽힌다.

김 지검장은 “수사는 개인의 삶과 국가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크고, 필연적으로 수사를 받는 사람들에게 큰 고통과 아픔을 줄 수밖에 없다”면서 “아무리 유능하고 노련한 검객이라도 많은 전투를 치르다보면 자신도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수사는 삼가고 또 삼가는 마음으로 임해야 하는 두려운 작업”이라고 절제된 검찰권 행사를 주문했다.

윤웅걸(53·21기) 전주지검장 역시 “검찰은 사람을 죽이는 칼이 아닌 사람을 살리는 칼이 돼야 하고, 갈등의 심화가 아닌 치유의 결과로 국가와 사회를 살리는 칼이 돼야 한다”면서 “환부만 정확하게 도려내는 명의(名醫)처럼, 검찰권은 문제가 있는 부분만 정밀하게 도려내는 방식으로 사회 병리현상을 치료하는데 행사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력도 ‘잘 드는 칼’을 쓰려 하다 보니 불행한 일이 많이 벌어졌다”며 “권력은 그런 욕구를 내려놓고 검사도 수사에 대해 한 발짝 떨어져서 수사지휘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윤 차기 총장의 연수원 기수 선배 가운데 남아있는 고위직은 21기인 노승권 사법연수원 부원장과 박균택 광주고검장, 한찬식 동부지검장, 22기인 김영대 서울북부지검장과 김우현 인천지검장, 박윤해 대구지검장과 양부남 의정부지검장, 차경환 수원지검장과 이영주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등 9명이다.

국제검사협회장 취임을 앞둔 황철규(19기)부산고검장, 공정거래위원장 등으로 거론되는 김오수(20기) 법무부 차관은 제외한 인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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