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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만난 김지훈 위메프 300실 실장은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치열해진 이커머스 경쟁 속에 ‘가격’을 핵심 무기로 삼은 위메프는 300실을 중심으로 어떻게 하면 더 싸게, 싼 제품을 더 많이 판매할 수 있을지 전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300실은 실질적으로 위메프의 모든 딜을 관장하는 ‘영업조직 컨트롤 타워’다. 다른 회사에서는 비슷한 부서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독특한 역할과 책무를 맡고 있다.
이름은 ‘임팩트가 큰일을 시속 300km로 완결한다’는 사내 슬로건에서 따왔지만 외부에서는 페르시아 제국의 100만 대군에 맞서 싸운 스파르타의 전사 300명을 흔히 떠올린다. 실제로 위메프 자체는 업계 1위라고 볼 수 없지만 300실만큼은 하루에도 수없이 오르내리는 ‘핫딜(Hot deal·특가 판매)’ 분야 최강자다.
1985년생인 김 실장은 이런 300실의 수장을 맡고 있다. 2011년 첫 직장으로 위메프에 입사해 7년만인 2018년 3월 300실 신설과 함께 중책을 맡았다. 위메프 내 총 22개 실 중 최연소 실장이기도 하다. 초기 10여명이었던 구성원은 어느덧 108명까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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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신설된 300실은 2016년부터 진행한 ‘특가 데이(해당 월과 날짜가 같은 숫자일 경우 진행하는 할인 행사)’ 등을 더욱 확대하고 구체화하는 데 집중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하루도 빠짐없이 특가행사를 기획, 진행했다.
특정 딜을 진행할 때에는 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통한 공격적인 노출로 고객 유입을 극대화한다. 상시 적용되는 다양한 할인 쿠폰은 협력사에 전이하지 않고 온전히 회사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이 같은 특가 행사가 이어지자 위메프 만의 독특한 쇼핑문화가 생겨났다. 어떤 물건을 구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접속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접속해 여러 가지 특가 제품을 둘러본 뒤 마음에 드는 상품을 발견해 구매하는 형태다.
평균 체류 시간이 이를 방증한다. 디지털 광고 전문기업 인크로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위메프 애플리케이션(앱) 평균 체류 시간은 144분으로 옥션(117.7분), 티몬(100.6분), G마켓(97.4분), 쿠팡(78.5분), 11번가(75.3분) 등 주요 업체를 훌쩍 뛰어넘었다.
판매자들 입장에서도 위메프에 입점하면 단시간에 많은 양의 물건을 팔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실제로 지난 1분기 위메프에서 하루 매출 1억원 이상을 달성한 딜은 전년 동기 218개보다 3배 이상 늘어난 683개로 집계됐다. 이 중 2억원 이상 딜은 319개로 전년 70개보다 4.5배 많아졌다.
단가를 조금 낮춰서라도 위메프에 상품을 제공하려는 판매자가 늘어나고, 이는 곧 특가를 경험해 본 소비자들이 위메프를 다시 찾게 하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졌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이 같은 순환구조로 인해 현재 위메프의 유입고객 대비 충성고객으로 자리 잡는 평균 비율은 35%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최저가보상제’를 전체 상품·채널로 확대한 것도 가격에 대한 일종의 ‘자신감’으로 볼 수 있다. 최저가보상제는 환금성 상품을 제외한 전 구매 상품을 대상으로 타 오픈마켓이나 종합 몰보다 가격이 비싸면 차액의 100%를, 유료회원은 200%를 이틀 내에 위메프 포인트로 보상해 주는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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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실장과 300실은 2018년 9월 테스트의 일환으로 에어팟 100개를 9만9000원에 준비했다. 많은 물량을 준비하지 못했지만 관심이 쏠리며 순식간에 완판 됐다. 이것은 위메프의 ‘특가’ 기조에 대한 인식을 심어준 기폭제가 됐다.
부정적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준비한 물량이 워낙 적다 보니 의심의 목소리가 제기된 것이다. 그럼에도 가능성을 발견한 300실은 300개, 1000개 등으로 물량을 늘려나갔다. 결국 에어팟 반값 행사는 주요 이커머스 회사라면 누구나 하는 ‘필수 딜’로 자리 잡았다.
포털 실시간 검색어 마케팅도 위메프를 알리는 데 한몫했다. 해당 키워드 검색 후 배너 형태의 ‘브랜드 검색’을 클릭해야만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는 만큼 이벤트를 할 때마다 위메프가 포털 실시간 검색어 최상위권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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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에어팟 반값행사를 더는 하지 않고 다른 방식의 공격적인 이벤트를 발굴하고 고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검색어 마케팅을 대체할 수 있도록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접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파격가 이벤트 등도 실험 중이다.
김 실장은 “이커머스 업계에서 1년에 한 자리씩 등수가 올라가는 것이 개인적 목표”라며 “고객들에게 남들이 쉽게 모방하기 힘든 가격적인 가치를 제공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성과의 개선으로도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