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폐쇄·오바마케어 폐지 '속도조절'…트럼프의 질주 왜 멈췄나

이준기 기자I 2019.04.03 07:15:20

오바마케어 폐지, 내년 대선 이후로 미뤄
국경폐쇄 발언 한층 완화
공화당 및 행정부의 '경고' 때문 풀이

사진=A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이라는 ‘정치적 족쇄’를 걷어 낸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의 ‘거침없던 질주’가 멈칫했다. 양대 숙원사업인 반(反) 이민정책의 핵심인 멕시코 국경폐쇄는 속도 조절에 들어가기로 했고, 오바마케어(ACA·전국민건강보험법) 폐지도 오는 2020년 대선 및 상·하원 선거 이후로 일단 미루기로 했다. 두 사안 모두 여당인 공화당의 전폭적인 지지 없이는 ‘정면 돌파’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밤 올린 트위터를 통해 오바마케어를 맹비난한 뒤, “공화당이 상원 장악을 유지하고, 하원을 탈환한 선거 직후 실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방미 중인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백악관에서 가진 회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가 하원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오바마케어에 대항할 공화당의 대체입법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고, 대체입법을 급조해 표결에 부쳐봤자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데다, 미국에선 보험료 이슈가 워낙 휘발성이 강한 만큼,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 역풍에 휘말릴 가능성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대선 국면에서 이 싸움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에 대한 공화당 인사들의 경고에 귀 기울인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과의 회담에 앞서 기자들에게 국경폐쇄와 관련, “안전보장이 나에게는 무역 문제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강한 국경을 갖든지 아니면 폐쇄된 국경을 갖게 될 것”이라며 “나는 완전히 준비돼 있다. 앞으로 며칠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자”고 밝혔다. 지난주 “멕시코가 남쪽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불법 이민을 즉각 중단하지 않는다면 다음 주 국경 전체나 상당 부분을 폐쇄할 것”이라는 지난주 트윗과 비교해 한층 완화된 발언으로 읽힌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멕시코의 캐러밴(중남미 이민자 행렬) 대응이 적절하다고 긍정 평가하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국경 입구 폐쇄와 관련한 모든 옵션을 살펴보고 있지만, 구체적 시간표를 놓고 일하고 있진 않다”고 했다. 멕시코 이민당국이 현재 멕시코에 접근 중인 2500여명 수준으로 불어난 과테말라 캐러밴에 대해 무력 저지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에 비춰보면, 백악관의 반응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미국 언론들은 “행정부 당국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폐쇄 위협을 누르고 있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공화당 핵심에선 국경폐쇄에 따른 후폭풍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다.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국경 폐쇄는 우리나라에 잠재적으로 재앙적 충격파를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그와 같은 일을 하게 되지 않길 희망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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