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파산 이후 위기의 한국 해운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5일 내놓은 ‘해운재건 5개년(2018~2022년) 계획’의 핵심이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날 제15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가장 든든한 지지자는 문재인 대통령”이라며 해운재건의 의지를 내비쳤다. 신규선박 건조뿐 아니라 선사들의 화물확보, 중고선박 처리 지원을 포함한 재정지원까지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지원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조선업 구조조정과 한국지엠(GM) 문제에 밀려 변방으로 내몰렸던 국내 해운업이 이번 해운재건 정책을 통해 부활의 전환점을 맞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전문가들은 “국내 해운산업이 되살아나려면 환부를 도려내지 않으면 안된다”며 “과거를 반면교사로 삼아 기업들은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금·흥아 통합, 구조조정 신호탄 돼야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상근부회장은 이데일리와 만나 “우리나라 해운업이 위기에 내몰린 데 대해 우리 기업들도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며 “똑같은 실수를 해선 안 된다. 글로벌 선사들의 위기 극복 사례 등을 통해 배우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글로벌 경기침체로 부침을 겪고 있는 글로벌 선사들은 서둘러 ‘합종연횡’을 통해 몸집 키우기를 마무리하고 운임 경쟁에 나선 상황이다.
중국은 2016년 1, 2위 선사인 코스코(COSCO)와 차이나쉬핑(CSCL)을 통합했고, 일본 해운 3사(NYK, MOL, K라인)는 컨테이너 부문을 통합한 법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를 출범시켰다. 세계 1위인 머스크는 함부르크쥐드(독일), 세계 3위 CMA CGM(프랑스)은 싱가포르의 NOL을 각각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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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국내 해운업계도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 작업에 잰걸음을 내고 있다. 중견 컨테이너 선사인 흥아해운과 장금상선은 내년 말을 목표로 컨테이너 정기선 부문 통합법인을 꾸린다. 현대상선도 두 선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아시아 노선을 공유하기로 했다.
업계 3, 4위 컨테이너 선사의 통합 노력을 두고 업계에선 중견 해운업체들의 자발적 구조조정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적 선사들은 지난해 8월 설립된 한국해운연합(KSP)을 통해 항로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다. 그 결과 한국∼일본, 한국∼동남아 항로 등에서 3개의 항로를 줄이고 11척의 선박을 철수했다.
현재 KSP에는 현대상선, SM상선을 비롯해 고려해운, 흥아해운, 장금상선, 팬오션, 남성해운, 동영해운, 동진상선, 두우해운, 범주해운, 천경해운, 태영상선, 한성라인 등 14개 국적 컨테이너 선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물동량 회복 근본 대책 미흡
한진해운 사태 뒤 급락한 대외 신뢰성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외국 선사들은 업황 위기 초기에 자국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신뢰를 쌓았다. 덴마크와 중국, 독일, 프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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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오현 SM상선 회장은 “화주를 되돌릴만한 세제 혜택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 회장은 “한진해운을 인수한 뒤 1년이 됐다. 애걸하며 영업하고 있다”면서 “해운업의 주체는 화주다. 이들이 칼자루를 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선사를 이용하면 도움이 된다는 점을 널리 알려야 한다”며 “그러면 자연스레 화주들이 돌아오고 물동량도 오를 거다. 신뢰도 덩달아 따라올 것”이라고 했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영무 상근부회장은 “문제는 정책의 지속성에 있다”며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정부의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7월 해양진흥공사가 설립되면 당장 손을 뗄는 건 아닌지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997년 외환위기(IMF) 이후 20년간 무엇을 했는지 기업인의 자성이 선행돼야 한다”며 “비상은 위기 때 나온다. 정부와 조선업계 등과 상생 발전할 수 있도록 새롭게 나아가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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