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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국내 카드단말기가 국경을 넘나들며 사기 범죄에 이용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여신금융협회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난 9일까지 총 네 차례에 걸쳐 대책을 논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확한 카드단말기 밀반출 규모를 파악할 순 없지만 이를 막아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협회, 카드사, 밴(VAN)사와 차단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과 수사 당국에 따르면 수산물 유통업자 박모(43)씨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지난해 8월 재판에 넘겨졌다. 박씨는 고모(39)씨 등과 지난해 6월 중순 중국 칭다오의 공범에게 국내 카드단말기를 전달하고 공범이 복제된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방식으로 허위 매출을 내 챙긴 부당이득의 10%를 수수료로 받았다. 박씨 일당은 같은 해 7월 11일부터 14일까지 나흘 간 25차례에 걸쳐 총 3500만원에 달하는 결제를 시도해 460여만원에 대해서는 실제 카드사로부터 승인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은 최근 경찰로부터 이와 유사한 범죄 수사에 착수했다는 통보를 받고 대응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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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보급된 거의 모든 카드단말기가 송출하는 전문(電文)에도 카드번호, CVC, 결제액, 할부기간 등 정보는 포함돼 있지만 결제 지역과 관련한 정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밴사가 단말기 설치와 유지보수를 위탁한 밴 대리점도 266만개에 달하는 가맹점을 일일이 감시할 순 없다고 손을 들고 있다.
국세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적발된 카드깡이나 위장 가맹점과 같은 신용카드 불법 행위 적발 건수는 1949건에 달했다. 2012년 1028건에서 2013년 938건으로 잠시 주춤했다가 2014년 1330건, 2015년 1382건으로 증가세다.
전문가들은 해외에서 밀반출된 카드단말기를 이용한 위장가맹점이 성행하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어질 수 있다며 경계하고 있다. 이영환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처음 접하는 사실”이라고 놀라워한 뒤 “당장 카드사나 밴사가 카드단말기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해 접속 IP(Internet Protocol) 주소로 국내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조치하지 않으면 고객이 큰 금전적 손실을 보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맹점을 계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내 카드사나 밴사는 비자, 마스터, 아멕스와 같은 해외 브랜드 카드사보다 가맹점 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는 게 국내외 위장 가맹점이 빈발하는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사법 당국 관계자 역시 “적극적으로 범행에 가담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카드단말기를 타인에게 제공하면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가맹점주에 당부했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전업 카드사 8곳과 밴사 24곳의 결제시스템과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등이 다 달라 다소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비용과 실현 가능성 등을 따져가며 논의를 계속하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금융보안 컨트롤 타워격인 금융보안원은 이 사건과 관련해 금감원으로부터 어떤 협조 요구나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즉답을 피했다. 금융보안원 관계자는 “원론적인 차원에서 카드단말기 해외 반출로 부정 사용 등 문제가 발생했다면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