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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닥다닥’ 붙은 목조 건물…쪽방·달방 화재 취약
지난 20일 종로5가 한 여관에서 50대 남성이 성매매 여성을 불러달라는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건물에 불을 질러 6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곳은 지어진 지 50년이 넘은 목조 건물이어서 화재에 취약한 구조다. 연면적이 400㎡ 미만인 건물은 화재경보기와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자체가 없어서 연면적이 103.34㎡에 불과한 이 여관 역시 기본적인 소방시설조차 갖춰져 있지 않았다.
이에 앞서 1명의 사망자를 냈던 지난 5일의 돈의동 쪽방촌 화재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좁은 방에서 휴대용 가스버너로 라면을 끓인 게 화근이 돼 불이 났고 목조 건물이라 불이 쉽게 옮겨붙었다. 방들은 다닥다닥 붙어 있어 탈출도 쉽지 않았다.
종로5가 인근의 한 달방(한 달 단위로 숙박비를 내고 묵는 여관)에 사는 김모(58)씨는 “달방이나 쪽방이나 건물이 허름하긴 마찬가지”라며 “부엌이 따로 없으니 다들 휴대용 가스버너로 밥을 지어 먹어 불이 나기 쉽다”고 귀띔했다.
실제 쪽방촌에는 소방장비가 제대로 갖춰진 곳은 거의 없다. 불이 났던 돈의동 쪽방촌에는 총 745개의 쪽방에 586명의 주민이 살고 있지만 화재 대비는 일반 소화기 192개 뿐이다. 심지어 586 명 주민 중 252명이 65세 이상 홀몸 어르신이거나 장애인이어서 만약의 사태에도 대피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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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최근 ‘쪽방촌 화재예방·재난대책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 5개 지역 쪽방 4033개를 대상으로 소방장치 설치 현황과 정상작동 여부를 살피고 부족한 소방시설을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달 말까지 자치구와 각 지역 쪽방 상담소와 협동해 현장을 점검할 예정이다. 시는 현장 점검이 끝나는 대로 화재 발생시 곧바로 자동으로 소방서에 신고를 접수하는 화재속보기와 감지기 및 소화전을 설치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쪽방 인근 도로가 좁다 보니 소방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문제도 있고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수 없는 구조의 집도 많아 우선 소화전을 만들기로 했다”며 “돈의동 쪽방촌 화재 때도 바깥에 비치된 소화전 활용도가 높았던 만큼 소화전 설치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종로 5가 화재 발생 여관과 같은 소규모 숙박시설에 대한 화재 점검도 이뤄지고 있다. 소방청은 지난 22일 전국 소방재난본부에 연면적이 400㎡ 미만인 전국 숙박시설을 대상으로 소방장비 비치 등의 현황을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연면적이 400㎡ 미만인 건물은 소방시설법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소화기 등이 비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건물 방염은 돼 있는지 출입구는 몇 개 있는지 등을 파악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 “화재시 초기진화·대피요령 교육해야”
전문가들은 소방 시설 점검 못지 않게 소화전 사용법이나 대피 훈련 등 주민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쪽방촌이나 달방은 대부분 규모가 작아 소방시설 설치 대상이 아닌 경우가 많다. 소방·대피 시설을 점검하고 부족한 시설을 보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더 중요한 것은 주민을 상대로 한 화재 교육과 훈련이다. 소화전이 있어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불이 나면 소방관이 도착할 때까지 적어도 5~10분은 걸리는데 주민이 소화전만 사용할 수 있어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