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도 아이와 부모가 즐길 수 있는 곳이 키즈카페와 실내 놀이터만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놀이문화시설부터 비영리단체와 지역 맘들이 품앗이를 해 일군 풀뿌리 문화공간까지,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장소들을 소개한다.
|
대형 프리미엄 키즈카페나 복합 키즈 테마 파크처럼 고가의 입장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모형 우주선 타기·파도넘기 등 다양한 놀이 기구들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서울시가 직영 복합체험 놀이시설로 지난 2013년 5월 최초 개소한 ‘서울상상나라’가 그 곳이다.
서울상상나라는 0세에서 만9세의 영유아와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 제공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1만 9692㎡(약 5657평) 면적에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다. 서울 광진구 능동 어린이공원 인근에 위치해 있다.
△감성이 자라나는 어린이 세상 △기획전시 △교육 놀이 시설 △함께 놀고 자라나는 법을 배우는 곳 등 4가지 테마에 맞춘 다양한 시설 및 놀이기구들을 이용할 수 있다.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오후 5시 입장 마감)까지 운영하며 만 36개월 미만 영유아는 무료, 나머지 9세 이하 아동들은 4000원(20인 이상 단체 3000원)에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지하 1층에는 ‘감성이 자라나는 어린이 세상’을 주제로 감성놀이실, 표현놀이실, 창의놀이실, 요리놀이실, 영·유아놀이실, 상상나라극장이 있다. 지상 1층은 기획전시실 ‘감수성 놀이터’와 자연놀이실, 예술놀이실, 공간놀이실 등을 갖췄다. 대형 블록을 쌓거나 오르면서 창의력 등을 키우는 대형 블록놀이 시설도 있다. 예술놀이실에서 지휘자나 디자이너 등 다양한 예술 활동을 체험해볼 수 있다.
2층에는 전래동화 ‘토끼와 자라’를 바탕으로 놀이와 함께 언어활동을 경험해보는 이야기놀이실, 우주선 조종석에서 대형 스크린을 보며 놀 수 있는 상상놀이실이 있다. 36개월 미만 영·유아 전용공간 아기놀이터 및 생각놀이터도 있다. ‘함께 놀고 자라나는 법을 배우는 곳’을 주제로 한 3층에는 문화놀이실, 과학놀이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밖에 요일별로 제공하는 다양한 체험 교육 교실을 2만원 내외의 가격에 수강할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스스로 행복을 설계하고 차이를 존중하며 배려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기를 기원하는 마음에 조성하게 됐다”며 “연령별, 주제별로 특색있게 운영되는 다채로운 교육 프로그램들로 어린이들에게 새롭고 유익한 체험을 제공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랑구청은 ‘공동육아방’을 확충해 부모를 위한 육아 정보 공유 공간과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으로 조성했다.
중랑구는 서울 내 지역구 중 가장 많은 공동육아방을 보유한 자치구다. 지난 2015년 7월 망우본동에 1호점으로 개소한 아이틔움 육아방을 시작으로 지난 7월 개소한 먹골꼬마 육아방(묵1동) 등 총 7곳의 무료 공동육아방을 운영 중이다. 장난감대여센터와 신축 어린이집, 경로당 등 공공시설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세워졌다.
공동육아방 내에는 영유아를 육아 중인 부모를 위한 유모차 주차장과 부모와 아이들을 위한 아동 서적을 비치한 미니 도서관, 장난감과 완구, 놀이기구들이 비치된 복합 실내 놀이 시설, 부모 휴게 공간, 수유실이 마련돼 있다. 아울러 지역 아동들을 위한 생일파티 공간으로도 대관하고 있다. 지난 해 총 2만 9111명의 시민들이 방문하고 올해 상반기에만 2만 4781명이 다녀갔다.
중랑구 묵동에 거주하는 주부 김연아(32)씨는 “가정 양육에 따른 놀이 공간 부족과 이웃 간 층간 소음 문제는 물론 부모들의 육아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중랑구청 관계자는 “과거에는 마을 이웃들 간 품앗이 육아가 활성화 되어 있었으나, 마을 공동체의 의미가 퇴색되고 핵가족 사회가 도래하면서 보육기관을 대체할 육아 및 놀이 공간 부족이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며 “키즈카페나 실내놀이터 등 민간 시설들이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지만 대부분 고가의 이용료를 요구하고 있어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는 부모들이 많다. 이같은 문제 의식에 공감해 공동육아방 사업을 시작했으며 앞으로 이를 더욱 확충해 지역 부모들의 육아 고충을 덜어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
비영리 여성 단체들을 주축으로 독일의 ‘마더(mother)센터’ 모델을 벤치마킹해 설립한 ‘한국형 마더센터’. 이곳은 풀뿌리 문화 공간이자 대안 육아·놀이 공간이다.
대표적 육아 선진국인 독일 역시 1980년대 초반 저출산·고령화와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영유아 공간 부족 해결을 위한 고민에 봉착했었다. 독일의 여성단체들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풀뿌리 지역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고, ‘공동육아’를 표방한 복합 문화 공간인 ‘마더센터’를 설립했다. 현재까지 ‘마더센터’의 이념을 표방한 공동육아 공간이 독일 내 약 1000곳 정도다. 시설 내 서비스 대부분을 무료로 운영하며 아이들을 위한 놀이 및 교육 공간과 부모들을 위한 교육 및 휴게 공간을 제공한다.
국내에도 마더센터 모델을 활용한 곳이 있다. 서울 관악구 난곡우체국 사거리 근처에 둥지를 튼 행복마을 마더센터다.
지난 2월 처음 문을 연 행복마을 마더센터는 저출산 시대 부모와 아이가 경제적 부담 없이 즐길 공간을 만들어주자는 취지에 공감한 비영리 여성단체 회원들이 힘을 모아 설립했다.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와서도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이 곳이 표방하는 주된 가치다. 영·유아부터 초등학생 나이의 자녀를 둔 부모들이 이 곳이 주된 고객이며 서울시와 관악구청에서 운영예산을 일부 지원한다.
김한영 행복마을 마더센터장은 “‘커피 한 잔 마시러 카페를 가고 싶은데 아이를 데리고 가면 다른 손님들의 눈치가 보여 주문하자마자 음료를 원샷하고 곧바로 나와버린다’는 부모들의 하소연에 마음 아팠다”며 “관악구 난곡동은 자녀를 둔 부모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음에도 다른 지역구에 비해 키즈카페 등 아동 시설이 부족해 고충을 겪는 부모들이 많았기에 센터를 설립해 부담을 덜어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마더센터는 별도의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1000원~2000원의 저렴한 가격에 김밥과 라면 등 스낵과 카페 시설을 즐길 수 있으며 아이들을 위한 북카페와 트램펄린 시설이 설치돼 있고 엄마들이 기부한 장난감과 놀이기구도 비치돼 있다. 이밖에 요일별로 제공되는 부모 및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들을 무료 또는 2만원 이하의 가격에 수강할 수 있다.
아이와 센터를 방문한 주부 이모씨는 “대형 키즈카페처럼 크고 멋진 장난감은 없었지만 아이와 부모를 모두 배려해주는 공간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며 “육아에 치여 사느라 대화를 나눌 상대조차 없었는데 이 곳에서 터놓고 고민을 나누고 정보를 공유할 육아 친구가 생겼다는 점은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비영리 기관이다보니 운영 과정에서 재정적 어려움은 늘 도사리고 있다. 여러 공적 지원이 확대돼 마더센터와 같은 곳들이 더욱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