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공표기간 전까지 확고한 지지율 1위를 달려온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진영도 마찬가지다. 지지율에서 다소 밀리던 다른 후보들도 마지막까지 승리를 외치는 것도 ‘막판 변수’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24시간도 채 남지 않은 제 19대 대통령 선거. 대선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4대 변수를 정리한다.
①투표율 80% 넘을까
1997년 김대중 대통령의 1기 민주정부 탄생이후 20년만에 처음으로 투표율이 80%를 넘을 것인가.
역대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한 대통령 선거는 1987년 6월항쟁 이후 치러진 13대 대선으로 89.2%를 기록했다. 1992년 김영삼 대통령이 탄생한 14대 대선은 81.9%, 1997년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된 15대 대선은 80.7%였다. 이후 16대, 17대 대선은 각각 70.8%, 63%에 그쳤고, 박근혜와 문재인이 맞붙은 18대 대선 투표율도 75.8%에 머물렀다.
전문가들은 1987년 6월 항쟁에 맞먹는 높은 정권교체 열망, 청년층과 노년층의 대립구도, 1강 2중의 다자구도 등이 투표율을 높이는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투표율이 높게 나오려면 노인층과 청년층이 대립하는 균열구조가 있어야 하고, 유권자가 느끼는 정치적 효능감이 높아야 한다”며 “촛불로 대통령을 내린 지금의 국민들이 느낄 효능감은 87년 6월항쟁때보다 더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탄핵 정국으로 정치에 대한 관심이 민주화 이후 역대 최고로 높다”며 “사전투표율이 크게 높아진 것은 젊은 층이 휴가를 앞두고 대거 몰린 영향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각 당에서는 26%를 넘는 사전투표율과 관련해 아전인수격 해석을 쏟아내고 있지만, 세대별 투표율이 공개되지 않은 이상 단순한 투표율로 유·불리를 단정짓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통상 투표율이 전반적으로 높아질 경우 5060보다 투표율이 낮은 2040의 지지를 받는 후보가 유리하다고 알려져있다. 그러나 최근 인구변화로 2030 젊은 층이 줄고, 60대이상 노년층이 크게 늘어난 점은 변수로 꼽힌다.
유권자중 60대이상이 24.4%로 가장 많고, 20대가 15.9%로 가장 적다. 50대이상 장년층은 44.4%이지만, 30대이하 청년층은 35.1%에 그친다. 결국 세대별 투표율 격차가 거의 없다면, 인구수가 많은 노년층 지지 후보가 유리한 구조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투표율 자체를 가지고 어느 후보가 유리하다, 불리하다를 말하기는 어렵다”라며 “지난 18대 대선에서 막판 투표자가 몰려 (젊은층이 지지하는) 문재인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실상은 50대가 몰리면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 경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이번 19대 대선 투표율이 80%를 넘는다면, ‘선거혁명’이라고 정의내렸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전체 투표율이 80%를 넘느냐, 문재인 후보가 50%(과반)이상 득표하느냐, 국민의당 주장처럼 안철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느냐 등 세 가지는 모두 선거혁명”이라며 “투표율 80%를 달성한다면,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의 혁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②‘특혜 채용·막말 논란’, 막판 한방은?
각 후보 진영은 막판 네거티브가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대형 이슈가 폭로되지 않으면 큰 반향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일부 부동층에게는 네거티브 공세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네거티브 공세 차단에 가장 안간힘을 쓰는 쪽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다. 공표 금지 기간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차지한 만큼 선거 막바지 변수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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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후보 측은 이에 대해 흑색선전과 공작정치라며 의혹을 일축하고 있다.
문 후보 측 김민석 종합상황본부장은 지난 6일 브리핑을 통해 “국민이 만들어갈 민주정부 3기는 역사 적폐인 공작정치, 흑색선전을 지구 끝까지 가서도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제기된 의혹이 불명확하다는 것이 드러나면 슬쩍 치고 빠진다”고 역공을 펼쳤다.
홍 후보는 자서전에 썼던 ‘돼지발정제’와 유세현장 등에서 쏟아낸 막말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그는 지난 2005년 발간한 ‘나 돌아가고 싶다’ 자서전에 쓴 ‘돼지발정제 사건’에 대해 “45년 전 있었던 그 사건은 제가 직접 한 것은 아니지만 친구가 그렇게 한 것을 못 막았다는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수차례 사과했지만 현재까지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막말 지적에 대해서도 홍 후보는 ‘서민의 언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다른 후보 측은 오히려 “서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는 입장이다.
안 후보 측은 부인 김미경 교수의 서울대 1+1 특혜 채용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지지율 하락 추세와 맞물려 상대 후보 측에서의 공격도 최근에는 눈에 띄게 잦아든 모습이다. 민주당이 이달 들어 관련 의혹을 몇 차례 제기했지만 안 후보 측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정치사회조사본부장은 이같은 네거티브 공세에 대해 “1, 2위 간 혹은 2, 3위 간 박빙 승부를 펼치는 상황에서는 영향력이 있을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적어도 10% 내외 부동층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③갈 곳 잃은 중도·보수, ‘전략적 선택’은?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이 나오면서 아직 갈 곳을 잃고 여러 후보 사이에서 떠도는 보수·중도층의 선택이 최종 선거 결과를 좌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즉, 이들이 야권·진보층으로부터 지지율이 높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당선을 막기 위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선택하느냐 보수 정당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나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에게 표를 던지냐에 따라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4일 발표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제2차 여론조사에 따르면(월드리서치, 지난달 28~29일 전국 1500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5%포인트)에 따르면 응답자의 29.2%는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전까지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부동층은 20~3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동층 유권자들의 정치적 성향은 대체로 보수·중도층으로 분석된다. 실제 사전 투표율을 보면 야권 강세 지역인 호남은 전체 유권자 462만 5365명 중 141만 911명이 사전투표에 참여해 전국 평균(26.06%)을 웃도는 사전투표율(33.08%)을 기록한 반면 보수 지지층이 두꺼운 영남권(24.92%)은 상대적으로 낮은 모습이 나타났다. 특히 ‘보수의 심장’인 대구의 사전투표율은 22.28%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중도·보수층은 홍 후보와 안 후보 사이에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여론조사 공표 금지 직전 여론조사는 두 후보 사이의 명확한 우위를 보여주지 못 했다”면서 “여기에 연휴 등으로 유권자의 관심이 선거보다는 휴가, 여행, 가족 등으로 분산되면서 파괴력 있는 전략적 선택이 일어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안 후보와 홍 후보는 ‘여론조사 깜깜이 기간’ 동안 자신이 문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는 것을 부각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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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후보는 이날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경남을 찾아 보수층 결집에 나섰다. 홍 후보는 이날 창원과 통영 유세에서 “호남에서 사전투표를 열심히 한 것은 우리에게 아주 좋은 일. 광주에서 안철수가 표를 반만 먹어주면 나는 무조건 이긴다”면서 “영남 사람들이 90% 투표에 난에게 확 몰려들면 내가 무조건 청와대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잇따라 글을 올려 “(문 후보를 앞지른) ‘골든 크로스’를 넘어 승리의 길로 가고 싶다”며 “민심은 홍심(洪心)이다. 문(文) 닫고 철수(安)하라‘는 게 요즘 유행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④沈+劉=‘15%’…文·洪·安이 받는 영향은?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최약체로 평가된다. 그러나 최근 대선 정국 끝자락에서 ‘바지막 바람’을 일으키며 무서운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두 후보가 ‘남의 표’를 가져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초조해하는 주자가 있는 반면 내심 웃고 있는 후보도 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지난 4차 TV토론에서 “동성애는 찬성이나 반대할 수 없다. 나는 이성애자지만 성소수자 자유와 인권은 존중돼야 한다” 등 ‘사이다 발언’으로 화제가 됐다. 이는 정의당 신규당원과 후원금 급증으로 이어졌다. 토론회가 끝난 뒤 이틀 동안 평소 한 달 가입자 수에 해당하는 300명이 입당 신청을 했고 전체 40%에 해당하는 후원금 2억 5000만원이 들어왔다.
유 후보도 심 후보와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바른정당 내 ‘단일화파’ 의원 12명이 지난 2일 탈당을 선언하면서 이들을 ‘철새 정치인’이라 비판하는 ‘역풍’(逆風)과 함께 유 후보에 대한 동정론이 나왔다. 이에 바른정당에도 평소 하루평균 50배인 1854명이 당원으로 가입했고 평소 20배가 넘는 1억 4700만원의 후원금이 입금됐다.
또한 여론조사를 발표할 수 없는 ‘깜깜이 기간’ 직전 두 후보의 지지율도 껑충 뛰었다. 한자릿수를 면치 못했던 심 후보는 지난 3일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11.2%를 기록했다. 유 후보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온 여론조사는 한국갤럽이 진행한 것으로 6%로 나타났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로 다른 기관에서 조사한 결과지만 두 후보 지지율을 단순 합산해 보면 17.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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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2약’의 약진에 나머지 후보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긴장하는 모양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만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정의당에 대한 지지는 다음 선거에 하셔도 괜찮다”며 “이번엔 정권 교체에 집중해주는 게 시대정신에 맞지 않나 호소드린다”고 했다. 이어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우리의 예상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며 “문 후보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내달라”고 강조했다.
우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진보 성향의 문 후보 지지자 일부가 ‘더 진보적인’ 심 후보에게 이탈하고 있는 상황을 막아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사드는 다음 정권 결정에 맡겨야 한다”, “(동성애 관련) 합법화할 생각은 없지만 차별은 반대한다” 등 문 후보의 모호한 태도에 실망했거나 ‘문 후보는 안전하니 심 후보를 도와야겠다’는 유권자들이 심 후보를 찍을 것이란 관측이 제시된다.
홍 후보의 경우 일부 보수층을 유 후보가 흡수하고 있기 때문에 “보수 적자는 홍준표다”며 우파 구심점을 한 개로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탄핵 반대파와 찬성파라는 애초 섞이기 어려운 유권자들이 각각 홍 후보와 유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터라 문 후보만큼 이탈표가 발생하진 않는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반면 안 후보는 심 후보와 유 후보의 약진을 통해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5당 후보 중 유일하게 중도 포지션을 확보한 안 후보가 뺏기고 빼앗는 ‘표 전쟁’에 끼어 있지 않아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만약 심상정, 유승민이 합쳐서 15% 이상 얻는다면 문 후보 표가 굉장히 많이 갉아 먹히는 것”이라며 “안 후보가 외연 확장성이 있기 때문에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촛불로 정권을 무너뜨린 시민들이 ‘내가 참여하면 바뀐다’는 정치적 효능감을 맛본 탓에 이번 대선 투표율은 80%는 넘을 것”이라며 “투표율이 높다는 것은 정치적 중도, 무당층의 참여가 늘어난단 뜻이고 이같은 조건도 확장성이 있는 안 후보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