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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이라 기자] “해외 외환선물거래(FX 마진거래) 업체라면서 원금보장에 월3~8% 배당금을 약속했어요. 지인으로부터 추천을 받아 의심하지 않았고 영업은 주로 채팅방을 옮겨 다니면서 했습니다. 점조직처럼 운영해 지금도 자신이 피해자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수두룩해요.”
유사수신업체 ‘맥심트레이더’에 직장 동료 6명과 함께 투자했다 2억5000만원을 날린 현직 금융회사 직원 권모씨는 이 업체가 유사수신업체라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 중간 자금모집책인 김모(45)씨는 자신들을 FX 마진거래 전문 금융기관이라며 중국에 본사를 두고 홍콩과 대만, 싱가포르에 지사가 있다고 소개했다. 또 자신들이 해외 환딜러회사(FDM) 인가를 받았고 금융감독원의 인증도 받았다고 내세워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이들의 영업창구는 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였다. 카카오톡에 단체 채팅방을 설정하고 투자현황과 세미나 일정 등을 그럴듯하게 공지했다. 기록을 최대한 남기지 않기 위해 해외 메신져인 텔레그램과 위챗 등으로 갈아타면서 채팅방을 자주 바꿨다. 이때문에 인터넷카페와 블로그, 홈페이지를 위주로 모니터링하는 금융당국의 단속망에서 피해갈 수 있었다.
권씨는 “처음 몇달은 꼬박꼬박 배당을 해줘 철썩같이 믿었다”며 “하지만 원금을 돌려줘야 하는 시기에 갑자기 주식전환을 한다고 기다리라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의심이 갔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같은 수법으로 2013년 9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400여명의 투자자로부터 200억원을 뜯어냈고 서울동부지법은 최근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혐의로 맥심트레이더 자금모집책 김모씨와 한국대표 이모(44)씨에게 각각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금융당국은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불법업체의 영업행태로 단속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한다. 사기유형은 불법 선물·옵션 거래 유형이 처음에는 대여계좌가 대부분이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불법 업체가 직접 도박장이 돼 거래소가 되는 미니선물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또 위 피해사례와 같은 FX 마진거래도 증가추세다. 특히 불법업체들은 FX마진거래 같이 일반인의 상품 이해가 낮은 맹점을 파고든다. 피해자 권모씨도 선물·옵션에 대한 지식은 전혀 없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해외 중개업자들이 한국에 브로커를 두고 불법적으로 투자자를 유치하는 사례가 많다”며 “해외 IB에 따르면 불법거래 규모가 제도권 규모(월 10만계약)의 6~7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결국 투자자들 스스로가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가는 수밖에 없다. 특정 업체와 금융거래를 하기 전에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서 제도권 금융회사 여부인지를 반드시 확인하고 ‘고수익 보장’, ‘트레이더 양성’ 등과 같은 말은 일단 의심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합법적인 금융회사는 어떤 경우에도 고수익을 보장한다면서 자금을 모집하거나 투자권유를 하지 않는다”며 “유사수신행위에 대한 문의사항이나 피해사례는 즉시 금감원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1332)에 제보하거나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