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천국 흡연지옥]서초구 '금연천국' Vs 성동구 '흡연천국'

한정선 기자I 2016.07.01 06:30:00

1~5월 흡연단속 실적 전체 1만 8187건 중 서초구가 6364건
거리흡연시설 설치도 서초구가 8개로 최다
서울시 "정책은 시가 입안하지만 실행은 자치구서 맡아 불가피"
자치구별 편차 크면 정책 실효성 떨어져..일관된 가이드라인 필요

[이데일리 한정선 기자] 서울 25개 자치구별로 이뤄지는 흡연단속 실적은 구에 따라 격차가 크다. 올 들어 5개월간 6300여건의 단속실적을 올린 서초구는 흡연자들에겐 지옥이지만 비흡연자들에겐 천국이다. 곳곳이 금연구역이고, 단속 또한 철저하다. 전임 전익철 청장 때부터 추진해온 금연정책을 조은희 청장이 바통을 이어받아 확대·강화한 때문이다. 반면 성동구 등 일부 자치구는 전담인력이 부족 등으로 인해 형식적인 단속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흡연단속건수 서초구 6364건 VS 성동구 26건

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서울 25개 자치구의 흡연 단속 건수는 총 1만 8187건이다. 자치구별 흡연단속실적은 서초구가 25개 자치구 중에 압도적이다. 서초구의 단속건수는 6364건으로 전체 단속건수의 35%를 차지했다.

서초구 최영호 금연관리팀장은 “서초구는 주민들이 건강에 관한 관심이 워낙 높아 구청에서도 간접흡연 피해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강력한 금연정책을 펼쳐오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구에 이어 노원구(2242건), 영등포구(2191건)가 단속실적 2.3위를 차지했다. 반면 성동구는 5개월 동안 단속건수가 26건에 그쳤다. 서대문구가 82건, 용산구가 86건으로 뒤를 이었다.

성동구 관계자는 “지금까지 흡연단속을 활발히 하지 못했지만 왕십리역 일대의 금연구역을 확대하는 등 금연정책 시행에 속력을 내고 있다”며 “9월부터 지하철 출입구 10m 이내 흡연 단속이 본격 시행되기 때문에 그전까지 지속적으로 흡연단속 인력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치구 관계자는 “금연구역내 흡연 단속을 강화하면 민원이 늘어난다. 선거를 치뤄야하는 구청장 입장에서 단속강화가 쉬운 선택은 아니다. 결국 지자체장의 의지가 금연정책을 좌우한다”며 “구청장이 애연가인 자치구는 금연정책 시행에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 실외 흡연구역 25개 자치구 중 8개 불과

간접흡연 폐해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금연구역 설치 못지 않게 흡연자들을 위한 흡연부스 등 흡연구역 설치를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열린 ‘2016 서울시 간접흡연 피해방지를 위한 시민대토론회’에 참석한 서울시민 13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현장조사에서 84%는 ‘실외 금연구역내에 별도의 흡연구역 설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흡연자들은 물론 비흡연자들은 금연구역만 확대해 나갈 경우 흡연자들의 금연구역을 침범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흡연구역 설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5월말 현재 25개 서울시 자치구 중 거리흡연시설이 설치된 구는 8개구 뿐이다. 설치된 흡연부스는 총 26개소다. 이중 개방형이 17개, 폐쇄형이 9개다. 폐쇄형은 밀폐된 공간이어서 담배연기가 쉽게 빠져나가지 않는 탓에 대부분 흡연자들은 개방형을 선호한다.

자치구 중 가장 강력한 금연정책을 펼치고 있는 서초구가 흡연부스 설치수도 가장 많다. 서초구는 관할지역내 인구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8개(개방형 6개·폐쇄형 2개)의 거리흡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이어 서대문구(개방형 7개), 강북구(개방형 2개·폐쇄형 1개) 순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 금연정책은 시가 입안해 추진하지만 실행은 자치구가 맡고 있어 단속실적과 흡연부스 설치 등 금연정책 실행여부는 재정상태 등에 따라 구별로 격차가 벌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자치구들이 따를 수 있는 금연정책 실행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성규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서울시가 다른 지자체에 비해 선도적으로 금연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자치구별로 금연정책의 온도차가 지나치게 다르면 정책의 일관성이 흐트러져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다”며 “시가 자치구들이 따를 수 있는 일관된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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