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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구안 내놔야 할 삼성중공업 신용등급이 ‘A+’라고?

김도년 기자I 2016.05.27 07:01:00

신평사 등급은 ''A+'', 실제 시장 수익률 반영한 등급은 ‘A-’로 형성
"대주주 삼성電, 지원의지 보이지 않아…자체 신용도 공시해야"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채권은행에 자구안을 내야 할 판인 삼성중공업 신용등급이 원리금 지급 능력이 우수한 A+ 등급이라고?’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삼성중공업(010140)의 신용등급이 실제보다 고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채권시장에서 확산하고 있다.

27일 채권·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와 NIE신용평가 등 국내 신평사들이 매기는 삼성중공업의 회사채 신용등급은 ‘A+’이지만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수익률을 반영한 채권등급(MIR·Market Implied Rating)은 ‘A-’ 수준이다. 쉽게 말해 마트에서 판매하는 ‘1++’ 등급의 한우 등심의 가격이 맛과 품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심이 생기면서 ‘1+’ 등급 가격에 거래되는 상황으로 비유할 수 있다.

크레딧시장 일각에선 삼성중공업의 자체 펀더멘털은 물론 그룹의 지원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채권은행과 정부 압박에도 대주주 삼성전자가 지원을 꺼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최종 신용등급인 ‘A+’ 안에 반영된 그룹의 지원 가능성이 고평가돼 있을 수 있다는 인식이다. 신평사들은 든든한 아버지가 버티고 있을 줄 알고 아들의 신용도를 ‘A+’로 매겼는데 선뜻 아들에게 지원하지 않으려는 아버지의 모습이 드러나면서 아들의 신용도에 대한 의구심마저 생겨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채권시장에선 자체 신용도 공시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대주주 삼성전자가 지원에 나서지 않는다면 삼성중공업이 홀로 수주 절벽에 이어 잔고 절벽을 버틸 수 있는 체력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알 수 있는 정보가 시장에 공개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법규상으로는 정부가 신평사들의 자체 신용도 공시를 금지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 재계 부담과 회사채시장 침체를 우려한 정부가 일종의 그림자 금융 규제를 만들어 규율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채권매니저는 “삼성중공업의 자체 신용도가 공시되면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수익률을 반영한 신용등급은 더욱 떨어질 수 있다”며 “투자자들은 정보가 없다 보니 더 비싼 값을 지불하고 채권 거래를 하고 있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신평사들도 삼성전자가 삼성중공업을 지원할 의지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분석한다. 한 신평사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삼성중공업을 지원할 능력은 충분하지만 외국인 주주들이 제기하는 배임 논란을 의식해 선뜻 지원에 나설 의지는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며 “다만 삼성중공업의 유동성 리스크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면 자회사 꼬리 자르기 논란에 대한 평판 리스크를 고려해 지원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다음 달까지는 조선업계에 대한 정기 신용평가를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정기평가가 끝나면 삼성중공업을 비롯해 현대중공업그룹 등 자구노력이 진행 중인 조선사들의 신용등급 하향이 현실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른 신평사 연구원은 “조선사에서 부실이 생기면 채권은행에도 직접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채권단이 미리 자구안을 제출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며 “신평사들은 조선사들이 제출한 자구안과 조선업황이 반등할 수 있는 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에선 등급 평가에 다소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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