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올해 상반기 내수시장 확대에도 불구하고 중국을 비롯한 주요 이머징국가에서의 경기 침체로 인해 국내 자동차업계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인수·합병(M&A)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와 회계법인 등 주요 M&A 매각주간사들이 국내 자동차 부품회사들을 방문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을 매각하거나 이를 인수하려는 니즈가 늘어나자 앞으로 M&A시장에 나올 매물을 탐색하고 잠재적인 인수 후보들과 직접 접촉해 계약을 따오기 위해서다.
이같은 움직임의 이면에는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에게 절대 갑일 수밖에 없는 국내 1위 완성차 업체 현대차(005380)·기아차(000270)의 요구도 자리잡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최근 부품 협력업체들에 M&A를 통해 덩치를 키우라는 주문을 자주 하고 있다”며 “워낙 많은 부품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경쟁력을 키우라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국내 자동차 생산이 신흥시장 경기 침체와 엔화·유로화 평가절하에 따른 가격경쟁력 악화 등의 영향으로 정체 국면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기아차가 부품 협력업체들에 M&A를 독려함으로써 업체들의 경쟁력 확보는 물론 업체들의 규모를 키워 비용 절감을 꾀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7월 초 발표한 ‘2015년 상반기 자동차산업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자동차 국내 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0.9% 감소한 232만1840대에 그쳤다. 수출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 줄어든 155만1982대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의 부품 협력업체들을 중심으로 M&A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에 따르면 8일 현재 총 5곳의 자동차부품 업체들이 연합회를 통해 매수자를 찾고 있다. 대부분 100억원 이상 500억원 미만의 희망 매도가를 제시하고 있는 중·소형 업체들이다. 반면 연합회를 통해 자동차 부품업체 매수를 희망하는 잠재적 인수 후보들은 총 8곳이다. 대부분 100억~1000억원 사이의 업체들을 찾고 있는 가운데 한 매수 희망업체는 1000억~5000억원 정도의 비교적 높은 매수 희망가를 제시하며 자동차 바디(차체) 제조 업체를 찾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외 대기업 가운데서도 자동차부품 업체들을 사고 팔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국내 대기업 계열의 한 자동차 부품 업체는 매각을 위한 태핑(사전 시장조사)작업에 나서기도 했다”며 “한 중국 대기업은 국내 전기자동차 BMS(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 제조업체 투자를 위해 매물을 물색 중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