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도 이같은 상황이 당장 달라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시쳇말로 ‘도찐개찐’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제 더 이상 나빠질 것은 없으며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 위기 극복 노력을 진행중인 만큼 반등의 기회가 올 것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유·석유화학, 일단 살아남자
지난 6월까지만 해도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았던 국제유가가 여름부터 하락세를 보이더니 반년만에 반토막 났다. 유가 하락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저유가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관련 제품 가격이 동반 하락하게 되는 정유·석유화학 업계로서는 험난한 인내의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다. 글로벌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수요 자체가 거의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다.
정유사들은 주력 사업인 정유 부문보다 석유화학, 석유개발, 윤활유 부문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함으로써 돌파구를 찾아나섰다. 이를 통해 살아남는 데 성공한다면 언젠가 돌아올 호황기에는 누구보다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다.
◇철강·조선·중공업, 버텨라
세계 철강 수요는 내년에도 저성장에 그치고 과잉설비 현상은 계속되겠지만 올해보다는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철광석 등 원료가격의 약세가 이어질 전망인데다가 신규설비 증설 움직임이 특별히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느린 속도지만 수요는 증가하고 있으니 공급과잉 문제도 조금씩 해소될 수 있다. 다만 중국산 수입 철강재의 영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조선업종의 경우 글로벌 경기 침체로 내년에도 선가 회복이 쉽지 않은데다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해양플랜트 발주도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대감보다는 두려움이 앞선다.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은 2014년에 사상 최악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항공·상사, 내일을 향해
항공업계는 저유가와 여행객 증가세를 발판으로 내년에 사업에 유리한 환경이 갖춰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 항공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영업손실의 아픔을 딛고 2014년 다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종합상사들은 상품가격 하락이라는 악재에 직면했지만 내년 영업실적은 양호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레이딩 부문은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지만 자원개발(E&P) 사업과 비트레이딩 부문에서 실적 개선이 점쳐진다. 대우인터내셔널과 현대종합상사는 각각 미얀마 가스전 수익 확대와 예멘LNG 배당금의 손익 반영을 통해 내년 영업이익이 올해 대비 3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HMC투자증권은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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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학 업계는 재계 주요 그룹들의 활동무대이기도 한 만큼 오너 관련 이슈 등에도 민감하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큰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리턴’ 사태가 대표적이다. 4주째 언론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이 이슈는 대한항공의 이미지에 커다란 상처를 내고 있다. 일부 교민단체 등은 대한민국의 이미지까지 손상됐다며 대한항공에 대한 불매운동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대한항공의 사명을 바꿔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유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들에서는 연일 ‘땅콩 리턴’에 대한 기사가 공유되고 댓글이 달리고 있다. 당장 대한항공의 내년 영업에 영향이 나타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새롭게 경영 전면에 나서는 오너 3세들에 대한 관심도 높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동관(31) 씨는 지난 24일 임원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하며 입사 5년 만에 임원 대열에 합류했다. 한화그룹은 태양광 계열사인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을 합쳐 태양광 셀 생산능력 세계 1위의 통합법인을 탄생시킨 가운데 김동관 상무가 한화의 태양광 사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인가가 주목된다.
정몽준 전 새누리당 의원의 장남인 정기선(31)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은 지난 10월 상무로 승진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3사의 임원 262명 중 81명(31%)을 감축하는 임원 인사를 단행하는 와중에도 상무보를 건너뛰고 상무 직함을 받았다. 2014년 사상 최악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이 정 상무의 가세로 2015년에는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 살펴볼 만하다.
한화그룹과 삼성그룹이 지난 11월에 단행한 역사적인 빅딜은 내년 상반기 중 마무리될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삼성그룹 내 방산·화학 계열사 4곳을 약 2조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로써 한화는 방산과 석유화학 부문 국내 1위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매각 기업인 삼성테크윈과 삼성토탈 직원들은 노동조합을 설립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이는한화그룹이 인수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서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