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 때 나란히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기도 했던 김기문 회장과 강호갑 회장은 각각 국내 중소·중견기업계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충북 증평 출신의 김 회장은 1955년생이고 경남 진주 출신의 강 회장은 1954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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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갑 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강 회장은 지난 2월 중견련 회장 취임 이후 중견기업 육성의 전도사를 자처했다. 특히 국내 중견기업을 독일의 유명한 히든챔피언처럼 육성, 한국경제의 허리를 튼튼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아울러 유명무실한 기구에 불과했던 중견련의 사회적 위상을 크게 높인 것도 강 회장의 공이다.
김기문 회장과 강호갑 회장은 그동안 ▲통상임금 ▲일감몰아주기 과세 ▲가업승계 등의 현안에는 같은 목소리를 내왔지만 중소기업 범위 기준 문제만큼은 선의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업계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중기 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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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중기 범위는 근로자수, 매출액, 자본금 기준이 업종별로 제각각이다. 다만 졸업기준은 업종과 관계없이 3년 평균 매출액 1500억원 이상이다. 매출액 기준으로 단순화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가 마련됐지만 결과에 따라 양측의 자존심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중기업계는 경제규모가 과거보다 커진 만큼 매출액을 기준으로 중소기업의 범위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중기 범위 기준이 줄어들면 중기중앙회의 영향력 축소도 불가피한 상황. 반대로 중견련의 경우 세 확대가 가능하다. 중견련은 중기 범위 기준 확대는 가능성 있는 중소기업을 중견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 정책 방향과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9월 추석 연휴 직전 발표된 ‘중소기업 성장사다리 정책’에서 양측은 충돌했다. 중기중앙회는 정부 정책이 이른바 피터팬 신드롬 방지보다는 현행 중견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춰 중소기업 보호·육성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중견련은 중견기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내수시장 기반 마련은 불가피한 것이라며 중소기업의 밥그릇을 빼앗는 것이라는 시각은 과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중소·중견을 각각 대표하는 김기문 회장과 강호갑 회장이 중기 범위 기준 문제를 놓고 과연 함께 웃을 수 있을까? 양측의 시각차가 여전한 가운데 두 사람의 발걸음이 점차 빨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