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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TV 상자 열어 보니 숨은보석 있었다"

류준영 기자I 2012.11.23 08:30:00

(인터뷰)최형우 판도라TV 사장
컨설팅 중 재귀가능성 확신...솔루션·플랫폼 다각화로 활로

[이데일리 류준영 기자] “시장의 여유가 점점 더 없어지는 것 같아요”

최형우 판도라TV 사장(46)은 내년도 시장전망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이는 수익이 빨리 나오지 않는다는 업계 관계자들의 질타와 언론의 뭇매를 맞았던 올해 대표적인 벤처회사 ‘카카오’의 지난 과정을 지켜본 최 사장의 견해다.

내년엔 경기 하락의 여파로 벤처기업 사정은 지금보다 더 쪼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터넷 서비스 중심의 벤처일수록 그 부침은 더욱 가중될 양상이다. 이 때문에 최 사장은 “내년엔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사업부문 별로 주도면밀하게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최형우 판도라TV 사장(사진=한대욱 기자)
최 사장이 쓰러져 가는 판도라TV의 옛 명성을 찾겠다며 사장 직함을 단 이유는 두 가지다. 정(精)과 강한 오기가 작용해서다.

최 사장은 2년전 경영 컨설턴트로 판도라TV와 첫 인연을 맺었다. 처음 6개월간은 판도라 TV 내부 구석구석을 살폈다. 이 과정에서 최 사장은 판도라TV의 재도약 가능성을 엿봤다.

최 사장은 “그때 대기업 임직원 자리냐, 판도라TV냐를 놓고 갈등을 했었다”며 “반 년간 판도라TV에서 숨어 있는 보석들을 찾아 남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컨설팅 결과보고서는 판도라TV가 전 세계 2억 개 가까이 보급된 동영상 재생기 ‘KM 플레이어’와 매달 1500만명이 방문하는 판도라TV 홈페이지, 17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N 스크린 서비스 ‘에브리온 TV’ 등의 플랫폼을 지금껏 적절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진단을 내렸다. 또 이 같은 솔루션 대부분은 내부 기술력으로 완성한 것으로 해외 수출로도 얼마든지 돈을 벌 수 있다는 대책을 내놨다.

최 사장은 “이 정도면 비즈니스 디벨로퍼(Business Developer)로서 도전해볼 만하다는 강한 오기 같은 게 발동한 것 같다”고 말했다.

더욱이 최 사장은 머문 동안 자신이 일일이 면접을 보고 새로 뽑은 38명 직원들이 눈에 밟혔다. 최 사장은 “회사 비전을 제시했던 사람이 맡은 임무가 끝났다고 떠나면 내 말을 믿고 들어온 새 직원들의 실망감이 크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판도라TV 브랜드는 대중 들에게 실패한 UCC 채널로 인식돼 왔다. 이런 브랜드에 새 옷을 입히는 게 최 사장에게 떨어진 첫 과제다.

최 사장은 “판도라TV가 유튜브에 진 게 아니냐는 인상 때문에, 새 브랜드를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곤 최 사장은 “브랜드는 하나의 생명체와 같고, 판도라TV는 단지 나이가 좀 들었을 뿐”이라며 기존 판도라TV 상호를 포기할 생각이 없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최 사장은 “다만 앞으로 나올 소셜네트워크 비디오 앱 ‘젤리캠’이나 새롭게 선보일 셋톱박스 ‘스마트박스’처럼 상품명을 다양화해 이용자들의 선입견이 서비스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 사장은 또 당분간 눈총을 받더라도 판도라TV 재귀를 위해 직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상사 유형을 따르기로 했다. 최 사장은 사장실에 있는 책상을 밖으로 빼 평직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부하직원들은 뭘 해도 사장님 눈치가 보인다. 이를 본 외부인들은 우스갯소리로 ‘천막당사’라고도 부른다.

최 사장은 “회사 경영이 안정화되고, 각 부서 본부장들이 독립적으로 경영할 수 있을 때까지는 밖에 나와 있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넓은 평수의 사장실을 마다하고 평직원들과 같은 공간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최형우 판도라TV 사장(사진=한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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