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주가는 불안의 벽을 타고 오른다'
올해 초 국내 증시를 보면서 떠오른 증시격언 중 하나다.
지난해 말 대다수 증시 전문가는 국내증시가 상반기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로존 국가의 국채 만기 물량이 올 4월까지 몰려 있기 때문에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까지 유럽 재정 위기 우려가 증시 발목을 잡을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증시 상황은 기존 전망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해 8월 초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된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더욱이 유로존 재정 위기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외국인이 올해 들어 4조3000억원 순매수를 기록하며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높이고 있다.
특히 지난 13일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프랑스를 포함한 9개 유로존 국가 등급을 하향한 직후에도 국내 증시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면서 `상저하고` 전망은 불과 1개월만에 힘을 잃고 있다.
낙관론자들은 유로존 리스크에 대한 국내 증시의 민감도가 떨어지고 있는데다 상반기에 집중될 미국과 중국의 정책 모멘텀에 기대, 2000선 탈환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관론자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낙관론자가 다시 득세하는 것은 시장 내 불안 요소가 많이 희석됐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주가가 타고 오를 `불안의 벽`이 사라지고 있는 국내 증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설 연휴 기간동안 열린 뉴욕 증시는 이틀 연속 혼조세로 마감했다.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재부각된 탓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경제전망(WEO) 보고서 수정판을 통해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에서 3.3%로 하향 조정한 것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뉴욕 증시를 보면, 우리 증시도 2000선 회복을 앞두고 쉬어가는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보인다. 아울러 이달 말 열리는 EU정상회담의와 다음달 초까지 몰려있는 이탈리아 국채만기 물량에 대한 부담도 남아있기 때문에 `당분간 지켜보자`는 투자자도 늘어날 수 있다. 현 지수대가 단기 고점일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소매판매가 7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 중국도 긴축 정책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 변동성을 나타난 이후 국내 증시는 추가 상승을 기대할 만하다.
따라서 상반기 약세 흐름을 예상하며 올초 상승 흐름 속 재미를 못 본 투자자라면 다시 한번 나타날 `불안의 벽`을 타 볼만 한 시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