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경기도 양평에 사는 김모(40)씨는 지난달 운전 부주의로 마주 오던 BMW 차량과 정면 충돌했다. BMW 차량은 앞 범퍼 등이 크게 부서졌다. 김씨는 보험에 가입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얼마 후 보험사로부터 수리비 견적을 통보받고선 눈앞이 캄캄해졌다. 무려 4300만원이나 나왔기 때문이다. 가입해 놓은 자동차 보험의 대물(對物) 한도가 3000만원에 불과해 차액 1300만원을 피해자에게 직접 물어줘야 했다.
도로에 값비싼 외제차가 급증하면서 대물 한도를 1억원 수준으로 높이는 운전자들이 늘고 있다. 대물 한도란 운전 중 남의 차나 물건에 손상을 입혔을 때 보험사가 대신 내주는 보상액을 말한다.
30일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06년 1억원을 대물 한도로 설정한 운전자 비중은 전체의 26.1%에 그쳤지만, 지난 3월 말에는 64.7%로 2.5배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대물한도 3000만원 비중은 46.9%에서 16.6%로 급감했다.
차값이 수천 만원이 넘는 외제차와의 사고에 대비해 운전자 3명 중 2명이 대물한도를 상향 조정해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는 얘기다.
◆외제차 수리비, 국산차의 3배
지난해 신규 등록한 자동차 100대 가운데 5대는 외제차였다(시장 점유율 5.13%). 2000년만 해도 외제차 비중은 0.42%에 불과했다. 거액의 수리비가 드는 외제차와의 사고에 대비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외제차 수리비는 똑같은 가격대의 국산차에 비해 턱없이 비싸다. 보험개발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6년 보험사들이 외제차에 지급한 평균 수리비는 245만3258원으로 국산차의 3배 수준이었다. C보험사 외제차 전담팀 관계자는 "외제차 부품값은 수입상, 운송방법, 환율 등에 따라 수시로 바뀌고 공장별로 가격 편차도 매우 크다"며 "오래된 외제차나 희귀차량은 해외 특정 공장에서 직접 부품을 조립해서 들여오기 때문에 수리비가 더욱 비싸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부터는 하이브리드(전기 모터와 휘발유 엔진을 함께 움직여 연료를 아끼는 차) 등 생소한 차량이 대거 수입될 예정이어서 외제차 수리비 상승을 더 부채질할 전망이다. 대형 B보험사 관계자는 "우리는 아직 신차에 대한 수리 능력이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정보를 독점한 외제차 수입업체가 더 비싼 수리비를 청구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외제차 보험에 대해 보험금 지급 제한선을 두면 국제적인 분쟁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에 별도 조치를 취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보험료 대물한도 늘리려면
대물한도를 2000만~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려도 보험료는 연 1만원 정도만 추가 부담하면 충분하다. 동부화재 김홍길 차장은 "외제차는 사고가 한번 나면 수리비로만 3000만원 이상 나오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며 "렌트비로만 하루 40만~50만원이 나가는 차(벤츠 S600)도 있기 때문에 대물한도는 가급적 1억원 정도로 높이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보험 갱신이나 가입시 보험사 측에 대물한도를 올려서 설계해 달라고 요구하면 된다.
삼성화재 남승민 과장은 "일부 운전자들은 1억원도 불안하다며 2억원, 심지어는 5억원에 가입하기도 한다"고 했다. 대물한도 1억원도 결코 안전지대는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물한도 1억원에 가입한 20대 여성이 지난달 개인 돈 9000만원을 추가로 더 물어내는 사고가 있었다. 이 여성 운전자는 자신의 차(쏘나타)로 서울 강남의 갤러리아 명품관을 들이받았는데, 당시 매장 안에는 각각 7억원, 9억원인 롤스로이스 차량 2대가 전시돼 있었다고 한다.
이 여성이 유발한 사고로 유리조각 파편이 뿌려지면서 차량에 작은 상처들이 생겼고, 나중에 수리비로만 1억9000만원이 청구됐다고 한다. 보험사에 따라 다르지만, 대물한도는 최대 10억원까지 가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