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백화점들이 ‘토종 명품’ 유치전(戰)을 벌이고 있다. 희소하고 고급스런 토산품으로 경쟁사 매장과 차별화할 수 있고, 단골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고객들로서는 서울에서는 좀체 맛보기 어려운 제품을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다. 또 추석을 맞아 주위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할 선물로도 제격이다.
◆명품 한우 ‘칡소’를 아시나요
롯데백화점은 올 추석 ‘칡소’라는 명품 쇠고기를 판매한다. 몸에 칡 덩굴처럼 얼룩 무늬가 있는 칡소는 전국에 수백 마리밖에 없는 희귀 소. 일반 한우에 비해 맛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듣고 수소문 끝에 충남 논산의 한 농가와 계약을 맺고 올 추석에 6마리 정도의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가격은 일반 한우에 비해 20% 정도 비싸다.
롯데백화점은 또 이번 추석을 맞아 화각(華角)함에 최고급 한과를 담은 선물세트를 단 2개만 준비했다. 화각함은 한우 황소 뿔로 만든 작품으로, 경기 무형문화재 한춘섭씨가 만들었다.
◆서울에 상륙한 천안 호두과자
현대백화점은 천안 호두과자의 원조로 꼽히는 ‘학화호두과자’를 최근 무역센터점에 유치했다. 40개들이 한 상자가 1만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이 매장 앞에 줄을 설 정도다. 학화호두과자는 고(故) 조귀남 할아버지와 심복순(94) 할머니 부부가 1934년 처음 만든 후, 천안지역 내 판매만 고집해 온 지역 명물. 호두모양 틀과 제조법을 개발해 한국인은 물론 일본인에게도 큰 인기를 끌었다. 해방 이후, 강생회(홍익회 전신)에 납품하며 기차여행의 별미가 됐다.
◆귀한 어란을 확보하라
현대백화점은 또 해양수산부로부터 어란 제조부문 명인 1호로 지정받은 김광자씨가 생산하는 ‘영암어란’을 상품화해 지난해 추석부터 한 쌍 15만~40만원에 단독 판매하고 있다. 영산강 포구에서 잡은 참숭어 알로 만드는데, 5월에만 생산할 수 있고 날씨에 따라 생산이 좌우되기 때문에 물량이 귀하다고 한다.
◆두 배 비싼 맏며느리 된장… 그래도 잘 팔린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점과 강남점에서 전담 담양군 장흥 고씨 종갓집의 맏며느리인 기순도씨가 만드는 ‘기순도 된장’을 판매하고 있다. 350년 전통을 지닌 이 된장은 지하 130m에서 끌어올린 암반수와 구운 죽염을 사용, 대대로 내려온 전통방식으로 만든다. 400g에 6500원으로 일반 된장에 비해 2배 이상 비싸지만, 올해 상반기 월평균 4000만원어치가 팔려 나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매출액을 기록 중이다.
◆토속 명품 유치 위해 전국 돌아다녀
콧대 높은 백화점들이지만, 토속 명품 유치에 애를 먹고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생산자의 고집을 꺾는 것. 재래식 생산방식을 고집하며 백화점 납품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학화호두과자를 유치한 현대백화점 식품팀 최태주(34) 바이어는 “생산자인 심복순(94) 할머니가 ‘천안을 벗어나면 이미 천안 호두과자가 아니다”라며 입점을 거부해 열 번 이상 찾아가 설득했다”고 말했다.
칡소도 전국의 사육 두수가 적어 정육으로 제품화가 가능한 개체를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다고 한다. 종갓집 재래식 부엌에서 생산되는 음식을 상품화할 때, 간혹 위생설비가 기준에 못 미쳐 들여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자유롭게 영업하다가 백화점에 들어가면 여러 가지 제약을 받을 수 있어, 토종 명품들이 입점을 꺼린다”며 “하지만 일단 들어오고 나면 서비스 수준도 높아지고 고객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