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우의 4언절구]LG와 마해영의 동상이몽

정철우 기자I 2007.06.06 12:43:11
[이데일리 정철우기자] LG 트윈스와 마해영이 갈등을 겪고 있다. 마해영은 "2군 경기에도 뛰지 못하고 있다. 다시 뛸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은 너무하다"며 구단에 방출을 요구한 상태다.

그러나 LG는 마해영의 요구를 받아 줄 생각이 없다. "지금까지 기회는 충분히 줬다. 2군에서라도 나아지는 모습을 우선 보여야 한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마해영은 2군에 내려가기 전 11경기에 나서 32번의 타석에서 28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타율이 1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7푼1리다. 2군 성적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35타수 3안타로 8푼6리에 불과하다.

'기회'의 의미를 바라 보는 시각의 차이가 문제의 핵심이다. 마해영은 '11경기 32번의 타석'이 자신을 보여주기엔 턱없이 부족하다고 여기고 있다. 반면 구단과 코칭스태프는 그 정도면 판단의 근거로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마해영은 1군 엔트리서 제외되기 전 "그 어느해보다 많은 훈련을 했고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 걱정은 팀이 나를 오래 기다려주지 못할 것 같다는 점이다. 조금 더 '기회'를 준다면 잘 할 자신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구단의 입장은 다르다. 아니 대다수 관계자나 팬들의 생각도 LG 구단의 생각과 엇비슷한 것이 현실이다.

LG는 당초 마해영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 2005시즌 뒤 핵심 불펜 요원 장문석을 내주고 영입할 때만 해도 양측은 매우 뜨거운(?) 사이였다. LG는 마해영이 우승 청부사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었고 마해영은 2006시즌 전 "여러 팀을 다니며 쌓인 노하우가 있다. 올해 LG는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자신은 물론 팀 성적까지 자신했다.

그러나 마해영은 지난해 80경기에 나서 타율 2할7푼 28타점을 기록하는데 그쳤고 팀도 꼴찌로 추락했다. 마해영은 세대교체의 바람에 밀려 후반기엔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2006시즌 뒤 한차례 갈등을 빚기도 했다. LG는 마해영을 쓸 마음이 사라졌다면서 시장에 내놓았다. '방출 예고'로 알려졌지만 사실상 공개 트레이드를 추진했던 것이다. 그러나 신임 김재박 감독이 "마해영은 필요한 선수"라고 규정지으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마땅한 1루수 요원이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이 결정의 주된 이유였다.

밀월의 또 다른 시작이었지만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마해영의 타격감은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고 최동수의 상승세와 엇갈리며 결국 다시 파국을 맞았다.

선수들은 언제나 '기회'에 목마르다. "여유있게 뛸 수 있는 시간만 주어진다면...'은 주전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선수들의 바람이다. 반면 구단은 물론 코칭스태프의 '기회'에 대한 기준은 언제나 선수들의 희망보다 적기 마련이다.

그러나 2군에서의 기회라면 얘기가 좀 달라질 수 있다. 마해영은 "2군에서도 제대로 뛰지 못하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2군에서 뛸 기회마저 주지 않는 것은 너무 냉정한 결정일 수 있다.

LG와 마해영이 상생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까. 미움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다시 한번 생각해주길 바라는 건 지나친 감상주의일까.

동상이몽(同床異夢)

옛중국의 동상이란
같은침대 쓴다는말
한침대에 누웠으면
피보다도 진한사이

손맞잡은 우승언약
불과1년 지난후에
서로에게 칼겨누며
딴꿈만을 꾸고있네

혈육끼리 갈라서면
남남만도 못한대도
지난애정 돌이키면
씁쓸한맘 남게되네

너잘났다 나잘났다
옳고그름 따지기전
처음만나 순수했던
초심다시 새겨보길

주(註) : 동상(同床)이 중국의 원 뜻으로는 '같은 잠자리'를 의미하는데서 착안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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