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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가 28일 국회 기획재정위 종합감사에서 내놓은 올해 세수결손 추산액 29조 6000억원의 대응 방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기금 가용재원 활용이다. △공공자금관리기금 4조원 안팎 △외국환평형기금 4조~6조원 △주택도시기금 2조~3조원 △국유재산관리기금 등 3조원 안팎으로, 최대 16조원 규모다.
먼저 눈에 띄는 건 외평기금 활용이다. 공자기금에서 외평기금으로 보낼 예탁금 가운데 최대 6조원을 줄이겠단 구상이다. 작년에 56조4000억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하자 공자기금에 조기상환하는 등의 방식으로 20조원을 투입한 데 이어, 또다시 외평기금을 세수결손 대응의 핵심카드로 쓰겠단 것이다.
이는 지방 교부세·금 삭감 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해석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월 26일 기재위 현안보고에서 “(세수결손 대응을 위해) 외평기금을 추가로 활용하진 않겠다”고 했지만 한달 만에 말을 바꿨다.
환율방어 등 외환방파제 역할을 하는 외평기금을 2년 연속 손대겠단 정부 방침에 야당은 강력 비판했다. 미국 대선 등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게 주이유다. 이에 기재부 측 관계자는 “최근 환율 때문에 우려도 나오지만 환율이 오른 상황에서 필요한 부분은 원화이지 외환이 아니기 때문에 외환 시장 안정화 역량은 충분하다”고 했다.
주택도시기금 활용 방안은 올해 처음 나왔다. 주택도시기금은 공공임대주택 건설과 서민의 주택 구입 및 전·월세 대출 등을 지원하는 기금으로, 청약저축이 대표적인 재원이다. 서민이 청약저축을 부어 마련한 이 기금 중 현재 10조원가량이 공자기금에 예탁돼 있는데 최대 3조원을 추가해서 쓰겠단 게 정부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잠시 빌려줬다 돌려받는 것이라 결국은 받을 돈”이라며 “청약통장 월 납입인정액이 10만원에서 25만원으로 늘어 여유재원은 충분한 수준으로 2조~3조원을 공자기금에 잠시 예탁해도 건전성엔 큰 문제 없다”고 했다.
그러나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여유재원을 연기금 투자풀에 쓰면 보통 5.5% 이자를 받지만 공자기금으로 빌려주면 (3%대인) 국채금리 정도 받으니 정부가 주택기금의 역마진을 자초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 국가 재정부담, 올해도 지방에 전가
정부는 작년 18조 6000억원 삭감에 이어 올해도 지방 교부세·금 6조 5000억원을 집행 보류키로 하면서 지방재정은 또 한번 타격을 입게 됐다.
국세와 연동돼 자동으로 줄어드는 지방교부세·금은 9조 7000억원을 감액해야 하는 상황이나, 정부는 지자체 재정 여건을 고려해 지방교부세 2조 1000억원, 교육교부금 1조 1000억원 등 총 3조 2000억원은 교부하기로 했다. 지자체에 재정안정화기금 등 7조원 수준의 자체 가용재원 활용 여력이 있고 부동산거래 회복에 지방세수도 나아지고 있단 점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비상금 격인 재정안정화기금 예치금 잔액이 작년 결산 기준 0원인 기초자치단체 17곳 등을 포함해 중앙정부에 대한 재정의존성이 높은 곳일수록 충격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야당에선 ‘지자체에 지방채를 발행하라는 빚 떠넘기기 의도’란 성토도 나왔다.
더군다나 교부세 미교부는 현재 법률 위반 논란에도 싸여 있다. 국가의 재정부담을 지자체에 넘기기 말도록 한 지방자치법을 위반했단 게 야당 측 주장이다. 작년 참여연대·민변 등 시민단체는 지난해에 정부의 교부세 미교부에 반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세수결손 대응책 마련에 있어 국회 논의를 강조해왔던 야당에서 정부의 대응방안 전반에 비토 의견을 내면서 한동안 진통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야당은 내수부양을 위한 추경, 잇단 대규모 세수결손과 대응을 둘러싼 재정청문회 개최도 거듭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