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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무역거래 악용 자본시장 교란행위, 정보·공조로 막는다

박진환 기자I 2023.11.16 06:00:00
고광효 관세청장
[고광효 관세청장] 최근 주가 조작, 불법 공매도 등의 교란행위로 인해 자본시장이 시끄럽다. 기업이 회계장부를 조작하거나 실체가 없는 거래를 허위로 만들어 불법 자금을 조성하더라도 투자자들이 이를 아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가 짊어진다. 이러한 피해로부터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이 노력하고 있는 건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관세청이 자본시장에서 불법행위를 근절한다고 하면 많이들 의아하게 생각할지 모른다. 관세청이 왜 자본시장 교란행위를 단속할까?

그 이유는 무역거래에 있다. 범죄를 계획하는 이들은 외국과의 무역거래가 국내거래에 비해 허위·불법 거래 추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노린다.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수출입거래와 가격을 조작해 부풀린 수출매출을 기업공개(IPO) 단계에서 투자자를 모집하거나 이미 상장된 업체의 주가 부양에 악용하는 것이 대표적인 불법 사례이다. 관세청은 수출입 물품의 통관 및 밀수출입 단속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조직으로서 무역을 통해 국경을 오가는 거래대금을 추적해 불법외환거래, 자금세탁 등 무역경제범죄를 종합적으로 단속한다. 특히 가상자산 관련 범죄, 보이스피싱 수익금 환치기, 공공재정 편취 등과 함께 주식시장과 관련된 범죄를 관세청의 외환분야 4대 중점 단속 대상 중 하나로 선정해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있다. 실제 관세청은 주식시장 상장을 목적으로 폐기대상인 IC칩을 홍콩 소재의 페이퍼 컴퍼니에 고가로 수출한 후 다시 동일한 물품을 국내에 수입하는 회전거래를 반복해 수출매출을 부풀린 기업을 적발했다.

단속의 핵심 키(Key)는 정보와 공조이다. 무역거래상 이면에 있는 혐의를 발견하고, 그 자금흐름을 끝까지 추적하기 위해서는 관세청이 보유한 수출입 데이터는 물론 외국 관세당국 및 금융정보분석원(FIU), 금융감독원, 국세청 등 유관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방대한 정보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관세청은 금융감독원과 2013년 불법외환거래 단속 등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공받은 의심업체 정보를 조사하고 그 결과를 공유한다. 또 국세청과는 역외탈세 정보교환을 위한 협약을, 수출입은행 등 금융기관과는 무역금융사기 관련 정보교환을 위한 협약 등을 체결해 업무수행 중에 발견한 불공정거래 혐의정보를 상호교환한다.

지난 1일 열린 한국-홍콩 관세청장 회의에서는 국제금융범죄 및 마약 공동 단속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국은 무역범죄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 시 공동수사하는 등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국제금융범죄에 홍콩 소재의 페이퍼컴퍼니가 많이 이용되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협약을 통해 확보한 페이퍼컴퍼니의 정보를 우리 혐의업체 정보와 교차분석할 수 있게 된다면 무역범죄를 근절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관세청은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반의 무역금융사기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관세청은 해외거래 자료, 국내기업 재무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우범거래를 포착하고 무역금융범죄를 적발할 수 있다. 관세청은 점점 진화하는 자본시장 범죄수법에 대응하기 위해 우범거래업체 정보와 단속 결과를 관련기관과 공유하는 등 기관간 공조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으로 투자자를 울리는 불법업체가 시장에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해 자본시장이 본연의 순기능을 더욱더 원활히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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