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만 해도 1년에 6건 뿐이었던 투자의견 ‘매도’ 리포트가 올 들어 상반기도 채 지나기 전에 5건이나 나오자 박기현 한국IR협의회 리서치센터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증권사에서 매도 리포트는 사실상 쓰기 불가능한 구조”라면서 “애널리스트들이 상당한 용기를 가지고 매도 리포트를 쓰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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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센터장이 ‘매도 리포트를 쓸 수 없는 구조’라고 진단한 데는 이유가 있다. 법인영업 측면에선 해당 종목을 들고 있는 운용사와 얼굴을 붉힐 수 있고, 기업금융(IB) 측면에선 연관된 딜을 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매도 리포트가 공개되는 순간 “주가 잘 가는데 왜 제동을 거느냐”는 성난 개인투자자들의 항의에 맞닥뜨리기도 한다. 박 센터장은 “그런데도 매도 리포트를 쓴다는 건 밸류에이션 부담이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시장에 속도 조절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도 리포트는 필요하다”고 짚었다.
다만 앞으로도 매도 리포트 발간이 활발해지기는 쉽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2차전지 소재 기업인 에코프로(086520) 매도 리포트를 쓴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이 금융감독원 서면 질의를 받게 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애널리스트가 공매도 세력과 결탁한 것 아니냐”는 개인투자자들의 민원에 맞닥뜨린 것. 박 센터장은 “증권사 수익 구조뿐 아니라 시장이 아직 매도 리포트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며 험로를 예상했다.
그렇다고 투자의견 ‘매수’ 일색 리포트가 바람직할 리 없다. 박 센터장은 “있는 그대로의 밸류를 적정하게 측정해 매도 혹은 매수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강제적으로 매도 리포트를 쓰게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증권사 리포트를 향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지금, 독립리서치가 커져야 증권사 견제세력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센터장은 “독립리서치가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매도 리포트를 쓰면 모두가 저 종목을 좋게 보는 건 아니라는 메시지를 투자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며 “증권사 리서치센터도 마냥 매수 의견 일색인 보고서만 쓸 수는 없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리포트를 유료화해서 분석의 질을 높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재는 대형 증권사가 대형주를, 독립리서치가 시가총액 5000억원 이하 스몰캡 기업들 보고서를 쓴다면, 앞으로는 독립리서치도 대형주를 분석하며 객관적인 투자의견을 제시해야 보고서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