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 스튜디오. 작곡가 김효근의 가곡 ‘내 마음에 아이가 산다’가 연습실에 울려 퍼졌다. 배우 윤영석이 부르기 시작한 노래는 앙상블 배우들의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지면서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서정적인 가사처럼 따뜻한 분위기가 연습실을 가득 채웠다.
|
작품은 유명 사진작가이자 유튜버로 활동 중인 태경이 우연한 계기로 과거의 자신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대학 시절 학보사 사진 기자로 활동하던 과거의 태경과 이탈리아 국제음악제 출전이 꿈인 성악가 지망생 선우의 숨겨진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흥미롭게 펼쳐진다.
이날 연습실에서 미리 본 ‘첫사랑’은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느껴졌다. 태경이 과거의 자신을 만나기 위해 90년대 명동으로 떠나는 장면이 특히 그랬다. 안테나를 뽑아 써야 하는 핸드폰과 최신 스마트폰, 스케치북과 태블릿 PC 등 세월을 느끼게 해주는 소품의 대비가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작품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음악 또한 ‘가곡은 고리타분하다’는 편견을 깨게 했다. 연애 숙맥인 과거의 태경이 당돌한 선우 앞에서 쩔쩔 매는 모습, 현재의 태경이 그 모습을 멋쩍은 듯 바라보는 장면처럼 풋풋하면서도 아련한 첫사랑의 감성이 작품 곳곳에 녹아 있었다.
|
연습실에서 만난 배우들은 “아름다운 가곡처럼 힐링이 되는 뮤지컬”이라고 입을 모았다. 윤영석은 “처음 연습할 때 들은 느낌은 ‘마라탕’ 같은 작품이 많은 뮤지컬계에서 흔치 않은 ‘평양냉면’ 같은 뮤지컬이었다”며 “맛은 밍밍하지만 먹고 나면 불쑥 생각나는 평양냉면처럼 ‘첫사랑’도 2막에선 보는 이의 가슴을 파고드는 정서가 있어 한 번 보고 나면 계속 생각나는 작품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주크박스 뮤지컬과 달리 13곡의 가곡이 하나의 극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점도 배우들이 꼽은 ‘첫사랑’의 관람 포인트다. 변희상은 “주크박스 뮤지컬은 기존의 곡을 드라마에 녹여내기 위해 억지스러운 설정을 필요로 하는 경우도 많은데, ‘첫사랑’은 첫 연습부터 대본과 노래가 잘 녹아들어 있어서 가곡의 힘을 느꼈다”고 말했다. 양지원은 “누구나 공감할 가사라 위화감이 전혀 없는 작품”이라며 “주옥 같은 노래를 관객에게 많이 알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첫사랑’은 민간 제작사가 아닌 공공기관에서 제작하는 작품으로 공연기간은 다소 짧다. 다음달 2일부터 4일까지 3일간 총 4회 공연을 예정하고 있다. 김지훈은 “많은 관객들이 ‘첫사랑’을 통해 살면서 찬란하게 빛났던 순간의 기억을 다시 떠올리면 좋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