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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옛날이여'…아이돌 명가 DSP의 쓸쓸한 퇴장

김성훈 기자I 2022.02.05 09:30:00

DSP미디어, RBW에 경영권 매각
젝스키스·핑클 히트로 한시대 풍미
시장 영향력 약해지며 쓸쓸한 퇴장
DSP 보유한 IP·음원 경쟁력 여전
NFT·메타버스등 신성장동력 육성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IMF의 여운에 세기말 분위기가 더해져 흉흉히던 1999년 5월 어느 날, 무대에 선 네 명의 소녀가 있었다. 많은 남학생들이 밤잠을 설쳤던 순간의 시작도 이때쯤일 것이다. 1세대 아이돌그룹 핑클의 2집 타이틀곡 ‘영원한 사랑’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당시가 눈에 선할 것이다.

“영원한 사랑을 약속해달라”는 핑클의 노래 가사는 지금도 적잖은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핑클이 몸담았던 소속사 DSP미디어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새 주인에 매각되며 쓸쓸한 퇴장을 알렸다.
핑클이 몸담았던 소속사 DSP미디어는 과거의 영광을 뒤로한 채 새 주인에 매각되며 쓸쓸한 퇴장을 알렸다. (이데일리DB)
시작은 지난달 26일 인수합병(M&A)을 알리는 내용의 공시였다. 젝스키스와 핑클을 데뷔시키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연예 기획사 DSP미디어가 걸 그룹 ‘마마무’로 유명한 연예 기획사 RBW(알비더블유(361570))를 새 주인으로 맞는다는 소식이었다.

RBW는 최미경 DSP미디어 대표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39.13%를 90억3208만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산술적으로 전체 기업가치를 약 230억 규모로 인정받은 셈이다. 연초부터 수천억대 M&A가 줄 잇던 상황임을 감안하면 큰 규모의 인수라고 분류하긴 어렵다.

과거 경쟁구도를 펼치던 연예기획사인 에스엠(041510)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도드라진다. 지난 4일 종가기준 에스엠의 시가총액은 1조5993억원에 이른다. 한때 양강구도로 아이돌그룹 경쟁을 펼치던 두 회사 규모는 수십년이 지난 현재 70배 가까이 벌어졌다.

DSP는 지난 1991년 이호연씨가 대성기획이라는 이름으로 설립한 회사가 첫 시작이다. DSP는 혼성그룹 ‘잼’을 시작으로 젝스키스와 핑클, 이효리(솔로), SS501, 카라 등을 배출하며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에스엠과 견줄 정도의 경쟁력을 뽐냈다.

핑클이 영원한 사랑을 발표한 1999년 2월 법인을 다시 설립하며 DSP엔터테인먼트로 사명을 변경했고 2006년 3월에는 2섬유원단 제조 업체인 호신섬유주식회사의 인수합병을 통해 코스닥시장에 우회 상장하기도 했다.

꾸준히 인기 가수를 데뷔시키며 톱 연예기획사의 길을 걷던 DSP가 부침을 겪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소속가수의 무리한 해외 진출 시도와 새 먹거리 확보를 위해 추진했던 드라마 투자 실패에 따른 상장 폐지, 설립자인 이호연씨의 건강 악화에 따른 경영 전략 부재 등이 차례로 맞물린 결과로 보는 의견이 적지 않다.

DSP는 혼성그룹 ‘잼’을 시작으로 젝스키스(사진)와 핑클, 이효리(솔로), SS501, 카라 등을 배출하며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에스엠과 견줄 정도의 경쟁력을 뽐냈다. (이데일리DB)
이후에도 아이돌 그룹을 꾸준히 내며 재건을 노렸지만 회사의 내우외환이 장기화한데다 JYP Ent.(035900), YG엔터(122870), 하이브(352820) 등이 인기 아이돌을 차례로 히트시키며 시장 내 영향력이 약화된 부분도 부정할 수 없다. 최근까지도 걸그룹 에이프릴 등으로 과거 영광 재현을 노렸지만 각종 구설수에 노출되며 결국 매각이라는 결말을 맺게 됐다.

끝이 있으면 새로운 시작도 있는 법. 새 주인에 오른 RBW가 DSP를 인수한 이유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유는 앞서 언급한 ‘과거의 영광’에 답이 있다.

RBW가 DSP미디어 인수에 나선 배경에는 음원 IP 관련 신사업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DSP미디어가 현재 음원 시장에 유통한 음원 IP(지적재산권)은 1000여곡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의 곡이 꾸준히 거론되는 히트곡들이다. 가요계에서 히트를 쳤던 명곡들을 아카이브(누적콘텐츠)로 흡수하는것 만으로도 여러 신사업을 접목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RBW는 나아가 DSP미디어가 보유한 음원 IP를 바탕으로 음원 IP 신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단순히 저작권 수입에 그치지 않고 최근 관심이 뜨거운 NFT(대체불가능토큰) 굿즈 제작에도 적극 나설 전망이다. 이를 위해 RBW는 음원 소비 촉진 및 부가 수익 창출을 위한 자체 콘텐츠 마케팅 엔진 개발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한때 대세였던 DSP미디어의 IP와 브랜드를 인수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다. IP 확보를 위한 M&A가 주 목적이지만 아이돌그룹 문화를 이끌어온 선두주자 브랜드 이미지를 계승한다는 점도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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