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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물가라는데…쌀·고기·양파·달걀에 과자까지 안오른게 없다

이윤화 기자I 2021.02.03 00:00:00

장바구니 물가 오르는데 소비자물가지수는 '0대'
밀·옥수수·대두 등 국제 곡물가격 상승 지속 예상
식품·외식물가도 껑충..애그플레이션 전조 가능성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40대 주부 김모씨는 설 연휴를 일주일 앞두고 벌써부터 상차림 비용이 걱정이다. 조금이라도 비용을 아껴보고자 농수산물도매시장을 이용하지만 대형마트와 별반 큰 차이가 없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1000원 후반대였던 애호박은 1개에 3000원대로 가격이 두 배 넘게 올랐다. 평년 가격과 견주면 30% 이상 오른 것이다. 요리 재료 중 가장 많이 쓰이는 달걀은 특란 10개 도매가가 1800원대로 평년 대비 83% 이상 급등했다.

편의점에서 한 시민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
소비자물가 상승폭은 넉 달째 0%대로 저물가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명절을 앞두고 농·축산물 등이 10% 안팎 급등한 데다 가공식품과 외식물가까지 오르면서 가계가 느끼는 체감물가는 천정부지다. 전반적인 식료품 가격 상승이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의 전조현상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애그플레이션은 ‘농업’(agriculture)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농산물 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를 끌어올리는 것을 의미한다.

◇안 오른게 없는 밥상물가…파·양파 60~70% 폭등

2일 통계청의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79로 1년 전보다 0.6% 상승했다. 소비자물가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지난해 9월 1.0%로 올라선 이후 10월 0.1%, 11월 0.6%, 12월 0.5%를 기록했다.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는 0%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물가 조사 품목 중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아 가격 변동을 민감하게 느끼는 품목으로 구성한 생활물가는 상승 흐름이다. 지난달 0.3% 올라 작년 9월 이후 4개월 만에 플러스 전환했다.

지난해 태풍·장마 등 기상 요인에 의해 가격이 급등한 채소·과일 등 신선식품은 9월 21.5% 오른 이후 12월까지 4개월 연속 두 자릿수대 상승폭을 보였고, 1월에도 9.2%가량 올랐다. 장마로 생산량이 부진했던 파(76.9%), 양파(60.3%)가 급등했고, 사과(45.5%), 고춧가루(34.4%) 등도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쌀 생산량 감소(연간 -6.4%)로 인해 곡물 가격도 9.5%(2019년 7월 10.6% 이후 최고) 올랐고, 가금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과 코로나로 가정식 수요가 늘어난 축산물도 11.5%(2014년 6월 12.6% 이후 최고) 오름세를 보였다. 돼지고기는 18.0%, 국산쇠고기 10.0% 각각 올랐고 AI 확산 여파에 달걀 값도 15.2% 상승했다.

이준범 기재부 물가정책과장은 “지난해 태풍과 장마 등으로 인해 채소와 과일 값이 많이 올랐다. 1년에 한 번 밖에 수확할 수 없는 사과, 배 등은 수입 대체가 어렵고 비축 물량을 최대한 많이 푸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주요 곡물 국제 가격 현황. (자료=마켓포인트)
◇식품·외식물가도 도미노 인상…정부 “수급 여건 개선”

국제 밀, 옥수수 등 곡물 가격이 상승하면서 라면·빵·과자 등도 줄줄이 가격이 오르고 있다. 1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에 따르면 부셀당(27.2㎏) 대두 선물가격은 13.7달러로 전년대비 50% 가까이 올랐고, 옥수수 가격도 5.49달러를 기록해 42% 상승했다.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등으로 국제 밀 선물 가격 역시 2014년 12월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의 밀 선물은 부셸당 6.51달러에 거래됐다.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으로 급감했던 중국 돼지사육두수가 지난해 6~7월부터 강한 회복세를 보였는데, 이에 사료용 곡물 수요가 증가하면서 전반적인 곡물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지난해부터 원물 가격이 상승하자 가공식품 가격과 외식물가도 줄인상 흐름이다. 라면 가격은 지난달 0.7% 올라 작년 4월(2.1%) 이후, 두부는 5.9% 상승해 2013년 11월(7.1%)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이에 CJ제일제당·오뚜기가 즉석밥 가격을 7~8% 가량 올렸고, 뚜레쥬르도 빵 90종 가격을 평균 9% 올렸다. 풀무원·샘표식품·동원F&B 등 주요 식품제조업체들이 가격을 올린데 이어 롯데리아·아웃백 등 외식브랜드도 가격을 올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등한 국제 곡물가격 여파가 이어지고 있어 식료품 등 식탁 물가가 더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곡물 가격 상승이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애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제기된다”면서 “특히 옥수수와 밀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보유해둔 재고를 소진한 음식료 업체들로서는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설을 앞두고 서민물가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핵심 성수품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10일까지 농·축·임산물 ‘성수품 확대 공급기간’으로 정하고 설날 물가 안정을 위해 성수품 비축물량을 평시 대비 확대했다. 해당 기간 농산물의 성수품 공급량은 1.8배, 축산물 공급량은 1.3배 늘어난다. 특히 최근 높은 가격 상승세를 보이는 계란에 대해서는 할당관세(6월 30일까지 0% 인하)적용을 통한 수입 확대와 비축물량 방출 등으로 수급 개선을 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높은 가격 상승세를 보이는 계란에 대해서는 할당관세 적용을 통한 수입 확대와 비축물량 방출 등으로 수급 개선을 할 계획”이라며 “특히 설을 앞두고 서민 물가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주요 성수품을 중심으로 공급량 확대에 역점을 둘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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