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윤석열 갈등 속 文대통령 지지율 40%까지 주저앉아
''조국'' ''부동산'' 논란 이어 ''법검갈등''도 사회 갈등 일으켜
탈원전·신공항 등 대선공약 추진 과정이 사회·지역 갈등 요인으로 비화
강드라이브보다 논의 과정 필요..정책 미세조...
 | |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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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현 김영환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이른바 ‘법·검갈등’이 사상 초유의 충돌 양상을 보이면서 국론분열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대선공약이라는 명분으로 정부가 검찰개혁을 거칠게 밀어붙인 결과 국민들의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 역시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탈원전 정책과 동남권 신공항 이슈도 지역 갈등을 촉발시키고 있다. 사회적 합의가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대선공약’이라는 점을 내세워 정부가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면서 갈등이 커진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사안에 대해 의견을 수렴하고 타협하는 자세도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秋-尹 갈등이 사회 갈등 촉발..탈원전·신공항도 파급력
지난달 27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11월 4주차 문 대통령에 대한 국정수행 지지율은 전주 대비 4%포인트 하락한 40%를 보였다. 취임 이후 문 대통령에 대한 최저 지지율인 39%를 위협하는 수치다. 지난해 10월 ‘조국사태’와 지난 8월 ‘부동산 대란’ 당시 두 차례 39%를 기록했는데 ‘법·검갈등’도 못지 않은 갈등을 야기하고 있는 셈이다.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 이유 중 ‘검찰·법무부 갈등에 침묵·방관’이 새로 등장했다는 점이 그 근거다. 한국갤럽은 “두 기관 수장 간 갈등이 한층 격화함에 따라 일부 유권자의 시선이 그들을 임명한 대통령을 향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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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의 대표적 대선공약인 탈원전 정책이나 동남권 신공항 이슈도 우리 사회 전반의 갈등으로 번질 만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이미 해당 지역에서는 관련 정책의 논의 과정에서부터 어느 쪽으로 의견이 기우느냐에 따라 민심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를 도입하려던 영덕은 정부의 탈원전 드라이브 속에 지역 민심이 사분오열됐다. 이명박 정부에서 원자력발전소 설립을 추진했을 당시에는 건립 찬반이 지역을 찢어놨지만 이를 다시 백지화하자 사업 강행과 보상 요구 의견이 충돌하면서 지역민들끼리 등을 돌렸다. 신한울원전 1~4호기가 어정쩡하게 멈춰선 울진은 지역 경제가 마비되는 처지에 이르렀다. 최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의 적절성을 평가한 감사원 감사가 나오면서 갈등은 더욱 극심해졌다. 경제성이 낮게 평가됐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 이후 보수 야당 측은 탈원전 정책이 사망선고를 받았다면서 탈원전 정책 폐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아울러 동남권 신공항 이슈 역시 김해신공항이 백지화된 후 지역간 갈등이 다시 표면화됐다. 김해신공항 대신 부산 가덕도를 부지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특히 내년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 정책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사회 갈등 비화 전 설득 및 정책 미세 조정 필요
추 장관과 윤 총장 간에 갈등의 근저에는 검찰개혁이 있다. 문 대통령이 개혁 과제 중에서도 가장 앞선에 둔 것이 바로 검찰개혁이다. 다만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동시 등용이란 문 대통령의 인사가 검찰개혁 과정에서 잡음을 연출하는 주요 요소가 되고 있다. 추 장관은 최근 윤 총장 징계청구와 관련해 검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입장문을 내고 “그동안 국민들과 함께 해 온 검찰개혁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심한 자괴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개혁의 의미가 무엇인지, 추 장관과 윤 총장 간의 갈등까지 유발해야 하는 이슈인지 의문을 갖는 국민들 역시 점차 늘어나는 실정이다. 검찰개혁 등 대선공약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선거 이후 변화된 사회 현실을 반영해 수정하거나 미세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이 지점에서 나온다.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문제 해결방식이 아니라 반대세력에 대한 설득과 설득 과정에서의 내용 수정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 |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2019년 7월14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과 관련한 청와대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 실장은 당시 문 대통령이 “대국민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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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대선공약을 수정한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겠다는 공약은 자영업자·소상공인 등의 부담과 현실성 등을 고려해 파기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이 같은 사실이 확정되자 “대통령으로서 대국민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매우 안타깝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 공약 역시 현실을 고려해 보류하기로 했다.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는 이름과는 달리 청와대 영빈관, 헬기장 등 주요 기능 대체 부지를 광화문 인근에서 찾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 광화문 대통령 집무실 이전 사업을 무기한 연장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께서 과연 공감해 주실까 하는 점에서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라며 “집무실 이전 공약은 당분간 보류한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대선공약의 경우 나라 전체를 포괄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완전히 지키기 힘들다. 역대 대통령들도 그래왔다”면서 “실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무산 이후 대통령이 사과하기도 했잖나. 다 지켜질 수 없고, 못 지켰다고 해서 욕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 갈등이 깊은) 탈원전이나 법검갈등 등에 대해 문 대통령이 정리를 해야 한다”면서 “이 같은 갈등이 지속될 경우 정부 기구에 대한 신뢰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 신뢰는 사회 자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