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집에 대한 애착 강해져…해외 레지덴셜 투자 늘릴 것"

조해영 기자I 2020.11.23 01:30:00

②장동헌 지방행정공제회 사업이사(CIO)
"지난해 늘린 현금, 코로나 위기에 투자 실탄 됐다"
"치밀한 바이든, 예측 어렵지만 친환경 투자는 유망"

[이데일리 조해영 이광수 기자] [편집자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미국 대통령에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면서 자산 가격 변화도 예상된다. 이데일리는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 등 자산시장 ‘큰 손’인 공제회·연기금의 CIO를 만나 이들의 운용 전략과 시장 전망을 듣는 릴레이 인터뷰를 연재한다.

지방행정공제회(행공)는 지난해 현금 보유 비중을 대폭 늘렸다. 2017년 말 0.8%(856억원), 2018년 말 1.3%(1646억원)에 불과하던 단기자금 비중은 지난해 말 10.1%(1조4449억원)로 9배 가까이 급증했다. 반면 주식과 채권, 대체투자 등의 비중은 소폭 하락했다.

장동헌 행정공제회 CIO가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지난해 말 기준으로 14조원의 자산운용을 책임지는 장동헌 행공 CIO(사업이사)는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에서 진행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부터 시장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것에 경계심을 갖고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판단해 현금 비중을 늘렸다”며 “이 때문에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는 최대 손실 폭이 제한적인 편이었다”고 전했다.

◇“투자 꺼리던 고위험 자산에도 투자”

지난 2015년 11월부터 만 5년째 행공 자산운용을 이끌고 있는 장 CIO는 코로나19 이후 행공의 운용 전략을 ‘투 트랙’으로 소개했다. 유례없이 높아진 불확실성 속에서 평상시라면 고려하지 않았을 고위험 자산 투자 기회를 포착하는 한편, 부동산 자산 가운데서도 경기 민감도가 낮은 레지덴셜(주거시설) 투자를 늘렸다는 설명이다.

장 CIO는 “투자 과정에서 짚어야 하는 요인이 많아지면서 투자 리스크 관리를 강화한 반면에 코로나19가 없었던 지난해라면 하지 않았을 투자를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불확실성이 커진 환경이어서 리스크가 큰 자산에 투자할 때 감당해야 하는 위험 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아진 것을 적극 활용한 것이다.

그는 “행공은 보수적이어서 부동산이나 사모주식(PE), 사모사채(PD) 등 기본적인 자산군 가운데 위험도가 높은 디스트레스드(Distressed·부실화)나 오퍼튜니스틱(Opportunistic·기회) 자산에는 투자를 잘 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올해는 그런 곳에 투자가 가능해져 중반까지 선별적으로 투자했다”고 말했다.

스타 펀드매니저로 이름을 날렸던 장 CIO지만 코로나19 이전까지 투자 과정에서 전염병을 고려해본 적은 없다. 그는 “3월을 생각하고 싶지도 않지만 돌이켜 본다면 상황이 터졌을 때 주식과 채권 등 전통자산은 시장 가격이 바로 나오는 반면에 공정가치 평가를 실시간으로 할 수 없는 대체투자 자산은 자산 영향을 추정하기도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19 같은 요인이 앞으로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는데 그럴 때 자산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자산 운용에 있어선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는 일종의 예방접종이 된 셈이다.

장동헌 행정공제회 CIO가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美 불확실성 여전…투자방향 변화 신중”

코로나19는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고 코로나19와 함께 주요한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히던 미국 대선은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코로나19는 물론이고 미국의 불확실성도 완전히 걷히지 않았다는 것이 장 CIO의 평가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중 갈등으로 한국처럼 무역의존도가 높은 국가가 피해를 많이 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통 큰 딜을 했던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이 치밀한 계산 하에 다양한 방면을 공략한다고 하면 함부로 예측하거나 이에 맞춰서 투자방향에 변화를 주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행공처럼 장기투자를 하는 입장에선 곧바로 ‘액션’을 취하기가 쉽지 않다. 장 CIO는 “선거 직후 승자가 명확해지지 않았을 때 시장은 바이든 당선과 트럼프 당선의 좋은 점만 반영해 올라갔다”며 “시장은 합리적이지 않고 반응이 유지된다는 보장도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유럽 지역에 쏠려 있는 친환경 분야 투자의 확대는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환경·에너지 분야를 강조했던 바이든 당선인이 집권 후에 정책을 적극적으로 편다면 미국에서도 관련 분야의 투자를 확대해 지역 분산을 꾀해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행공은 대체투자 가운데선 미국·유럽·일본 지역의 레지덴셜에 주목하고 있다. 장 CIO는 “코로나19로 집에 대한 사람들의 애착이 강해지면서 레지덴셜 수요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며 “금융위기 상황을 봐도 레지덴셜 쪽은 부동산 자산 가운데 가장 빨리 탄력적으로 회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기 당시엔 현금이 없어 좋은 기회를 포착해도 투자하지 못하고 오히려 가진 자산을 팔아서 현금화하는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린다면 좋은 투자기회를 찾아 발빠르게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동헌 지방행정공제회 CIO 프로필

△동국대 대학원 경영학 박사 △한국투자신탁 주식운용부 팀장 △SK투자신탁 주식운용 본부장 △금융감독원 증권연구팀장 △얼라이언스번스틴 자산운용 대표이사 △우리자산운용 운용총괄 전무 △지방행정공제회 CIO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