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의 미래…'야쿠르트 아줌마는 계획이 다 있구나'

김보경 기자I 2020.10.13 05:00:00

언택트 세상 만들어가는 콘택트 여인들
전동카트 ‘코코’로 배송 제품 다양화 냉장배송 장점
모바일 결제·QR코드 스캔·와이파이 기능 탑재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야쿠르트 아줌마 야쿠르트 주세요~ 야쿠르트 없으면 밀키트 주세요!”

한국야쿠르트 프레시 매니저가 제품을 배송하고 있는 모습(사진=한국야쿠르트)
‘야쿠르트 아줌마’로 알려진 ‘프레시 매니저’가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배송조직’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야쿠르트는 창립 50주년을 맞아 ‘야쿠르트 아줌마’의 명칭을 ‘프레시 매니저(Fresh Manager)’로 변경했다.

50년차를 맞이한 ‘프레시 매니저’는 전국에 1만1000명 규모로 운영되는데 최근 판매품목, 전달용구, 배송시스템까지 전면 탈바꿈하면서 계속된 변화를 시도해 주목을 받는다.

◇없는 것 없는 전동카트…타사 제품으로도 확대

탑승형 냉장전동카트 ‘코코(cold&cool)’는 프레시 매니저들의 강력한 무기다. 제품 생산단계부터 물류 프레시 매니저가 고객에게 전달하는 순간(라스트마일)까지 냉장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 냉장상태 유지와 이동이 편해지면서 이 전동카트에는 발효유 뿐 아니라 밀키트, 샐러드 등 한국야쿠르트의 다양한 제품이 담기게 된다. 최근에는 비비고와 본죽, 종가집 김치 등 타사의 제품도 배송한다.

자사 온라인몰인 ‘하이프레시’ 취급 품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프레시 매니저를 통해 진행하던 영업이 최근 언택트 쇼핑의 바람을 타고 하이프레시를 통해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와 CJ제일제당은 비비고 제품 판매를 시작으로 향후 메뉴 공동개발을 통해 기업간거래(B2B) 사업 모델을 만들어 가기로 했다.

또한 한국아쿠르트는 지난달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와 MOU를 맺고 신제품 론칭을 목표로 공모전을 진행 중이다. 와디즈의 제품 중 신선과 건강 콘셉트에 부합하는 상품은 ‘하이프레시’에서 직접 판매해 제품 카테고리 확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하이프레시에서 주문하면 프레시 매니저를 통해 안전하게 물품을 받을 수 있고, 프레시 매니저는 배송물량이 늘어 수익이 증가하는 구조다.

하이프레시는 올 상반기 매출이 이미 지난해 연간 매출인 250억원을 넘어섰고 올해 연간으로 5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배송 속도전쟁 속 지역밀착소통 장점

새벽배송과 바로배송 등 ‘속도’를 중심으로 다변화 되어가는 배송시장 속에서 프레시 매니저가 주목받는 것은 냉장배송이 가능한 코코 외에도 지역밀착 소통이 가능한 프레시 매니저만의 특성이 있다.

구독경제의 원조격으로 평가받는 프레시 매니저는 코로나 이전에도 ‘비대면 배송’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집 앞에 걸어 둔 ‘전달 주머니’를 활용해 배송하기도 했다.

프레시 매니저 한명 한명이 고객센터 역할도 병행해 빠른 피드백이 장점이다.

프레시 매니저는 각 지역별로 담당이 정해져 있다. 1만1000여명이 전국의 골목을 누비는데 평균 활동연수는 약 12.5년, 10년 이상 장기 활동자가 약 5600여명이다. 활동 기간 동안 지역변동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느 배송조직보다 지역밀착형이라 볼 수 있다. 그만큼 고객 현안에 즉시 대응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고객이 제품 환불, 교환 등을 요구할 경우에도 현장대응이 가능하다. 새벽배송은 되지 않지만 즉시반품, 교환 등은 가능한 셈이다. 배송시간과 제품변경도 가능하며, 제품이 많이 남아 받고 싶지 않을 때에는 ‘건너띄기’를 통해 수령시기를 미룰 수도 있다.

◇전통적 여성 일자리 “남성 채용 계획 없어”

다른 배송 조직과 다른점은 모두 여성으로만 조직됐다는 점이다. ‘야쿠르트 아저씨’는 찾아볼 수가 없다. 처음 등장한 1971년 당시 여성들의 일자리가 거의 없었고 야쿠르트 아줌마는 주부들이 가사 외 시간을 이용해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으로 각광받았다.

최근 배달앱과 배달전문업체의 확대로 라이더(배달원) 직업이 주목받으면서 야쿠르트의 문을 두드리는 남성들도 꽤 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한국야쿠르트는 앞으로도 남성을 채용할 계획은 없다.

야쿠르트 관계자는 “주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다는 고(故)윤덕병 창업자의 의지를 반영하고, 또 방문판매 특성상 남성보다 여성이 접근성 측면에서 유리한 점 등을 고려해 앞으로도 여성만의 조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로 도입 6년차를 맞은 전동카트 ‘코코’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뉴코코 3.0(이하 뉴코코)’에 대해 지난 2월부터 강남역 등지에서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장 테스트 후, 개선형 모델을 만들어 연내 도입할 예정이다.

뉴코코에서 고객은 터치 스크린에서 제품을 선택하고 모바일로 결제하면 상품을 직접 꺼내 갈 수 있다. 온라인몰 ‘하이프레시’ 가입 고객의 경우 QR코드만 스캔하면 원하는 제품을 무작위로 선택해도 인공지능 비전 센서가 자동으로 제품을 구별해 가져간 수량만 앱에 등록한 카드로 결제한다.

공유형 와이파이 시스템도 탑재해 반경 10m 이내 누구나 무료로 와이파이(wifi)를 사용할 수 있고, 와이파이 존(zone)에 위치한 고객에게 자동으로 제품 홍보 메시지와 무료 견본 쿠폰 등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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