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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여야는 국회 본회의에서 7조8147억원 규모의 4차 추경안을 처리했다. 이는 정부안(7조8421억원)에서 274억원(0.3%)을 삭감한 결과다. 앞서 여야는 독감 무료백신 등에서 5903억원을 증액하고, 통신비 2만원 지원 등에서 6177억원을 감액했다. 한 해에 네 차례 추경을 집행하는 것은 1961년 이후 59년 만에 처음이다.
4차 추경 재원은 약 7조5000억원의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기로 했다. 약 3000억원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채권을 통해 마련한다. 기획재정부는 “지출 구조조정을 할 여지가 없다”며 추경 재원 대부분을 국채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추경 편성으로 올해 총지출은 전년보다 18.1% 증가한 554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총수입은 470조7000억원으로 3차 추경과 동일하다. 이 결과 국가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는 약 84조원 적자(GDP 대비 4.4%)를 기록했다. 올해 실질적인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사회보장성기금) 적자도 118조6000억원(GDP 대비 6.1%)에 달했다.
올해 국가채무는 846조9000억원(GDP 대비 43.9%)을 기록했다. 작년 국가채무(740조8000억원)보다 1년 새 106조원 넘게 급증한 수준이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 당시 국가채무(660조2000억원)보다 3년 새 186조원 넘게 증가한 규모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재정 여력이 있지만 국가채무가 증가하는 속도가 과거보다 빨랐던 건 부분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채무는 문재인정부 마지막 해에 10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기재부가 발표한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본예산 기준)’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2021년 945조원(GDP 대비 46.7%), 2022년 1070조3000억원(50.9%), 2023년 1196조3000억원(54.6%), 2024년 1327조원(58.3%)으로 증가한다.
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 회장(인천대 경영학부 교수)은 “국가 주도로 과도하게 재정을 남발하면 미래세대의 세금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과도한 증세로 경기가 위축되는 부작용까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내주 발표 재정준칙 실효성 불투명
이같은 재정 지표는 정부 예측보다도 악화한 것이다. 앞서 정부는 문재인정부 초기 때인 2018년 8월에 발표한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22년 국가채무를 897조8000억원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불과 2년 만에 문재인정부 마지막 해 국가채무가 당초 계획보다 172조5000억원이나 불어났다. 기재부가 발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이 강제력이 없다 보니 무용지물이 된 셈이다.
앞으로 정부가 재정준칙을 만들더라도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불투명하다. 기재부는 다음 주에 발표하는 재정준칙과 관련해 △재정수지·국가채무 등의 수치를 국가재정법에 넣지 않고 시행령 수준으로 규제하는 방식 △경기침체, 코로나19 등 재해가 있을 경우 예외 규정 적용 △의무지출 도입 시 재원 확보 방안을 함께 마련하는 ‘페이고(PAY-GO)’ 원칙을 적용하되 유예 기간을 두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기재부는 “유연하고 탄력적인 재정준칙”이라는 입장이지만,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는 규제여서 강제력이 떨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확장적 재정으로 인한 예산 낭비를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정훈 재정정책연구원장은 “내년에도 코로나19 여파, 고용 부진에 따른 확장적 재정이 예상된다”며 “무작정 예산 집행을 늘릴 게 아니라 지출 구조조정이나 집행 점검을 강화해 예산 낭비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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