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과 실패가 뒤섞인 황학동의 시간은 더디게 흘렀다. 1980년 황학동 중앙시장과 청계천 사이에 자리를 잡은 지 40년이 지났지만 이곳에선 변화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황학동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 사람이 있다. 주방기기의 온라인 거래 시장을 개척한 이경진 놈놈놈 대표가 주인공이다. 이 대표는 주방기기 가격 비교 사이트 ‘황학동온라인’으로 황학동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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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동온라인은 지난 2018년 첫선을 보였다. 고객이 필요한 품목과 규격 등의 견적을 의뢰하면 주방기기 판매업체들로부터 견적서를 받아 대신 전달해주는 시스템이다. 이외에도 간판제작과 키오크, 포스(POS·판매시점정보관리) 견적부터 식당 폐업 시 주방기기 매각 서비스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이 대표와 황학동의 만남은 운명적이었다. 웅진식품에서 브랜드매니저로 일하며 외식업에 관심을 갖게 됐고, 푸드트럭 사업을 준비하며 외식업 창업의 메카인 황학동을 떠올렸다.
황학동을 찾은 이 대표에게는 식당 창업이 아닌 다른 시장이 눈에 들어왔다. 오프라인 시장에 의존하는 거리였다.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하는 시점이었지만 황학동은 철저히 변화의 바람에서 비껴나 있었다. 그가 IT 기술과 황학동의 콘텐츠를 결합한 사업 모델을 구상하게 된 계기다. 하지만 오래되고 낡은 것을 바꾸는 작업은 순탄치 않았다. 무엇보다 상점 주인들을 설득하는 게 관건이었다. 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온라인 거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이 대표는 “창업가들은 빠른 시간 안에 쉽고 편하게 그리고 저렴하게 필요한 물건을 사고자 하는 비교적 명확한 목적이 있다”면서 “문제는 판매상이었는데 대부분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라 온라인 서비스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회고했다. 판매상들을 하나 둘 설득하며 론칭한 게 황학동온라인이다.
황학동온라인의 진가는 올해 발휘됐다. 코로나19의 위기가 호재로 작용한 것. 외식업 창업의 성수기는 2월부터이지만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이 시기에 본격적으로 확산하면서 황학동도 직격탄을 맞았다. 시장을 찾는 창업가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이 대표는 “창업 성수기인 3~4월에 시장에 사람이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2월부터 3월 25일까지 노란우산 프로그램을 통해 공제금을 지급받은 건수는 총 1만4632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1만667건)보다 37.2% 늘었다. 소비 급감에 경영난을 겪는 자영업자가 급증했다는 의미다. 노란우산공제는 소기업,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가 폐업이나 부도 등으로 생계위협에 처하면 공제금을 지급해 사업 재기와 생활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적 공제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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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변하자 판매상들의 태도도 바뀌었다. 온라인 시장의 중요성을 깨닫고 황학동온라인을 찾기 시작한 것. 이 대표는 “회사 서비스 담당자들이 시장을 돌아다니면 상점 주인들이 도와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황학동온라인 인기의 핵심 포인트는 가격이다.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식당 하나를 차릴 때 황학동온라인을 이용하면 개인이 직접 구매했을 때 보다 주방기기 구매비용이 평균 52만원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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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결제 편리성도 빼놓을 수 없다. 황학동온라인은 지난해 11월 온라인 전자결제PG(전자결제대행사)사인 KG이니시스의 도움을 받아 BC카드 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전까지는 본사 계좌로의 입금 결제만 가능했다. 현재 황학동온라인은 KG이니시스를 통해 BC카드와 협업하여 할인프로모션을 진행중이다. BC카드는 신 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었고, 황학동온라인은 낡은 결제 시스템을 개선해야 했다. 이 둘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한 KG이니시스는 황학동온라인 외 다른 유망 스타트업에게도 카드할인프로모션을 지원하기 위해 카드사들과 협의 중이다.“
이 대표는 예비 창업가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막연히 잘 될 것이란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창업하기 전 6개월서 1년 정도 관련 업종에서 일을 배워야 한다”며 “잘 모르는 상태에서 창업을 의뢰하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드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