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카드의 계획은 모회사인 KT가 보유한 케이뱅크 지분 10% (약 2230만주)를 약 363억원에 먼저 인수하고, 오는 6월 케이뱅크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34%(7480만주)까지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렇게 되면 BC카드는 케이뱅크의 새로운 1대 주주가 된다. KT는 현재 BC카드의 지분 69.54%를 보유하고 있다. BC카드를 이용해 KT가 간접적으로 케이뱅크를 지배하는 구조가 되는 셈이다.
“자회사 동원한 편법” 비판이 부담
관건은 금융당국의 한도 초과 보유심사(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 여부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상 지분을 10%, 25%, 33% 이상 초과 보유하려면 적격성 심사를 넘어야 한다.
금융권에서는 KT가 BC카드를 케이뱅크의 대주주로 내세우는 데 법률적인 문제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KT의 자회사라고 해도 BC카드가 결격이 없다면 대주주 심사를 통과하는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법제처도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할 때 주식을 실제 보유하려는 회사가 대상”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선례도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카카오뱅크 지분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공정거래법을 어겼던 한국투자증권 대신 손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운용에 넘기면서 적격성 심사를 통과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국회에서"케이뱅크 증자 과정에서 도울 부분이 있다면 돕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KT로서는 자회사를 동원해 규제를 회피한다는 비판이, 금융당국으로서는 승인을 해주면 적격성 심사를 스스로 무력화한다는 지적이 부담스러운 처지다.
특히 한투지주는 최대주주에서 2대 주주로 지분을 줄이는 과정에서 심사를 받았지만, KT는 지분을 확대해 1대 주주로 올라서려 우회로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대형로펌의 변호사는 “법적 근거와 별개로 BC카드가 케이뱅크의 대주주로 올라서는 과정에서 논란이 생길 수 있는 구조”라면서 “금융당국이나 KT 모두 신경이 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여야 원내대표가 약속대로 조만간 열릴 임시국회에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융당국이나 KT 모두 한시름 덜 수 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당시 부결에 사과하고 총선 뒤 첫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을 가장 먼저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한번 부결된 법안은 새 회기에서 법안을 다시 발의한 후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등을 거쳐야 한다. 총선 이후 임시국회인 만큼 국회의 관심도가 떨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적격성 심사 신청이 접수되면 전례나 현행법규, 금융시장 상황, 은행의 경영정상화 전반을 살펴보고, 법과 규정에 따라 검토해본 뒤 결론을 내릴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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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뱅크 그냥 둘 수 없다..BC카드 최대주주 필요”
KT는 BC카드를 앞세운 전략이 사실상 마지막 카드라는 입장이다. 개점휴업 상태인 케이뱅크를 둘 수 없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다. 케이뱅크는 자본금이 바닥나 증자가 시급한데, KT는 과거 공정거래법을 어긴 전력 탓에 최대주주가 될 수 없다. 최대주주의 지원을 받지 못한 케이뱅크는 지난 1년간 대출을 중단하며 겨우 이름만 유지하는 식물은행으로 전락했다. 케이뱅크의 지난해 말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0.88%로 은행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우리은행(13.79%)과 KT(10%), NH투자증권(10%), IMM프라이빗에쿼티(9.99%) 등 케이뱅크의 주요 주주들이 여러 차례 머리를 맞댔지만 결국 접점을 찾지 못했다. 게다가 지난달 여야가 금융회사 대주주 자격 요건을 완화한 인터넷은행법 개정안 통과를 합의해놓고도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부결됐다. BC카드 등판은 국회만 바라볼 수 없던 KT가 어쩔 수 없이 꺼낸 ‘플랜B’인 셈이다. 법 통과 여부에 관계없이 BC카드를 통해 케이뱅크를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그룹이 케이뱅크를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