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하면 역시 ‘반반(후라이드 반, 양념 반) 무 많이’가 진리다. 그러나 치킨에 대한 국민적 사랑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독특하고 새로운 시도가 이어진다. 얼얼한 맛의 중국 향신료 마라가 유행하자 마라치킨이 나오고, KFC의 닭껍질 튀김이 인기를 끌자 이내 사이드 메뉴로 여기저기서 닭껍질 튀김이 등장한다.
유행을 좇는 메뉴들도 있는 반면, 브랜드만의 독특한 실험들도 눈여겨볼만한다. 라면이나 과자와 협업한 제품들처럼 기존 제품의 인지도를 십분 활용해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실험이 만족스러운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지나친 실험정신이 브랜드의 흑역사로 이어져 단종된 한참 후까지 회자되는 경우가 그렇다. 치킨의 흑역사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BBQ의 ‘아이스 치킨’, 멕시카나의 일명 ‘신호등 치킨’이 유명하다. 오죽하면 점주가 “제발 시켜먹지 마시라”고 했다는 얘기가 전해질까
최근에는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면 호기심에 먹어보는 사람들이 늘면서 한층 과감한 실험이 보인다.
투존치킨의 ‘청포도봉봉 치킨’도 실험적 치킨의 대표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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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들 사이에 청포도가 고스란히 있는 포장상자의 사진부터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투존치킨은 반마리씩 총 3종류의 치킨이 기본 구성이다. 어니언 치킨과 양념 치킨 가운데에 있는 후라이드 치킨에 별도로 포장된 청포도 소스를 부어 먹는 방식이다.
플라스틱 용기에 포장된 소스엔 초록빛이 감도는 소스에 청포도가 8알 정도 버무려져 있었다. 다만, 같은 제품을 먹어본 다른 시식기에선 청포도가 10알 이상씩 있는 경우가 있어 점포별로 소스와 청포도 양은 조금씩 다른 듯하다.
치킨에 소스를 부으니 새콤한 과일 소스를 곁들인 탕수육과도 비슷해 보였다.
입안 가득 퍼지는 청포도향을 생각하며 일단 소스만 적셔 먹어보았다. 기대와는 달랐다. 아주 약간의 청포도 맛만 느껴질 뿐이다. 달짝지근한 시럽에 더 가까웠다.
과한 청포도 향이 거부감을 줄 수 있어 줄인 것이겠지만, 이대로라면 달짝지근한 소스를 활용한 다른 치킨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함께 들어간 청포도는 당도가 낮아 소스보다 더 심심했다.
청포도의 역할은 자칫 느끼할 수 있는 치킨을 먹으면서 하나씩 집어먹으면 입 안을 개운하게 해주는 역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