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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유엔대사 "화물선 반환하라"에…美국무부 "제재 유지" 일축(종합)

이준기 기자I 2019.05.22 05:32:03

"北 적대정책의 산물…6·12 정신 부정하는 것"
유엔서 15분간 영어로 기자회견…매우 이례적
"모든 건 美에 달려…반응 예리하게 지켜볼 것"
美 "제재, 모든 유엔 회원국들에 의해 이행될 것"

사진=연합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미국이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도발이 이뤄진 지난 9일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를 압류한 것과 관련, 김성(사진)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21일(현지시간) 미국 측에 “지체없이 반환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미국 측은 “국제적 대북(對北) 제재는 유지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번 화물선 압류 사태를 놓고 북·미가 다시 한 번 ‘강(强) 대(對) 강(强)’ 충돌을 벌이면서 제2차 하노이 ‘핵 담판’ 결렬 이후 이어지는 교착국면이 더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대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 브리핑에서 약 15분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불법적이고 무도한 행위를 저질렀다”며 이처럼 밝혔다. 북한이 유엔에서, 그것도 영어로 기자회견을 자청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번 와이즈 어니스트호 압류 사건을 중대 사안으로 정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향후 대북제재 완화를 연두에 둔 일종의 ‘여론 환기’ 차원으로 보는 해석도 있다. 앞서 미 법무부는 지난 9일 북한 석탄의 불법 운송 등 대북(對北) 제재 위반 혐의로 와이즈 어니스트호에 대해 몰수소송을 제기했으며, 이를 위해 압류조치를 강행했다. 이에 북한은 그동안 외무성 대변인 담화 등을 통해 미국 측에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반환을 지속 요구해왔다.

김 대사는 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북한에 대한 극단적인 적대 정책의 산물”이라며 “우리는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고 미국을 겨냥했다. 더 나아가 “미국의 행위는 ‘최대의 압박’을 통해 우리를 굴복시키려는 계산의 연장선에 있다”며 “새로운 (북·미) 양자관계 구축을 약속한 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희망과 정신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화물선 압류를 법적 기반으로 하는 미국의 일방적 제재와 국내법은 분명히 불법”이라고도 했다.

김 대사는 최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미국의 화물선 압류를 비난하는 서한을 발송한 것을 거론, “유엔 사무총장이 서한을 유엔총회 문서로 회람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대사는 회견문 발표 이후 취재진으로부터 ‘이번 압류 사건이 북·미 대화에 미칠 영향’ ‘제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 여부’ 등은 물론 북한에 억류됐다가 석방 직후 목숨을 잃은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에 대한 사과 계획 등 민감한 질문을 받았지만, “이번 회견은 미국의 화물선 압류에 관한 것”이라며 입을 다물었다. 다만, “이번 사건은 6·12 공동성명의 정신을 부정하는 것”으로 “모든 것은 미국에 달렸으며, 우리는 미국의 반응을 예리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미국 국무부는 “안보리가 결정한 대로, 국제적 (대북) 제재는 유지될 것이고 모든 유엔 회원국들에 의해 이행될 것”이라며 북한의 촉구를 일축했다.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이날 미국의소리(VOA)에 김 대사의 와이즈 어니스트호 반환 요구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말한 대로,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약속을 지킬 것으로 믿는다”며 이처럼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미국은 이 목표와 관련해 추가 진전을 이루기 위해 북한과의 외교 협상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고 VOA는 전했다.

한편, 와이즈 어니스트호는 북한·시에라리온 국적으로 이중 등록된 선박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은 올해 초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산 석탄 2만5000톤(t)가량을 실은 이 선박이 작년 4월 인도네시아 당국에 의해 억류됐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이 선박을 인도네시아로부터 넘겨받아 압류했으며 11일 미국령 사모아의 수도 파고파고 항구에 예인했다. 압류 당시는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도발 직후 나온 조치여서 주목됐다.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로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한 지 몇 시간 뒤 발표됐다”며 “미묘한 시점에 이뤄진 조치”라고 평가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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