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지난해 ‘진짜로 포화인가’라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어느 정도 신빙성도 있어 보였습니다. 지난해 원두 수입량이 2000년대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0.6% 정도로 그리 큰 비율은 아니지만 이는 한국 커피시장 포화론의 근거가 됐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커피 소비량이 한계점에 왔다는 얘기가 되는 것입니다.
한국커피협회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생두 수입량은 2012년 10만톤에서 2017년 14만8000톤으로 늘었습니다. 2018년도 늘었을 것이라는 추정입니다.
국민 한 사람이 소비하는 커피량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2016년 470잔에서 2017년 512잔으로 많아졌습니다. 이상규 한국커피협회회장은 “인스턴트커피 시장만 정체기를 겪고 있을 뿐”이라면서 “이런 현상은 과거 음료에 한정됐던 커피가 미식의 영역으로 커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고요.
고급 커피 시장 성장도 살펴봐야 합니다. 블루보틀이 바로 상징점입니다. 사람들의 입맛에 따라 평가는 다르나, 매일 수 백명의 사람들이 블로보틀 매장 앞에서 장사진을 치고 있습니다 1~2시간 기다리는 걸 마다하지 않죠. 이들 젊은 세대들이 커피를 끊지 않는다면 다양한 고급 커피를 즐길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문제는 이런 커피 시장 성장의 혜택을 스타벅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음료 제조사와 유통사가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커피 프랜차이즈 본사의 매출과 매장 수는 매해 극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반면 손님들을 직접 상대해야하는 가맹점 점주들은 힘겨워 보입니다. 이제 막 커피집 간판을 단 소규모 카페 사장들은 더 심각하다고 합니다.
이런 경쟁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거리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요새는 동네 골목 어귀에도 카페 찾는 게 어렵지 않습니다. 2017년 기준 한국의 커피전문점 수는 9만1000개(소상공인진흥공단 자료)로 추산됩니다. 베이커리, 디저트카페 등으로 조사 범위를 넓히면 11만개가 넘는 자료도 있습니다. 편의점 숫자가 4만개 정도라는 것을 고려하면 많긴 합니다.
동네 카페로 초점을 맞춰볼까요. 이들은 임대료와 임금, 재료비의 증가에 ‘힘들다’ 울상입니다. 그런데 더 큰 위험요소는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들이죠. 예컨대 대형 스타벅스 매장이 하나 생기고 다른 대형 프랜차이즈가 맞불을 놓으면, 이들은 매출 감소를 피할 수가 없습니다.
예상치 못한 적수들도 있죠. 편의점 커피나 각 회사 사무실에 설치되는 커피머신 등입니다. 아무래도 커피를 사 먹으로 덜 나올 수 밖에요. 저가 커피 매장 입장에서는 위협입니다.
시장은 분명 성장하고 있지만 ‘우리끼리’의 경쟁은 더 치열해진 것입니다. 큰 매장은 더 크게, 작은 매장은 더 어려워지는 양극화 구도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특히 초보 사장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가혹한 시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