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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가 만났습니다]"가정법원, 가족 갈등해결에 후견·복지기능까지 맡아야"

송승현 기자I 2019.04.17 06:09:00

김용대 서울가정법원장 인터뷰
"이혼, 가족관계 해체 아닌 재구성…인식 바꿔야"
"임기 내 지자체와 연계한 이음누리 공간 확대"
"소년범 엄벌주의 옳지 않아…재사회화 중요 가치"
"이념 잣대로 재판결과 비판하는 행태는 문제"

김용대 서울가정법원장은 “가정법원은 갈등 해결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갈등의 근본 원인을 파악해 복지적 기능까지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진=방인권 기자)


[대담=이정훈 사회부장 정리=송승현 기자] “가정법원은 가족 내 갈등과 분쟁을 일차적으로 해결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본질적인 갈등의 원인을 파악해 해결을 돕는 기능까지 맡아야 합니다.”

지난 2월 취임한 김용대(59·사법연수원 17기) 서울가정법원장은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산업화와 민주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우리 사회에서도 결혼과 출산, 가정에 관해 전통적 가치와 서구적 가치가 충돌하며 분쟁과 갈등이 발생하는 과도기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도모하는 후견적·복지적 기능까지 담당하는 것이 가정법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갈등 조정`이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었다. 갈등 조정을 위해서는 이혼 재판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전에 법원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다. 김 법원장은 “지난 2014년부터 조기 개입 모델을 실시해 이혼 당사자들이 원하는 바를 미리 파악하고 갈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법원 본연의 임무는 재판이지만 조기 개입이 필요한 유형의 사건에서는 설득·화해·갈등 해결을 도모해야 하고 이를 위해 조기 개입 모델 개선을 위한 연구에도 적극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법원장은 또 이혼을 가족관계의 해체가 아닌 재구성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혼 당사자들이 반목과 대립이 아니라 각자의 행복을 위한 새로운 협력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 일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소년사건에 대한 ‘엄벌주의’ 목소리에 김용대 서울가정법원장은 “소년범들의 재사회화 가능성은 포기할 수 없는 사회적 가치”라며 엄벌주의 목소리에 대해 경계할 것을 주문했다. (사진=방인권 기자)


다음은 김 법원장과의 일문일답.

-가정법원에 몸담은 적은 없는데, 신임 가정법원장으로서 포부가 남다르겠다.

△가정법원에서 근무한 적은 없지만 부임하기 직전 2년 간 서울고등법원 가사부 재판장으로 근무했다. 그 기간 여러 이혼 사건과 상속·재산 분할 사건을 다뤄봤다. 또 1995~1996년 창원지법 통영지원에서 근무할 때도 가사단독재판장으로서 가사 사건을 여럿 경험했다.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초 단위인 가족 내 분쟁은 비단 가정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다양한 사회적 문제의 단초로 작용해 큰 갈등을 불러온다. 서울가정법원장으로 부임하게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앞으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재임 시절 꼭 이루고 싶은 정책이 있는지.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한 `이음누리`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서울가정법원은 이혼 후 자녀와 부모가 서로 만날 적절한 장소가 없거나 환경적인 어려움이 있는 경우 안전하고 중립적인 장소인 면접교섭센터를 제공하고 있는데 이를 이음누리라고 부른다. 이혼과 더불어 그 후 가족 구성원의 복리 증진에 더욱 중점을 두기 시작하면서 이음누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 하지만 법원 내에 공간이 부족해 신청하는 만큼 이음누리 공간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가족 구성원들의 복리를 위해서는 면접교섭센터가 가족 구성원들의 거주지 근처에 위치할 필요도 있다. 이를 위해 각 자치구와 연계해 면접교섭센터를 지역마다 늘릴 계획을 가지고 있다. 임기 내에 이를 꼭 이루고 싶다.

-현행 이혼제도인 유책주의가 서로 간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평가가 있다.

△대법원은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유책주의 입장에 서 있다. 하지만 결혼과 이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변화로 이혼에 관한 기조가 파탄주의로 변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원론적으로 유책주의가 파탄주의로 변화해 가는 것이 대한민국의 먼 장래에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파탄주의를 도입해 사실상 파탄 난 가정을 전부 다 이혼시키는 게 옳으냐로 보면 대답하기 쉽지 않다. 현장에서는 이혼 청구자의 유책이 너무 크지 않으면, 파탄주의 요소를 고루 섞어 판결하는 경향이 있는 편이다.

-소년사건에 대한 엄벌주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

△소년 역시 그 행위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하고 살인 등 강력범죄 사건에서는 그에 걸맞는 형사처벌도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소년은 성인과 달리 가치관이나 자아의 정립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고 판단력이 미숙해 충동적이다. 이들에게는 오히려 단발성 판결로 끝나는 형사재판의 실효성이 더 떨어질 수 있다. 반대로 소년재판은 사건 자체에서 나아가 소년이 처한 상황을 살핀 뒤 필요한 경우 가족 구성원에게 상담을 명령하는 등 근본적인 가정의 회복까지도 도모할 수 있다. 무엇보다 많은 소년범 가운데 1~2명이라도 사회의 품으로 제대로 돌아간다고 생각해보면 (그들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소년범들의 재사회화 가능성은 우리 사회가 놓쳐서는 안 될 귀중한 자산이다.

김용대 서울가정법원장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 “국민이 수긍할 만한 판결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동시에 이념의 잣대로 재판을 판단하는 행위를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방인권 기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따른 검찰 수사와 재판 등으로 사법부 신뢰 회복에 대한 요구가 크다.

△선배 법관으로서 안타깝게 생각한다. 사법부 신뢰 회복을 위한 방안은 결국 법원이 국민들이 수긍할 만한 판결을 하는 것이다. 충실한 사실 심리와 인정된 사실에 대해 치우치지 않는 소신으로 법률을 해석·적용해 올바른 결론을 내리는 것만이 이 힘든 시기를 극복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 재판 결과를 두고 이념의 잣대로 비판하는 행태는 옳지 않다. 진영 논리로 접근하거나 과도하게 달려드는 것은 민주주의 유지 운영과 관련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김용대 법원장은

△1960년 경북 칠곡 출생 △서울대 법대 △1985년 제27회 사법시험 합격 △서울지법 남부지원 판사 △인천지법 부장판사 △수원지법 수석부장판사 △한국정보법학회 회장 △서울중앙지법 민사수석부장판사 △2019년 2월~현재 서울가정법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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