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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손학규 결단과 바른미래당 환골탈태

선상원 기자I 2019.04.15 06:00:01

보궐선거 패배 후 분열상으로 지지율 하락
안철수 유승민의 정치적 욕심이 낳은 후과
총선, 원심력으로 작용… 3당 확보도 어려워
손학규, 대표직 걸고 노선 지지기반 확실히 해야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벼랑끝 위기에 몰렸다. 4·3 보궐선거 패배 이후 바른정당계 하태경 이준석 권은희 최고위원 3명이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하며 최고위원회의를 ‘보이콧’하고 있다. 사퇴 의사가 없는 손 대표는 지난 12일 하 최고위원을 만나 수습책을 논의했으나 평행선만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고위가 파행을 거듭하자, 정면돌파 카드를 꺼냈다. 손 대표는 내주에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을 임명하고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당을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바른미래당의 분열상은 한 두 번이 아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지난해 2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합했으나 정강 정책과 공천을 놓고 사사건건 안철수계와 유승민계, 국민의당 호남계로 나뉘어 대립했다. 아직도 합리적 진보나 햇볕정책,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생각이 제각각이다.

대선 패배 후 정치적 재기에 골몰하던 안철수 전 대표와 유승민 전 대표의 욕심이 낳은 후과다. 태생적 한계에 발목 잡힌 바른미래당이 무슨 성과를 낼 수 있겠는가. 이번뿐만 아니라 지난해 지방선거와 재보선에서도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국회의원을 1석도 건지지 못했다.

당의 노선이 어정쩡하고 당대표를 비난하는 의원들이 있는 당을 누가 지지할까. 현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4% 안팎이다. 지난 6개월 동안 지지율이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6석의 정의당 지지율보다 못한 당이라면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이대로 가면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과 민주평화당으로부터 원심력이 강해져 당이 공중분해될 수도 있다. 손 대표는 11일 당사에서 열린 사무처 월례회에서 “당을 해체하자고 가자. 어림없는 소리”라고 일축한 뒤 “바른미래당은 굳건히 위치를 지키고 다음 총선에 대비해 더욱 더 혁신하고 정비하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했다.

손 대표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통합의 리더십을 내세워 갈등을 수습한다고 해도 바른미래당이 총선 승리를 기약할 수 있을까. 지금과 같은 3당의 지위를 확보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당은 노선을 확실히 하고 지지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인재들도 몰려든다. 손 대표가 먼저 할 일은 당의 노선과 비전을 분명히 하는 일이다. 언제까지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라는 담론만 가지고 논쟁할 것인가. 시장경제와 복지 확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고 이를 중심으로 통합해야 한다. 29명의 의원을 얼기설기 엮어 유지하는 게 답이 아니다.

당 지지기반은 어디냐는 물음에도 답해야 한다. 민주당과 한국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모두 지역과 계층, 세대, 이념적 성향층의 기반을 갖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30대와 학생층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지지기반이 없다. 지역과 보수나 진보층의 지지가 없다보니 부평초 신세다. 어디에 자리 잡을지 이제는 결정해야 한다.

손 대표의 결단이 출발점이다. 자리에 욕심이 없다고 얘기해온 손 대표가 대표직을 걸고 노선과 지지기반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러면 당의 환골탈태도 총선 승리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선거제 개혁과 다당제 안착, 개헌을 좌우명으로 여겨온 손 대표에게 남아있는 시간은 1년이다. 계속 봉합만 하다 총선과 함께 정계은퇴할지, 확고히 한 노선과 지지기반으로 당을 통합해 총선에서 선전할지는 오로지 손 대표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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