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곳 만든다면서 3곳 더 유치하겠다니"…인천영종 카지노 논란

이종일 기자I 2019.03.13 06:09:00

인천시·경제청, 영종 카지노 유치 앞장
파라다이스 카지노 이어 2곳 추가 유치
최대 6곳 운영 목표…영종 카지노 집적화
주민, 사행산업 우려·경제활성 기대 ''교차''
카지노측 "일자리 창출로 지역경제 기여"

인천 영종국제도시 지도. 파란색 동그라미 부분은 왼쪽부터 카지노가 있는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 시저스코리아 복합리조트 위치. (사진 = 인천시 제공)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영종국제도시(영종)에 카지노를 잇달아 유치하기 위해 분주하게 뛰고 있다.

인천시와 경제청, 문화체육관광부 등은 카지노를 기반으로 복합리조트 투자 유치와 관광레저도시 조성 등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일부 주민들과 시민단체 등은 이처럼 카지노가 무분별하게 늘어날 경우 자칫 `도박 도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반발하고 있다.

◇영종에 카지노 늘리는 인천시·경제청·문광부

인천시, 경제청, 문화체육관광부가 영종에서 카지노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경제청, 영종주민 등에 따르면 경제청은 인천 중구 영종에서 파라다이스세가사미(파라다이스그룹과 일본기업의 합작회사)의 카지노 이전·확장에 이어 시저스코리아 복합리조트형 카지노,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형 카지노 등 3곳을 유치해 현재 조성사업을 벌이고 있다. 3곳 모두 외국인 전용이다. 그러나 경제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영종 미단시티 등에 카지노 3곳을 추가로 조성할 계획이다.

인천 영종 시저스코리아 복합리조트 조감도. (사진 = 인천도시공사 제공)


파라다이스그룹은 1967년부터 월미도 올림푸스호텔에서 카지노를 운영하다가 2005년 영종 하얏트호텔로 영업장(게임장 면적 1703㎡)을 옮긴 뒤 2017년 4월 준공된 영종 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로 카지노(8726㎡)를 다시 이전했다.

이 회사는 인천공항공사로부터 영종도 공항부지 33만㎡를 임차해 파라다이스시티(호텔·회의장·카지노 등)를 조성했다.

인근 공항부지에 들어서는 인스파이어 리조트 카지노는 2022년 준공 예정이다. 미국 기업이 출자한 ㈜인스파이어 인티그레이티드리조트가 인천공항공사로부터 토지 105만㎡을 빌려 카지노, 호텔, 공연장 등 복합리조트를 조성하고 있다.

2021년 개장하는 시저스코리아 카지노는 미국 시저스의 알에프씨지코리아㈜가 미단시티 땅을 매입해 짓고 있다.

영종 카지노 3곳 조성은 모두 경제청이 주도했다. 경제청은 영종지역의 경제·관광 활성화 등을 목적으로 외국인 투자를 유치했고 카지노 설립이 가능하게 실시계획 변경 등을 승인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파라다이스 카지노 이전·확장 승인(2014년), 시저스 카지노 단독 사전심사 승인(2014년), 인스파이어 카지노 공모 선정(2016년)이 모두 박근혜 정부 때 경제청 지원으로 이뤄졌다.



파라다이스 카지노는 2017년 개장했고 사전심사를 통과한 나머지 2곳은 앞으로 2~3년 안에 사업비 투자 등을 이행한 뒤 적격심사를 받는다. 심사에서 문제가 없으면 조건부로 카지노업 허가증을 받고 2년 안에 5억달러 투자를 완료하면 최종 허가된다.

현재 전국 카지노는 파라다이스시티를 포함해 17곳(외국인 전용 16곳)이 있다. 서울에 3곳이 있고 부산 2곳, 강원 2곳(1곳 내국인 전용), 대구 1곳, 인천 1곳, 제주 8곳이 운영 중이다. 시저스와 인스파이어 카지노가 들어서면 인천은 3곳이 되고 전국은 19곳으로 늘어난다.

정부는 중독성, 투기성이 강한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을 규제하는 한편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확대하고 있다. 카지노 허용으로 외국인의 복합리조트 사업을 유치하고 관광객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주거·교육 악영향 우려” Vs “관광객·일자리 증가 기대”

경제청의 카지노 확대 계획과 관련해 주민들은 교육·치안·정주여건의 퇴락 우려와 함께 복합리조트·주택사업 활성화 기대를 갖고 있다.

영종 일부 주민과 시민단체는 사행산업인 카지노 확대로 범죄 증가, 도시 이미지 추락, 도박 중독 등을 우려하며 정책 추진 과정의 공론화를 요구하고 있다.

영종하늘도시에 거주하는 이모씨(50)는 “학군이 좋아 5년 전 영종으로 이사왔는데 카지노가 늘어난다는 말을 듣고 걱정이 커졌다”며 “도박산업은 범죄와의 연관성이 높아 아이들 교육에 나쁜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영종에 모여 있는 인천과학고·인천국제고(특수목적고), 인천하늘고(자율형사립고) 등은 학습 분위기, 학력 향상, 대학 진학에서 성과가 높게 나타나 학생·학부모의 관심이 크다. 전국 우수 학생들이 가고 싶은 학교로도 유명하다.

주민들은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밀집한 제주에서 범죄가 늘고 청소년의 도박 경험률이 높아진 현실이 영종에서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강원랜드(내국인 전용 카지노)가 있는 정선에서 도박으로 인한 자살이 증가한 것도 심각하게 보고 있다.

공항철도 인천공항1터미널역사에 설치된 영종 파라다이스 카지노 대형 광고 포스터. 배우 김수현씨가 카지노 칩을 들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사진 = 이종일 기자)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경찰 등에 따르면 제주지역 청소년은 지난해 전국에서 도박문제 위험집단 비율이 가장 높았다. 도박문제관리센터가 지난해 시행한 전국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2학년 학생 설문에서 제주 학생은 도박 위험집단 비율이 14.1%로 가장 높았다. 위험군(3개월간 도박경험 있음) 비율은 11.1%로 제주가 1위였고 문제군(최근 3개월간 반복적인 도박경험 있음·도박중독 위험성 높음) 비율은 전국 평균의 2배인 3%였다. 지난해 전국 평균 청소년 도박 위험군·문제군 비율은 각각 4.9%, 1.5%였다. 제주는 국내에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가장 많은 곳이다. 도박문제관리센터는 제주 청소년 위험집단 비율이 높은 것을 카지노 등 사행산업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했다.

카지노 주변에서는 범죄도 자주 발생했다. 영종에서는 올 1월10일 파라다이스 카지노 VIP회원인 중국인 2명이 돈 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1명이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 2월에는 제주 카지노에 온 30대 중국인이 도박자금 2300만원을 잃고 시내 한 식당에서 주인을 흉기로 위협해 현금 100만원을 빼앗은 혐의(특수강도)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 중국인은 훔친 돈을 갖고 다시 카지노에 갔다. 같은 해 1월에는 강원랜드에서 도박으로 돈을 잃은 30대가 제천의 한 금은방에서 400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빼앗은 혐의(특수강도 등)로 경찰에 붙잡혔다. 정선에서는 2009~2014년 도박·카지노로 4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영종주민 윤모씨(47·여)는 “카지노 때문에 도박도시라는 오명을 쓸 수 있다”며 “강도, 성매매, 자살 사건이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인천 영종 인스파이어 복합리조트 조감도. (사진 =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인천경실련 관계자는 “외국인 전용이어도 카지노는 사행산업이고 사회적 부작용이 크다”며 “인천시가 정책 추진 과정을 공론화해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인천경제청, 카지노업체, 일부 주민은 영종 카지노가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제청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를 위해 카지노가 필요하다. 카지노가 있는 복합리조트는 1곳당 8000~1만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며 “영종 카지노 3곳은 외국인 전용이기 때문에 주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파라다이스그룹이 1967년부터 올림푸스호텔에서 카지노를 운영했지만 사회적인 문제가 크게 일어나지 않았다”며 “파라다이스시티 등 영종 복합리조트 3곳은 카지노 외에도 호텔, 회의장, 쇼핑몰, 공연장 등이 운영되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을 많이 유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종주민 김모씨(60)는 “리조트·카지노가 들어서면 관광객 증가, 일자리 창출로 경제가 활성화될 것 같다”고 말했다. 조모씨(55)는 “카지노 확대로 일자리가 늘면 영종 거주민이 증가하고 주택 수요도 커질 것”이라며 “주택개발사업 활성화가 기대된다”고 했다.

파라다이스세가사미 관계자는 “파라다이스시티는 호텔, 카지노, 플라자, 스파, 클럽, 예술전시공간 등 관광·엔터테인먼트 시설을 융합한 동북아 최초 복합리조트”라며 “이중 카지노는 외화 획득,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기여한다”고 말했다.

이어 “2500명의 인력 채용을 통해 신규 일자리 창출에 앞장섰다”며 “인천지역 주민을 30% 가량 선발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함께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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