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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혼인한 '군종법사' 전역처분한 국방부에 '제동'

송승현 기자I 2019.02.25 06:00:00

혼인해 조계종 승적 제적되자 조계종 아니라고 전역시켜
"조계종 규율 어겼을 뿐, 직무수행 회피하지 않아…처분 위법"
"조계종 아녀도 장병 사기진작 의식 있으면 군내 허용해야"

법원마크(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혼인을 한 군종법사(불교 군종장교)를 현역복무 부적합 대상자로 처분해 전역시킨 국방부의 결정은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아울러 국방부가 조계종 소속만을 군종법사 요건으로 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9부(재판장 김광태)는 A씨가 국방부를 상대로 낸 장교 현역복무부적합자 전역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승소 판결했다.

조계종 승적을 가진 A씨는 2005년 군종법사로 임관해 장교 생활을 하다가 2014년 12월 여자친구와 혼인했다. 조계종은 2015년 3월 A씨가 조계종의 종헌을 위반해 혼인을 했다는 이유로 승적 제적처분을 했다.

개정되기 전 조계종 종헌 제9조는 군종장교로 복무하는 승려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혼인을 허용했다. 2009년 3월 개정되면서 해당 조항이 삭제됐다. 개정된 종헌에 따라 2009년 이전에 혼인한 군종장교만 승려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A씨는 대신 한국불교 태고종 승적을 취득해 군종법사직을 유지하려고 했으나 국방부는 조계종 소속만을 인정한다는 이유로 2017년 4월 A씨를 현역 복무 부적합으로 판정해 그해 7월 전역 처분했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은 “A씨가 조계종 규율만을 위반했을 뿐 자신에게 주어진 직무를 거부하거나 회피한 적이 없다”며 “A씨를 직무수행에 성의가 없거나 직무를 포기한 사람이라고 평가할 수 없어 이를 바탕으로 한 현역복무부적합 처분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개정되기 전 조계종 종헌에서 허용되는 혼인에는 법률혼뿐만 아니라 사실혼도 포함된다”며 “A씨는 2008년 12월부터 이미 사실혼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종헌을 어기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국방부가 조계종 소속만을 인정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

1심은 “비록 특정 종교가 병역법상 군종분야 병적편입 대상 종교가 아니라고 해도 사회통념상 종교로서 인정되는 교리와 조직 및 장병의 사기진작을 위한 의식을 가지고 있다면 군 내에서 혀용돼야 한다”며 “불교 종단 중 조계종을 제외하고는 최대의 교세를 가지고 있는 태고종은 이런 종교의식을 갖추고 있으므로 허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 역시 1심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봤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국방부가 군종법사 선발 요건을 갖춘 타 종단을 배제하고 관행적으로 조계종만을 인정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고 국방부에 개선을 권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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