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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통영종합버스터머널에 내리니 주변으로 최고 27층 높이의 고층 아파트가 눈에 들어온다. 통영에 기반을 두고 있는 건설사 주영건설이 지은 ‘더 팰리스’다. 통영을 적신 가을비 때문이었는지 도로는 한산하다 못해 정적이 흘렀다.
통영 부동산 시장 분위기도는 비슷하다. 죽림신도시와 무전신도시를 중심으로 고층 아파트들이 우후죽순 들어오면서 공급이 넘친 데다 지역 경제를 책임지던 조선업 경기가 바닥을 기면서 집값도 하락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들어 통영시 집값은 1.89% 하락했다. 감정원이 통영시 집값 집계를 시작한 2012년 0.92% 올랐고 2014년 1.81%, 2015년 2.07% 등 매년 상승폭을 확대했지만 2016년 2.03% 하락하면서 꺾였다. 작년에도 0.79% 떨어졌다.
2014년 입주해 비교적 신축인데다 바닷가 바로 앞에 위치해 바다조망이 가능한 주영더팰리스4차 역시 지난달 전용 84㎡ 9층이 2억2000만원에 거래돼 4월 실거래가 2억5000만원(13층)에 비해 3000만원 하락했다. 작년만 해도 2억5100만~2억7600만원에 거래된 단지다.
이처럼 통영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은 이유로는 우선 지역 경기 위축을 들 수 있다. 통영은 조선산업이 호황을 보이던 지난 2010년만 해도 6개 중형조선소가 있었다. 하지만 조선업 불황이 시작되면서 5개 업체가 문을 닫았고 성동조선해양도 법정관리에 돌입한 상태다. 이들 조선사 협력업체도 줄줄이 폐업하고 실직자가 늘면서 통영시 인구도 줄어드는 추세다. 작년 말을 기준으로 최근 3년간 통영시로 7만1112명 전입해온 반면 7만5142명이 떠났다.
통영의 또 다른 경제축인 관광업도 부동산 경기를 떠받들긴 역부족이다. 코발트빛 바다와 한려해상국립공원 흩어져 있는 150여개의 섬, 통영 케이블카와 통영루지 등으로 관광객이 많이 찾지만 철도가 연결돼 있지 않은데다 숙박 등 관광 인프라가 미흡해 한철 장사인데다 체류시간이 길지 않다.
식당을 운영하는 한 모 씨는 “통영을 찾아서 머물기 보다는 거쳐가는 곳으로 본다”며 “사철 온난한 기후인데도 여름철 휴가시즌이 지나면 관광객이 뚝 끊긴다”고 말했다. 실제 통영을 찾은 지난 20일 가을 여행기임에도 불구하고 유명 관광지인 동피랑 마을 카페는 대부분 문을 닫았고, 서호시장이나 중앙시장도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상황은 이런데 주택 공급은 늘어 소화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통영시내 미분양 물량은 작년 10월까지만 해도 300호를 넘지 않았지만 11월 1410호로 껑충 뛴 후 올해 7월까지 계속 1400호대를 유지하고 있다.
통영 죽림신도시 U공인 관계자는 “더팰리스 6차까지 입주는 마무리가 됐지만 지금 1000가구 넘는 해모로 오션힐을 짓고 있어서 공급이 너무 과도한 상황”이라며 “해모로 분양권은 4000만~5000만원 정도 마이너스피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분양한 통영 해모로 오션힐은 무전신도시 인근에 위치하며 총 14개동, 1023가구 대단지 아파트다. 오는 10월 입주 예정이다.
통영시 무전동 H공인 관계자는 “해모로 오션힐 분양가가 워낙 비쌌기 때문에 분양권에 붙은 마이너스피가 한때 6000만~7000만원에 이르기도 했다”며 “그나마 급매물이 소화되면서 마이너스피 정도가 줄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정부재정사업으로 추진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지역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조기 착공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통영종합터미널 인근에는 ‘서부경남 노선 조기착공하라’는 플래카드가 다수 걸려있다.
통영시 Y공인 관계자는 “통영이라는 도시가 크지 않기 때문에 철도역이 어디에 들어서건 통영 전체가 수혜를 입긴 할 것”이라며 “다만 언제 들어올지 확실치 않은데다 착공해도 완공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아직 부동산 시장에 크게 반영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