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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 물총을 든 젊은이들이 가득한 신촌 연세로. 올해 겨울에는 3000명 규모의 시민들과 학생들이 연세로에서 서대문 소방서까지 ‘국민소방관’이라는 이름으로 달리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신촌을 기반으로 물총축제, 라면축제 등을 만든 문화기획단체 ‘무언가’의 한길우 대표(44)가 소방관들을 응원하기 위해 기획하고 있는 이색 축제 ‘119런’에서 펼쳐질 모습이다.
한 대표는 “소방관들은 위험한 사건사고 현장의 최전선에서 언제나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고 있다”면서 “국가차원의 처우 개선책 외에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응원과 따뜻한 기부의 손길이 이어진다면 우리의 삶터가 좀 더 안전한 곳이 될 것”이라고 행사 기획 취지를 밝혔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한 대표의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 “5년 전부터 이어온 소방관들과의 인연…감사 전하고파”
한 대표가 119런을 기획하게 된 것은 서울 서대문 소방서와의 인연 때문이었다. 한 대표는 “지난 2013년부터 신촌물총축제를 진행해오면서 서대문 소방관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초대형 워터슬라이드 등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필요한데 소방서에서 모두 지원해주신 덕분에 축제를 진행할 수 있어 항상 감사한 마음을 전할 방법을 고민했었다”고 했다.
그러다 3년 전 신촌에 있던 무언가 사무실에 전기합선으로 불이 나면서 소방관들에게 다시 한 번 빚을 졌다. 그는 “3년 전 물총축제 발대식 때 신촌 사무실에 불이 나서 전소된 적이 있는데 당시에 불을 끄러 출동했던 소방관분이 지금 저와 함께 축제 기획을 논의하고 있는 서대문소방서 양기용 홍보담당관”이라며 “축제 기획을 제안한 다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정말 소중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 대표는 서대문구, 서대문소방서, 아름다운 가게 등과 함께 협력해 매년 11월 9일에 축제를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8월부터 119런 행사에 참여할 단체와 시민들을 모집하고 있다. 다만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평일인 9일 대신 10일 토요일에 제1회 119런 행사를 개최한다. 마라톤 행사를 메인 프로그램으로 정하고 소방관들의 체력단련 훈련 중 하나인 호스 들고 달리기 대회, 심폐소생술 및 화재 진압 체험, 소방관 가족과 함께하는 노래자랑이나 미니콘서트 등 다양한 부대 행사도 준비했다.
◇ “축제 통해 즐기고 배우는 시민참여형 기부 문화가 목표”
한 대표는 119런 행사 외에도 지금까지 산타런, 커플런, 혈액형 올림픽, 커플대첩 등 다양한 축제를 기획하고 감독했다. 최근엔 자신이 기획했던 축제를 후배들에게 넘겨주고 다른 아이템을 모색 중이다.
그는 “재능있는 후배들을 많이 키워서 우리나라에 축제를 즐기며 기부하는 유쾌한 문화가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신촌물총축제의 경우 후배 축제 감독인 무언가의 김흥근씨에게 물려주면서 6000만원 정도를 기부했고, 12월에 산타복을 입고 달리는 산타런은 문화예술 기획단체 필더필(Fill the Feel)의 신다혜 대표에게 넘겨줬다”고 전했다. 한 대표가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은 1억원에 달한다.
한 대표가 이번 119런 행사를 위해 아름다운 가게에 협력을 요청한 것도 기부금 모금과 전달 때 도움을 받기 위해서다.
그는 “10년 전 잠시 몸담았던 아름다운 가게 쪽에 기부금 영수증과 기부 처리방식을 의논할 계획”이라면서 “이번 행사를 통해 3000만~5000만원 이상을 기부하는 것이 목표인데 기부금은 소방관 방화복 전용세탁기 혹은 골목용 화재진압 미니 소방차 제작비용 지원에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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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법대 98학번이었던 한 대표는 학생운동을 하며 무료하고 무기력한 대학가의 모습을 바꾸고 싶어 용돈과 등록금으로 프리마켓이나 영화제 등 작은 행사들을 만들다가 아예 학교를 뛰쳐나와 20여년 째 축제기획가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런 그의 최종 목표는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술사 인력양성소 호그와트처럼 축제학교를 만들어 365일 축제가 있는 테마파크를 짓는 것이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주최하는 연간 250건의 축제성 행사를 소모적이거나 차별성 없는 일회용 행사가 아닌 스페인의 토마토축제, 브라질 리우의 삼바축제, 일본의 삿포로 눈 축제 등처럼 세계인들이 찾는 관광명소로 바꿔놓기 위해서는 축제를 기획하고 이끌 인재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앞으로 2년 동안 20개 정도의 축제를 더 기획하고 축제감독 100여명을 키워서 365일 축제가 있는 테마파크를 만들고 싶다‘면서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서울시 한강사업본부가 진행하고 있는 축제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한강몽땅 청년코디네이터’처럼 글로벌 축제를 키우고자하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지자체와도 협력을 이어나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는 “가장 보람된 순간은 축제 기부금을 지원 받은 편부모 가정의 아이가 캐나다로 유학을 가 셰프가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였다”면서 “고졸 출신의 지역 활동가 한길우가 성공해야 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의 꿈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힘을 합쳐 무언가를 상상하고 만드는 것. 한길우 대표가 문화기획단체 ‘무언가’를 이끌고 있는 이유는 누군가의 꿈을 응원하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