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단체장들이 업무추진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하는 그릇된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광역단체나 기초단체, 서울이나 지방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병리 현상이다. 지방의회 의장들도 마찬가지다. 엄연히 지자체 발전을 위해 사용토록 돼있는 주민들의 세금을 횡령하는 파렴치한 범죄다. 마치 고양이가 어물전을 지켜주겠다고 하면서 좌판의 생선을 야금야금 축내는 꼴이니, ‘세금 벌레’나 다름없다.
실제 사례를 열거하면 그 심각성이 금방 드러난다. 최근 업무추진비를 카드깡 방법으로 현금화해서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어느 지방 시장의 경우가 하나의 사례다. 이 돈으로 교회 헌금까지 냈다니 낯 뜨거운 일이다. 이로 인해 주민들로부터 고발당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서울시 어느 구의회 의장은 약값을 업무추진비로 결제했으며, 또 다른 구의회 운영위원장은 부인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선물을 구입해 직원들에게 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집안에서 운영하는 식당에서 업무 카드를 단골로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사례가 끊이지 않는 것은 감시 장치가 허술하기 때문이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감사하는 지자체는 서울 등 몇 군데에 불과하다. 그나마 영수증을 확인하는 회계감사 위주여서 취지에 맞게 제대로 쓰였는지는 확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처음에는 엄격한 마음을 먹었던 단체장이나 의회의장들도 유혹을 느끼기 마련이다. 사용 명세를 상세히 기록해 지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일정 기간별로 공개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부당 사용한 경우 그 비용을 환수하는 등 엄격하게 추궁해야 함은 물론이다.
제도상의 허점 못지않게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 가운데 애시당초 부도덕하고 무능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는 게 문제다. 내달 13일로 다가온 이번 선거에서도 후보자의 39%가 전과자다. 세금 체납자와 병역 미필자도 적지 않다. 자질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주민 대표랍시고 거들먹거리도록 놔두어서는 곤란하다. 오늘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의 막이 오른다. 앞으로 4년간 후회하지 않으려면 선택을 잘해야 한다. 최소한 업무추진비를 개인 용돈처럼 마구 쓸 것으로 우려되는 사람만큼은 뽑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