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입범위가 확대된만큼 사용자의 지급여력이 커진 점을 고려하면 노동계는 올해(16.4%) 이상의 인상률을 주장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최저임금법 개정안 처리에 노동계가 반발하면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지난 25일 소속 최임위원 4명의 사퇴를 발표했다. 이미 노사정대표자회의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 사회적 대화기구 불참을 선언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까지 최임위 사퇴·불참을 결정하면 최임위의 파행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저임금 15% 올라도 저임금 노동자 10%는 임금 동결”…인상폭 더 커질 듯
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2019년 최저임금 인상률이 올해보다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산입범위 조정 전을 기준으로 하면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하려면 2019년과 2020년 모두 15% 이상을 인상해야 한다. 경영계는 이 경우 부담이 너무 크다고 지적해 국회가 산입범위 일부를 조정하게 된 것.
노동계는 산입범위 확대로 연봉 2500만원 이하의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인상 삭감률이 약 20%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연구위원은 “연봉 2444만원 이하의 저임금 노동자 6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내년 최저임금이 15% 인상(시간당 8660원)되면 기존 산입범위 기준으로는 최저임금 미만자는 96.8%지만 이번 개정안에 따라 계산하면 최저임금 미만자는 86.7%로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자간 격차는 10.1%포인트로 이는 저임금 노동자 10명 중 1명은 최저임금이 15% 오르더라도 임금은 동결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앞으로 중요한 점은 2019년 최저임금 인상률 결정”이라며 “국회가 나서서 산입범위를 넓힌 것은 최저임금 인상률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을 한 것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계는 산입범위가 넓어진만큼 인상률을 더욱 높이자고 요구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노동계는 대폭 인상을 요구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올해 수준의 인상을 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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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임위는 사용자(경영계) 위원과 근로자(노동계) 위원, 공익위원 각 9명씩 27명으로 구성한다. 현재 한국노총 소속 근로자위원 4명이 사퇴한 상황이다. 노동계를 대표하는 나머지 근로자위원 5명도 최임위 참여를 보이콧하면 2019년 최저임금 결정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최임위법에 따르면 위원회를 개회하는 의사정족수는 없다.
최임위 관계자는 “회의 개최여부는 국회 본회의 의사정족수(재적의원 5분의 1 이상)를 기준으로 결정한다”며 “하지만 안건 의결은 근로자 및 사용자 위원 각 3분의 1 이상이 출석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에도 최임위 전원회의가 열렸지만 근로자위원 전원이 불참하면서 위원장 선출 안건을 의결하지 못한 전례가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계의 반발강도가 커질 수록 일자리 축소와 소득감소는 더 커진다”며 “노사간 조금씩 양보해서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주무부처인 고용부나 필요하면 대통령까지 나서서 산입범위 조정에 대해 미리 노동계를 설득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최임위, 내달 14일부터 최저임금 본격 논의
지난 17일 출범한 11대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달 8일까지 현장방문과 임금수준 및 생계비 관련 전문위원회를 진행한 뒤 14일 전원회의를 소집해 2019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논의를 본격 진행한다. 이후 다섯차례 전원회의를 열고 내달 28일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할 예정이지만 올해도 법정시한은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통상임금과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산입조정 범위 확대는 당연한 것”이라며 “다만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실질적인 최저임금 인상효과 등에 대해 정확하게 따져보고 앞으로의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