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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세대교체유? 아직 어림없슈”… 3선 굳어지는 충북지사 판세

김기덕 기자I 2018.05.12 06:00:00

충북선거 ‘7전7승’ 이시종, 충북지사 3선 도전
민주당 훈풍에 박경국·신용한 꺾고 지지율 ‘독주’
“남북 평화쇼 우긴 야당 기가 차… 무조건 여당”
중도보수층 많고 3선 피로도 변수 “뚜껑 열어봐야”

6·13 지방선거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충북지사 선거 판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충북 청주시 육거리 종합시장 입구.(사진=김기덕 기자)
[충북(청주)=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야당 후보유? 누구 나오는지 이름도 몰러유.”

10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일대 KTX오송역. 취재를 위해 택시를 잡고 인근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통시장으로 가달라는 말에 택시기사 김각연(59)씨는 인근 육거리 종합시장으로 내달렸다. 충북지사 야당 후보에 대한 지역 내 평판을 묻자 기사는 인상을 찌푸리며 “관심없다”며 후보 이름을 되물었다. 이 질문에 유독 잔뜩 인상을 찌푸린 것이 때이른 여름날씨로 인해 내리쬐는 따가운 햇살 탓인지 보수야당에 대한 단순한 불신감 때문인지는 묻지 않았다.

“그 야당이 말이여, 좀 더 건실하게 일하고 견제 역할만 제대로 했어도 이 지경까지는 아닐턴디.. 크게 믿을 놈(뽑을 사람)도 없지만서두, 이미 판세는 많이 기울어졌다고 봐야쥬.” 낮에는 오송역 인근에서, 밤에는 청주시 시내에서 15년째 택시를 몰며 주로 공무원과 회사원들을 상대한다는 그의 말이 충북 바닥민심을 대변하는 듯 했다.

다만 충북 인구 160만여명 중 절반 가까운 유권자는 전통적으로 ‘스윙보터(Swing Voter)’로 불리는 부동층이 많다는 점은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노인인구 비율이 16%에 달할 정도로 많아 고령사회로 진입한데다 구도심을 중심으로 콘크리트 보수층의 결집할 수 있다는 점도 충북 지사 선거의 관전포인트다.

◇“스스로 무덤 팠다”… 자가당착 빠진 한국당

충북 지역 바닥민심을 취재한 결과 본 기자가 만난 열명 중 일곱 내지 여덟명은 충북지사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시종 충북지사를 지지했다. 현직 지사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있는데다 최근 남북화해무드에 따른 집권여당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반영된 영향이 크다. 청주시 상당구에 있는 육거리 종합시장에서 30년째 순대국밥을 팔고 있는 60대 이강자(가명)씨는 “이 지사가 몇번 시장을 다녀간 적이 있는디 사람이 소탈한게 참 무난하제”라며, “그동안 경기가 나아진 건 잘 모르겠는디 그렇다고 큰 어려움도 없슈. 여기 시장에 들어올려면 권리금은 최소 1억원 줘야혀”라고 귀뜸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 결과도 이런 민심을 대변한다. 충청매일이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3월 22~23일 진행한 여야 충북지사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 이 지사는 33.6%의 지지율로 경쟁 후보인 박경국 자유한국당 후보(14.0%), 신용한 바른미래당 후보(7.0%)를 월등히 앞섰다. 이번 여론조사 응답률은 3.0%,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참조)

특히 젊은층인 30~40대 유권자의 여당 지지율은 절대적이다. 7년째 방안갓을 운영하는 이상인(가명·35)씨는 “남북정상회담을 위장 평화쇼라고 우기는 야당을 보니 기가 찼다. 스스로 제 무덤 판거 아니고 뭐냐”고 반문하며, “주변 친구들을 만나면 시의원이나 구청장 후보 이름을 모르지만, 사람 볼거 없이 여당을 찍는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의 굵직한 공적도 지지율을 끌어올리는데 한몫 했다. 청주시청 인근에서 만난 40대 회사원 김모씨는 “원래 SK하이닉스 공장이 베트남 갈 것을 이 지사가 청주시로 끌어들이며 지역경제를 살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며 “제조업체 증가율이나 실질 경제성장률 등이 전국에서 가장 높다는데 이 것도 이 지사가 잘하고 있다는 증거 아니겠냐”고 말했다.

6·13 지방선거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충북지사 선거 판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충북 청주시 육거리 종합시장 모습.(사진=김기덕 기자)
◇3선 피로도·중도보수층 흡수 관건

이 지사는 선거의 달인이다. 그는 1995년 충주시장에 당선된 뒤 내리 3선하는데 성공했다. 3선 임기 중 하차, 충북 충주시에서 17·18대 국회의원도 지냈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는 당시 지사였던 한나라당 정우택 후보를 꺾은 뒤 2014년 재선에 성공하면서 7번의 선거를 모두 이겼다.

하지만 이런 점이 본인의 장점이자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충주시장에 국회의원, 도지사까지 지내 피로감이 상당한 상황에서 야당이 ‘세대 교체론’을 내세우고 있어서다. 이미 70대 중반인 이 지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피인 박경국(61세), 신용한(50세) 후보가 부각될 경우 정권 견제심리가 강한 충북 민심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 노상에서 야채를 파는 강경순(가명·77)씨는 “뭔 선거 결과를 물어, 소신껏 하는거지”라며 인터뷰 요청에 손사래를 치면서도, “(민주당 지지하는)요새 젊은 놈들이 뭘 안다고 지랄이여. 이시종도 2번이나 해 쳐먹음 됐지, 이제 지겹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충북 지역에 중도보수층이 많다는 점도 이번 선거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실제 민선 1기부터 2014년 민선 6기까지 충북에서는 단 한 번도 진보당 출신의 도지사가 배출된 적이 없다.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지방선거를 치른 15년(1995년~2010년) 동안 단 한 번도 진보정당 후보가 승리한 적이 없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박근혜 정부 때인 제5·6회 지방선거에서야 비로소 민주당 이시종 후보가 당선증을 거머쥐었다.

퇴직 후 시장에 조그마한 철물점을 차린 김상득(66)씨는 “(민주당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보수층이 선거에 대해 일절 입을 닫고 있다”며 “아직 선거기간도 많이 남아있는데다 충북 지역은 나이든 사람과 구도심이 상당히 많아 실제 뚜껑을 열어보기 전에 결과는 모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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