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책 읽고, 꽃 사고, 공연 보고" 비대면 채널 확대에 고객 접점 찾는 은행들 KEB하나은행, '컬처뱅크' 연내 3곳 추가 오픈 KB국민은행, 은행없는 'KB락스타 청춘마루'로 파격 실험
KB국민은행 KB락스타 청춘마루. (사진=KB국민은행)
[이데일리 전상희 기자] 지난달 말 서울 마포구 ‘홍대걷고싶은거리’에는 거대한 노란 계단이 인상적인 한 빌딩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총면적 521.45㎡(157평)에 지상 3층·지하 1층 규모로 카페와 갤러리, 공연장, 아카데미실 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건물 안팎 어디에서도 은행 간판을 찾을 수 없지만 사실 KB국민은행이 시도하는 새로운 실험의 일환이다.
은행들이 변화하고 있다. 칸막이가 늘어선 창구와 대기좌석만 있던 딱딱하고 사무적인 공간에서 책을 읽거나 가수들의 공연을 즐기기 위해 찾는 휴식 공간이자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비대면 채널로 옮겨가는 고객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오프라인 영업점의 강점을 극대화할 방안을 찾아 나섰다.
은행에서 꽃 사고, 책 읽고…컬처뱅크·아트뱅크 선보여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오프라인 영업점의 리디자인(re-design)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컬처뱅크’나 ‘아트뱅크’ 등 은행과 문화콘텐츠를 접목해 영업점의 기능을 금융거래에서 휴식이나 여가 즐기기 등으로 확대하는 추세다. 비대면 거래의 확산으로 더이상 은행 영업점을 찾지 않는 고객들을 다시 이끌어 스킨십을 확대하는 한편 딱딱한 은행 이미지를 벗고 혁신적이고 친숙한 브랜드 가치를 만들기 위한 취지다.
KEB하나은행 방배서래지점 컬처뱅크 1호점. (사진=KEB하나은행)
‘컬처뱅크’를 추진 중인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12월과 이달 초 1,2호점의 문을 연 데 이어 연내 약 세 곳을 추가로 개점할 예정이다. 컬처뱅크는 은행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각 지역의 생활에 맞는 문화공간을 제공하는 것으로 기존 영업점을 개편해 마련하고 있다. 서울 방배 서래마을에 위치한 1호점은 지역의 중장년 여성들을 타깃으로 공예 전시 및 판매의 기능을 더했고, 서울 광화문 2호점은 책과 힐링(Healing·치유)을 주제로 주변 직장인들의 휴식공간으로 구성했다. 오는 7월에는 서울 잠실의 한 아파트 단지 내 영업점을 개편해 3040대 주부들을 대상으로 가드닝(gardening)에 초점을 맞춘 컬처뱅크 오픈을 준비 중이다. 발코니 꾸미기 등의 강습이나 가드닝 관련 편집샵 등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공단 지역 영업점에는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사랑방, 서울 강남지역 영업점에는 젊은 층 대상 편집샵 등이 어우러진 컬처뱅크를 선보일 예정이다. 컬처뱅크는 각 업종에 맞는 소상공인과의 협업으로 마련된다.
KEB하나은행 서울 광화문 컬처뱅크 2호점. (사진=KEB하나은행)
우리은행 역시 올해 초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점에 ‘아트뱅크’의 문을 열었다. ‘아트뱅크’는 고객들이 머무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아트피아노, 트릭아트, 폰부스 등을 비치해 기존 영업점과의 차별화를 시도한 점이 특징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아트(ART+PORT)를 지향하는 인천공항의 디자인 컨셉에 맞춰 기존 은행 디자인과 차별화한 아트뱅크를 구현했다”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으나 점차 아트뱅크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영업점 아트뱅크. (사진=우리은행)
신한은행은 지난달 25일 문을 연 홍익대지점 내부에 홍익대 학생들의 미술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디지털 갤러리 공간을 만들었다. 아울러 영업점 외부 전면에는 폴딩도어를 설치해 홍익대학교 교직원 및 학생과, 지역민들이 영업 시간 외에도 자유롭게 건물 내 일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꾸몄다.
신한은행 홍익대지점. (사진=신한은행)
KB국민은행의 실험…은행 없는 ‘청춘마루’
KB국민은행은 독특한 실험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이 지난달 말 서울 홍대 거리에 문을 연 ‘KB락스타 청춘마루’는 공연이나 갤러리, 아카데미 등이 열리는 문화공간이다. 다른 은행들이 영업점 내부로 문화공간을 끌어들인 것과 달리 ‘청춘마루’에는 영업점이 없다. 지상 1층에 자동화기기(ATM) 6대를 놓아둔 것이 전부다. 기업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젊은 고객들이 거부감 없이 찾아와 즐기는 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장치다. 청춘마루에서 진행되는 모든 콘텐츠는 무료로 진행되지만 오는 6월부터는 KB국민은행 앱을 통해 발급받는 바코드를 입장권처럼 활용할 방침이다. 오프라인 접점과 비대면 채널의 시너지를 노린 전략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평일 일 평균 300명, 주말은 500명 정도의 사람들이 찾아올만한 랜드마크(land mark)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청춘마루는 젊은 고객을 위한 마케팅 투자의 일환이다. 젊은 고객들이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접하는 과정에서 국민은행의 이미지를 친숙하게 접하고 궁극적으로 잠재고객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