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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32조원을 관리하는 ‘서울시 금고지기’를 차지하기 위한 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 서울시 금고 쟁탈전은 새로 선임된 우리·신한·KB국민은행장의 자존심 대결로까지 확산하고 있어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한 해 예산만 32조원에 달하는 서울시 금고를 필두로 연말까지 계획이 잡힌 입찰 규모만 70조원에 달한다. 서울시 금고 유치 여부에 따라 연말까지 이어지는 은행의 시금고 유치전에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18일 서울시에 따르면 2019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4년간 서울시 자금을 관리할 차기 시 금고 은행을 선정하기 위해 공개입찰 공고를 준비 중이다. 관련 조례에 따르면 서울시 금고 지정은 운영 개시 4개월 전 확정해야 하며 구체적 일정은 아직 밝히지 않았다.
업계는 이르면 상반기 내 선정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선정된 은행은 2022년까지 4년간 서울시 예산과 기금 관리, 세입금 수납과 세출금 지급 등 세금 관련 업무를 맡는다. 올해 서울시 예산이 31조8000억원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32조원대 금액을 굴릴 기회를 잡게 되는 셈이다.
◇‘103년 무사고 안정성’ 내세운 우리銀
이번 서울시 금고 유치전은 새 은행장 간의 전력 비교의 장이 될 전망이다. 1915년 경성부금고 시절부터 103년간 서울시금고 은행을 맡아온 우리은행은 서울시금고 수성에 배수진을 쳤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최근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서울시금고 재유치에 사력을 다해줄 것을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손 행장도 이번 서울시금고 재유치가 취임 후 첫 번째 평가 무대여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오랜 금고지기 경력으로 재정운영의 효율성과 안정성을 입증받았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이다.
우리은행은 오랜 기간 서울시금고를 운영해온 만큼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서울시금고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인력만 1600여 명에 달하고 운영해온 시간이 긴 만큼 자금관리 노하우도 뛰어나다”며 “다른 은행이 선정되면 시스템을 새로 만들어야 할 뿐아니라 서울시 자체 세금 수납 시스템인 이택스(Etax)까지 관리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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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은 이번 서울시 시금고 쟁탈전에 다크호스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신임 행장으로 취임한 허인 행장이 기관영업의 달인’이란 별명을 가진 만큼 지금까지 기세를 이어 나간다는 계획이다. 3년 만에 국민은행장이 부활한 만큼 결실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금고 유치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허 행장은 영업그룹 부행장에 오른 후 국민은행은 2016년 아주대학교병원, 2017년 서울적십자병원 주거래은행으로 선정됐고 지난해 7월에는 경찰공무원 대출까지 따냈다. 이 때문에 허 행장이 이번 금고 유치에도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채널이 많아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성이 높은 게 강점”이라며 “서울시 서민 지원 정책 지원은 물론 부산, 광주 등 다른 지자체 금고를 운영해 온 경험도 풍부하다”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우리은행의 아성을 깨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태세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5년간 운용했던 경찰공무원 대출사업권을 KB국민은행에 빼앗기고 지난 10년간 자산 규모 600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의 주거래은행 자리도 우리은행에 내주면서 이번 서울시 금고 선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위성호 신한은행장도 이번 서울시 금고 선정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을 지시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기존 개인그룹 안에 있던 기관영업부문을 따로 떼어 기관영업그룹으로 확대 개편하고 ‘영업통’으로 불리는 주철수 부행장보를 그룹 수장으로 임명하는 등 남다른 의지를 보이고 있다.
◇브랜드 이미지·기관영업 등 부수적 이득 커
17개 광역 지자체 중 유일하게 단수 금고제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가 이번 입찰을 통해 2개 이상의 은행을 지정해 복수 금고를 지정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제2금고라도 차지하려는 은행들의 움직임은 더욱 분주해질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011년 서울시가 금고 은행 선정을 수의계약에서 공개경쟁 입찰 방식으로 변경해 본격적인 경쟁의 장이 열린 지 세 번째”라며 “은행들이 우리은행의 아성을 흔들 수 있다는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나 공공기관 금고를 맡은 은행들이 가져가는 유·무형적 이익은 상당하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자금 관리 과정에서 받는 수수료를 낮추거나 아예 받지 않는 등 출혈경쟁이라는 지적도 나오지만 ‘기관 금고’라는 브랜드 가치와 기관영업 등으로 생기는 부수적인 이익 등으로 사활을 걸고 있다.